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김제동, 화면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냐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SBS <강심장>에서는 김효진과 더불어 주거니 받거니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빛과 소금’이니 ‘4층의 강호동’이니,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했었으나 ‘GO show’로 자리를 옮긴 뒤 별반 활약을 하지 못하는 통에 급기야 ‘‘GO show’의 올밴’이냐는 소리까지 듣게 된 김영철. 오죽하면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막내 MC 규현이 “나오시는 줄 몰랐어요. 종신이 형, 고현정 씨, 정형돈 씨, 세분만 MC인 줄 알았어요. 언제부터 나오신 거예요?”라고 물었겠나. 하기야 그런 의문도 무리가 아닌 것이 실제로 내 주위를 돌아봐도 김영철을 ‘GO show’ 진행자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어느덧 15회가 방송된 현재 고현정, 윤종신, 정형돈, 김영철, 네 사람 중 그가 가장 두드러지지 못함을 부정하긴 어렵지 싶다. 하지만 매회 꾸준히 지켜봐온 사람은 안다. ‘GO show’를 보고 있자면 끊임없이 맞장구를 쳐주고 추임새를 넣는 김영철의 음성이 들린다는 사실을. 화면에 잡히든 잡히지 아니하든 처음부터 끝까지 초대 손님에게 집중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를 두고 윤종신은 자신이 ‘라디오 스타’에서 하고 있는 역할을 그 자리에서는 김영철이 맡고 있다고 했고 ‘제국의 아이들’의 광희 역시 ‘GO show’ 출연 당시 워낙 리액션을 잘해줘서 김영철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했었노라고 증언하지 않았나.

김영철 본인은 다른 MC들이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지라 혼자 자괴감에 빠졌다가, 혼자 위축됐다가, 모노드라마를 찍는 중이라며 난감함을 토로했지만 초대 손님들로서는 눈을 맞춰주고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그가 의지가 되는 모양이다. 뿐만 아니라 메인 MC인 고현정 또한 살갑게 늘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김영철에게서 힘을 얻고 있다나. 우연이겠으나 윤종신과 동시에 문자를 보내본 친밀도 테스트에서 김영철 쪽에 먼저 반응을 보였으니 말이다.






다수가 진행하는 집단 MC 체제. 아마도 2003년 SBS <야심만만>이 그 시작이지 싶은데, 그렇다면 어언 10년에 달하는 시간을 최소 셋 이상의 MC가 진행하는 방식이 토크쇼를 지배해왔다는 얘기다. 그럼 이제는 MC 간의 역할 분담을 이해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중심을 잡는 인물이 있으면 삐딱하니 깐족거리는 인물도 있고, 그런가하면 가만히 있다가 툭툭 재치 넘치는 발언을 한 마디씩 던지는 인물도 있고, 또 초대 손님이 편안하게 말을 잘 할 수 있도록 거들어주는 인물도 있는 법.

그 모든 걸 아울러가며 두루 잘하는 진행자도 있겠으나 다수를 배치한 이상 각자 더 능력이 있는 쪽에 치중하는 편이 옳지 싶다. 적절한 리액션을 해준다는 장점 외에도 성대모사나 모창으로 한번 씩 분위기를 돋운다거나 중간 중간 쉬어 갈 때 서로의 어색함을 특유의 친화력으로 상쇄시켜 준다거나, 김영철 그만이 가능한 역할이 왜 없겠나. 오히려 너나 할 것 없이 한 마디라도 더 방송을 타고자 기를 쓰다보면 프로그램의 모양새만 우스워지지 않을까?

어찌 보면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김제동도 김영철과 비슷한 역할일 게다. 지난번 제작진과의 대담 때 김제동이 MC 초보인 한혜진보다 그다지 하는 일이 없어 보여 아쉽다고 하자 제작진은 이런 답을 했다. “김제동 씨는 사실 현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합니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경규 씨는 다소 까다로워 보일 수 있고 한혜진 씨는 여자라서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방송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게스트가 충분히 마음을 열 수 있게끔 김제동 씨가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렇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것이다. 유재석이나 신동엽처럼 말 잘하고 깔끔하게 정리 잘하는 진행자도 필요하지만 그들을 받쳐주는 중간 역할도 꼭 필요하다. 없는 듯해도 결코 없어서는 안 될 그야말로 소금 같은 존재, 김영철과 김제동에게 격려와 칭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그림 정덕주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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