- <후궁> 만족도, 네티즌 평점에 비해 높은 이유

[엔터미디어=조원희의 로스트 하이웨이] 영화 <후궁:제왕의 첩(이하 후궁)>이 지난 6월 11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주말 관객만 52만명, 이것은 흥행에 ‘성공했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스코어다. 그리고 예매율도 많이 떨어지지 않아 2주차 흥행 역시 기대되고 있다. 관객은 많이 들고 있는데, 그에 비해 네티즌 평점은 높지 않아, 그것이 다소 악의적으로 기사화가 됐을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 <후궁>에 대한 전체 관객의 만족도는 그 평점에 비해 꽤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화 <후궁>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계층은 일단 ‘사극 영화’의 주 타겟 관객층인 30대로부터 40대의 관객들이다. 이들이 영화 <후궁>을 바라보는 입장은 주로 두 가지로 설명되는데 하나는 극장용 에로스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궁중 비화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일단 에로스의 측면을 살펴보자면 영화 <후궁>은 주연배우들이 임하는 본 촬영 이전에 전문 에로 배우들을 동원해 그 동선과 액션을 파악하는 ‘샘플’ 장면을 미리 찍었을 정도로 에로스에 공을 들인 영화다. 하지만 그 에로스 장면들은 포르노그래픽한 노출과 정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그 모든 장면들은 정사 그 자체를 보여주기 위한 모티브로 이뤄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정사를 벌이는 그들의 심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것은 충분히 학습된 관객들에게 유효한 부분이다. 사실 단순히 포르노그래픽한 자극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런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관람 후기를 불만족스럽게 쓸 수 있다.

‘궁중 비화’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영화 <후궁>은 대단히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다. 궁궐 내의 암투와 욕망을 바라보는 작품들은 수도 없이 만들어졌지만, <후궁>만큼 밀도 높은 드라마가 펼쳐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또한 스토리라인을 때로는 예상할 수 있게, 때로는 예상 밖의 상황을 던지는 능수능란한 시나리오는 더욱 뛰어난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거기에 임권택 감독의 적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김대승 감독의 연출력은 그가 이제 서서히 ‘거장의 풍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그런 김대승 감독의 조련으로 배우들은 모두 자신들의 경력 상 최고 연기를 보여줬다. 코믹 연기만 떠오르던 김동욱의 변신이나 김민준의 재발견 등은 다른 매체들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 이야기다.

또한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형사 듀얼리스트>의 촬영을 통해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과시했던 황기석 촬영감독과 <모던 보이>의 현란하면서도 정돈돼 있는 조명으로 대종상을 수상한 바 있는 강대희 조명감독의 조화는 실로 대단했다. 어두운 궁의 실내에서 아주 작은 소품 하나, 배우들의 잔 동작 하나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게끔 표현해낸 촬영과 조명은 몇 년 사이 등장한 한국 영화들 중 최고의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이런 뛰어난 측면들이 몇몇 목소리에 가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공격받기 좋은 핀 포인트들을 지니고 있다.

첫째 여주인공 조여정의 두 번째 노출로 여배우 개인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견은 ‘노출’로 승부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인데, 그것은 대부분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의 의견이다. 조여정이 이 영화에서 보여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의 육체가 아닌 ‘야망을 품은 궁중의 여인’으로 변신한 연기다. 여배우의 노출 그 자체에 대한 비난은 ‘여배우의 노출을 죄악시하는 이들과 여배우의 노출을 즐기는 이들이 겹친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방자전>같이 가벼운 에로틱 사극을 기대한 이들에게 지나치게 중압감을 느끼게 하는 스토리와 잔혹 묘사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앞으로 보게 될 영화의 톤앤매너를 예측하고 관람에 임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다른 톤앤매너가 등장한다면 기본적으로 불만을 가지게 된다.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암울함과 잔혹함이 등장할 때 관객들은 더욱 불만족스러워한다. 영화 <후궁>은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욕망의 근원에 접근하고 있는 이야기다. 거센 스토리라인과 잔혹한 장면들 때문에 그렇게 불만을 가진 일부 관객들은 이 영화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이 영화를 공격하게 된다. 이것은 어느 정도 홍보와 마케팅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한국 관객들의 장르 영화를 대하는 태도 역시 문제가 없다고 볼 순 없다.

어쨌든 <후궁>은 오랜만에 등장한 웰메이드 사극이며, 포르노그래픽하지 않은 에로스이며 드라마의 힘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제 2주차 흥행을 앞두고 있는 <후궁>은 상당부분 진검 승부를 하게 된다. ‘가벼운 사극 에로스’가 아니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오히려 무거운 장르적 태도를 즐기는, 혹은 각오한 관객들이 모이게 될 것이고, 현재 영화의 작품성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네티즌들의 평점이 조금은 올라가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조원희 owen_joe@entermedia.co.kr


[사진=영화 <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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