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플 인사이드>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이번 주 월요일 초대 손님은 신현준이었고 그 다음 날에는 최다니엘이 초대됐다. 두 사람에겐 공통분모가 있었으니 둘 모두 최근 드라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채 일찍이 퇴장했다는 점이다. 신현준은 KBS2 <각시탈>에서 각시탈의 주인 이강산 역으로, 최다니엘은 SBS <유령>에서 희대의 해커 박기영 역으로, 짧은 등장이었지만 존재감만큼은 그 어떤 인물에게도 뒤지지 않았는데 감탄할 만큼 완성도 높고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엔 차례로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 출연하여 각자의 연기관이며 배우론을 소상히 털어 놓은 것이다. 그 덕에 드라마 안에서 빨리 이별해버린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해갈되지 않았을까?

우선 월요일 초대 손님 신현준의 얘기를 들어보면 뜻하지 않게 SBS <바보 엄마>와 <각시탈>의 제작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탈을 썼을 때와 벗었을 때가 전혀 다른 이강산과 괴팍하기 짝이 없는 천재 최고만, 그렇게 동시에 세 인물을 연기하느라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작품 선택의 기준이 상대 배우나 작가나 연출가가 아닌 캐릭터라는 그가 “천재가 바보를 사랑하는 거 어때요?”라는 제안에 매료되어 단박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바보 엄마>. 스티브 잡스보다는 에디슨 같은 천재가 선영(하희라)이에게 더 어울리지 싶었다는데, 고심 끝에 탄생한 인물이 바로 순애보의 절정, 최고만 사장이었던 것.

어찌나 역할에 몰입했던지 사랑하는 선영이가 불치의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게 되는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복도에서 상대 배우와 마주치기만 해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나. 그런 감정 상태로 이내 <각시탈>의 촬영지인 합천으로 내려가 정의의 투사 이강산으로 변신해야 했으니 오죽이나 힘에 겨웠을까. 무엇보다 마음이 쓰였던 건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기봉이’였다고 한다. 겹치는 부분을 배제하기 위해 무려 50번이 넘게 <맨발의 기봉이>를 다시 봤다는 그의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임을 알려준 임권택 감독과의 일화를 비롯해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배경 이모저모도 전해들을 수 있었는데 배우는 하면서 느는 것이지 상상만으로는 기량이 늘지 않는다는 말이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스크린에서 브라운관에서, 시청자들과 맞닥뜨리면서 내가 맡은 역할과 늘 싸우면서 고민하면서 연기에 도전하는 게 스타라고 생각해요.” 별 노력 없이 스타의 자리에 안주하려 드는 후배들이 두고두고 가슴에 아로새겨야 옳을 말이 아닐는지.

그리고 뒤를 이어 그와 똑 같이 고민할 줄 아는 배우 최다니엘이 찾아왔고 역시나 그도 지금껏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속내를 풀어놨다.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시행착오들, 거의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 사는 세상>의 조연출 양수경 역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으며 그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방식도 들려줬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건 대학 진학에 대한 회의, 또 불편하긴 했으나 불우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던 그의 어린 시절에 관한 얘기들이다.

우리가 어디에서 이런 속 깊은 얘기들을 들을 수 있겠는가. 시끌벅적한 다수의 MC 체재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요즈음, 보조 진행자며 방청객 하나 없이 홀로 이끄는 토크쇼는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가 유일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서로 튀기 위해 애쓰는 말장난 없이 인물 자체에 대한 심도 높은 질문과 대답이 오갈 수 있지 싶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얘기들, 이를테면 ‘신현준’하면 흔히 언급되는 스캔들이라든지 연기자 정준호를 비롯한 친구들 얘기, 최다니엘에게 늘 던져지던 이미 오래 전에 끝난 시트콤 결말에 대한 소감 대신 성의 있는 질문과 진심을 다한 답변으로 한 시간을 빼곡 채워준 배려가 있는 토크쇼,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그림 정덕주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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