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러와>의 섬뜩한 추락, 당연하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의 추락이 섬뜩할 정도다. 급기야 이번 주에는 3 퍼센트에 못 미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하니 수년간 꾸준한 애정으로 지켜본 시청자로서 안타깝다 못해 한숨이 나올 밖에. 흔히 시청률이 반 토막이 났다는 표현들을 하지만 많은 화제를 불러 왔던 ‘세시봉 특집’ 때와 비교하면 반의반 토막을 넘어 처참하기 짝이 없는 숫자가 아닌가.

물론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라는 게 한결 같을 수는 없다. 또 시청률이 판단의 잣대여서는 아니 된다고 본다. 특히나 토크쇼의 경우 초대 손님이 누구냐에 따라 부침이 있기 마련이니 이런저런 요인들을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하지 않나. 파업 여파라는 핑계를 대기에도 지나친 상황이다.

왜 그토록 사랑을 받던 <놀러와>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린 걸까?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당연하고 또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지난 월요일에 방송된 ‘세기의 아이돌 스페셜’ 편을 살펴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소방차’와 21세기를 대표하는 ‘슈퍼 주니어’의 대결. 말은 거창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콘셉트 자체부터가 마치 해마다 반복되는 명절특집인 양 진부하지 뭔가. 설마 시대를 나눈 두 그룹 팬들을 모두 끌어 모을 수 있는 양수겸장으로 여겼던 걸까?

대중의 심리를 몰라도 어찌 이리 모를 수가 있나. 한 달이 채 안 되는 사이 KBS2 <승승장구>와 MBC <세바퀴>에 출연해 할 얘기는 다 풀어놓은 소방차에게 뭘 기대했느냔 말이다. 승마바지며 금 모으기를 비롯한 우려낼 대로 우려낸 얘기들이 또 다시 등장하는 순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나온 얘기들은 적당히 걸러주는 게 예능의 상식이지 않나? 이건 프로그램에도 소방차에게도 득보다는 해가 되는 일이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유명한 신구 두 그룹의 댄스 대결만 해도 그렇다. 역시나 이미 <승승장구>에서는 막내 MC 이기광과 대결을 벌인 바 있고 <세바퀴>에서도 어김없이 춤판이 벌어졌지 않은가. 문제는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 20세기를 대표한다고 하기엔 아쉬움이 남는 춤사위가 아니었을까? 뿐만 아니라 이상원이 나서서 망가지고 나머지 두 멤버는 차마 못 보겠다는 듯 민망해하는 상황도 반복이 됐다. 이러니 채널이 돌아가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게다가 다음 주 예고를 보니 20세기를 주름잡았던 아이돌 그룹들을 모아, 모아서 또 다시 춤 대결 한 마당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아, 진정으로 답답하다.






그런가하면 같은 시간 슈퍼 주니어는 경쟁 프로그램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도 모습을 보였다. 유래가 드문 동시간대 출연을 두고 슈퍼 주니어를 향해 비난의 여론이 일었지만 재미 면에서 비교해 보자면 <안녕하세요> 쪽이 몇 수는 위였다.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온전히 몰입했던 <안녕하세요>와는 달리 <놀러와>에서의 그들은 왠지 엉거주춤한 상태. 여느 예능처럼 대결 상대로 치고 나가자니 까마득한 대선배이고 후배로서 감탄하며 존경을 표하기엔 소방차가 보여주고 들려준 것들이 너무 미진했다.

또 하나, <놀러와>의 부진을 논할 때 존재감 제로인 패널들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구원투수로 복귀한 은지원이 가끔 돌발질문을 던지는 등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는 있지만 패널들 사이에 통하는 구석도 없어 보이고 가끔씩 MC들이 기회를 줘도 한번을 제대로 살려내지를 못한다. 한 마디로 방청객 스타일의 패널들. 방송 생활이 한두 해도 아니고 스스로들 사태의 심각성을 통감하고 있을 터, 더 이상 지적이 무에 필요하리.

그러나 이건 비단 <놀러와>만의 직면 과제가 아니다. 하루살이 운명인 신설 예능 프로그램들이야 그러려니 해도 한때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소통의 장으로 환영 받던 <세바퀴>도 <놀러와>와 다름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방송 관계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입에 올리는 소리가 있다. ‘시청자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코자’, 보답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과연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있기나 한 걸까? 시청자의 눈을 두려워하기는 하나? 시청률이 반의반 토막이 나도 남의 집 불구경하듯 아랑곳하지 않는 방송사. 무임승차를 일삼으면서도 별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연예인 출연자들. 시청자를 뭣 같이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모양을 만들 수가 있는지.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그림 정덕주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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