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발 줄넘기를 권하는 이유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토요일 아침 웃옷을 벗고 달렸습니다. 혼자였다면 결코 하지 못할 행동이었죠. 달리기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맨몸으로 대기를 가르며 뛰었습니다.

먹어봐야 맛을 알고, 맨몸으로 뛰어봐야 뭘 압니다. 그 무엇은 바로 다음 얘기입니다.

‘어떤 기능성 웃옷도 피부를 능가하지 못한다. 추운 날이 아니라면 맨몸으로 뛰는 게 가장 좋다.’

우리 몸은 수냉식입니다. 부하가 걸리면 땀을 흘려 몸을 식힙니다. 땀은 몸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기화되고, 몸의 온도를 떨어뜨립니다. 우리가 땀을 닦는 행동은 수분을 얇게 도포해 짧은 시간에 기화되도록 함으로써 열을 빨리 식히기 위한 것이라고 저는 추측합니다.

땀은 피부에서 기화되어야만 우리 몸을 식힙니다. 옷을 적신 땀은 옷의 온도를 낮출 뿐입니다. 물론 옷이 시원해지면 우리 몸도 시원해지기는 합니다만, 맨몸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일요일에는 혼자 달렸습니다. 몸에 착 달라붙는 긴팔 스포츠 웨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기능이 피부에는 한참 떨어지더군요.

군말이 길었습니다. 저는 피부만한 러닝웨어가 없는 것처럼, 발만한 러닝화가 없다고 봅니다. 신발 산업이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에서 벗어날 때입니다.

저처럼 맨발로 달리라고 권하지는 않습니다. 맨발 달리기에 버금가는 좋은 운동이 맨발 줄넘기입니다. 맨발 줄넘기가 현미라면, 신발 신은 줄넘기는 현미의 알짜 영양 성분을 깎아낸 백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맨발 줄넘기는 처음에는 맛이 없습니다. 좋은 건 익숙해지기에 시간이 걸립니다. 바로 쾌락을 줄수록 우리 몸에 좋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달리는 사람은 바람을 기다리는 대신 바람을 맞으러 갑니다. 고요히 머무는 공기 속으로 뛰어들면 바람을 만나게 됩니다. 시속 10km로 달리는 것은 가만히 앉아 시속 10km의 바람을 맞는 것과 같습니다. 토요일 아침은 고요했지만 그래서 저는 시속 10km의 아침 바람을 즐겼습니다.

오늘은 어떤 새로운 바람을 만날지, 궁리 중입니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smitten@naver.com


[사진=영화 '페이스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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