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아라 김광수 대표, 이러고도 연예계 거물인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김광수라는 매니저 혹은 제작자가 있다. 1985년 로드매니저로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90년대에 이미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 매니지먼트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조성모를 통해 정점을 찍고, 2000년대에 들어서도 SG워너비까지 그의 대박 행진은 계속 이어갔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최고의 매니저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자신만의 방식과 사업수완으로 연예계의 거물로 자리매김했다.

그에게는 스타는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인다. 한 인터뷰에서 연예인에게는 트렌드가 있고, 스마트폰도 트렌드가 지나면 새 것을 사는 것처럼 연예인도 그런 의미에서 소모품이라고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예전부터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띄우는 데는 귀재였지만, 제작자와 소속 연예인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경우는 아예 없다.

신인발굴과 더불어 그의 또 다른 특기는 각종 미디어를 적재적소에 이용해 이슈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이다. 돈 되는 즉, 트렌드를 이끌 이슈라면 소속 연예인의 미래보다도 우선시 했다. ‘입영열차 안에서’라는 곡을 히트시키기 위해 당대 최고의 신인 발라드 가수였던 김민우를 진짜 머리를 깎여 입영열차를 태워 보낸 일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제대 후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한 김민우는 쓸쓸하게 가요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상품을 만들다보면 상품에 탈이 나는 경우가 있다. 조성모, 씨야의 남규리도 그렇고 지금 티아라의 화영도 이와 같은 경우다. 일반적으로는 AS가 우선이겠지만, 김광수 대표는 고치는 것보다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치 패스트패션 브랜드처럼 빨리빨리 만들어서 짧은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이 노출하고 다음 상품으로 빨리빨리 밀어내기가 그의 성공 문법인 듯하다. 그리고 기존 상품을 정리할 때 미디어 컨트롤의 귀재답게 엄청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었다. 지금 현재도, 글쓰기가 무서울 정도로 계속 새로운 기사를 터트려 국면 전환을 기하고 있다.

여기서 비극의 서막이 울린다. 이 비극은 감각에 대한 겸손을 잃으면서 시작된다. 김 대표는 누구보다 트렌드를 잘 읽고 위기관리를 잘한다고 자평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자만이 현재 회사의 전부이기도 한 티아라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사실, 그룹 내 불화는 일상일 수밖에 없다. 학교도, 회사도, 가족도 불화를 겪는데, 하물며 친구들끼리 손잡고 만든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강제로 만들어준 이익집단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예쁘다는 소리만 듣던 소우주들이 한 은하계에 모인 상황이다. 어벤져스 멤버들 간에도 갈등과 서열이 있는 법이니까.

문제는 티아라 왕따 사건은 연예계 가십에서 출발해 사회문제로 발화시킨 것이 바로 김 대표의 위기관리 로드맵의 결과라는 것이다. 불화가 아닌 집단 괴롭힘, 즉 왕따는 최근 민감하게 대두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다. 티아라 멤버들의 트윗은 최소한 그 시점에서 화영과 타 멤버간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은 확실했다. 이에 증거자료 혹은 정황 자료들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에 대한 해명을 원했다. 하지만 올림픽도 누를만한 대국민적 이슈가 그냥 생겼는데 김 대표가 그냥 놓칠 리 없었다.

그는 빠른 진화가 아닌 중대 발표를 예고해서 이슈를 더욱 키웠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전후로 티아라는 멤버들 이름은 물론 소속사 이름과 대표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국민 그룹이 됐다. 심지어 어느 집 아버지는 종영된 지 한참 된 <근초고왕>의 여진공주가 티아라의 멤버였음을 알게 될 정도다. 하지만 김 대표의 로드맵은 여기까지만 성공했다. 그리고 이 한 번의 성공이 모두의 발목을 잡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해명을 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왕따 피해자로 지목된 화영의 퇴출. 사유는 왕따 사건과는 무관하게 화영이 사실 안하무인의 나쁜 아이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존 멤버들이 그런 그녀를 감싸주었지만 힘들었던 스태프들을 위해 놓아준다는 거였다. 이에 화영이 트윗으로 반박을 하자 막내에다 존재감도 없는 주제에 박봉과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든 회사 스태프들을 톱스타처럼 부려놓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몰고 갔다. 생방송 출연을 거부해 대중과의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퇴출했다고도 한다. 그런데 논리적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우선 화영이 실제 톱스타병에 걸렸든 티아라 멤버 전원이 톱스타 병에 걸렸든 말든 코어엔터테인먼트 정도의 소규모 회사에서 직원의 복지는 전적으로 사장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그리고 25일 트윗 논란이 없었어도 27일 생방송 무대 거부를 사유로 쫓아냈을 것인가 하는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은 그들이 어떤 다툼을 했는지가 아니라 화영이 왕따를 진짜 당했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궁금증과는 전혀 동떨어진 사유와 결과로 화영이 탈퇴됐다. 최소한 불화가 있어 쫓아낸다고 하는 편이 더 솔직했다. 그럼 연예 가십으로 처리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사실관계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파악할 순 없으니까.

그런데 그 후 김 대표 쪽에서 나오는 자료를 갖고 경마장식 보도를 하는 연예기사들은 반감을 증폭시켰다. 절대적 갑을 관계에다가 연예계의 거물이 이제 갓 스무 살인 소속 연예인을 두드려 패는 언론플레이는 오히려 왕따설에 대한 심증을 굳히는 것을 넘어 약자에 대한 가혹한 폭력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대의 정서,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 즉 트렌드를 읽지 못한 시대감각의 문제다. 김 대표는 아직도 이 사건이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성공해온 (연예관련)언론 관리 전략이 탁월하다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그 전략이 수립된 건 에반 윌리암스, 잡스, 주커버그가 사업을 제대로 하기 전이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간의 불화를 갖고 너무 호들갑이라고 한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다들 가벼운 호사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사건에서 우리나라 사회의 잔혹한 어두운 단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TV앞에서 생글거리던 아이돌이 왕따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의혹도 충격적인데, 학교폭력 피해자가 전학을 가야하고 가해자는 오히려 떵떵거리는 사회 부조리가 그대로 재현되는 데 분노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티아라의 왕따 의혹 사건은 감정이입하기 쉽다. 선악의 구분이 약자와 강자라는 틀로 나눠지고, 정치적 사안처럼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해관계에서 부담이 없기에 현실에선 방관자로 살았던 자괴감이나 못다 피운 정의감을 이 사건에 쏟아낼 수 있다. 특히나 10대들이나 학부모에게 이 사건은 직접적인 정서로 다가온다. 여기서 밀려나면 일상은 더 참혹해질 것이란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거기다 피해자로 지목된 화영이 청초하며 수수하기까지 하다.

이 사건을 연예계의 문제로만 국한한다면 김광수 대표의 로드맵이 왜 근원적인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즉 연예 상품은 이미지가 아닌 스토리가 담긴 콘텐츠다. 이에 대한 이해가 절대 부족한 김 대표는 이번 사건이 터지자 화영을 쳐내면 지금의 상품이 그대로 보전될 거라 생각했다. 아님 이마저 안 되면 말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중은 이미지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원한다. 아이돌도 가요 쇼보다 예능에 나와야 더 흥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또한 그저 스토리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팬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가길 원한다. 오디션 쇼가 괜히 흥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요즘은 상품을 많이 만들어서 많이 깔고 다음 상품을 만들면 그만인 시대가 아니다. 하나의 상품에 어떤 스토리를 입히고 어떻게 가꿔 나가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티아라의 경우는 잘 나가고 있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멤버를 늘렸고, 또 경쟁체제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팬들과 소통해야 하는 이 시점에, 패밀리십이 중요한 트렌드에 너무나도 동떨어진 선택이다. 김광수 대표의 코어가 가요계 3대 기획사와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런 특정한 패밀리십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이 없다는 것으로 드러난다. 즉, 시스템의 부재이요, 연예 컨텐츠를 기획자의 근본적인 마인드를 돌아보게 하는 문제다.

사실,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이 사건은 어른답지 못한 어른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기도 하다. 팬들과 소통하는 스토리가 중요한 상황에 뻔히 예측되는 아이돌 멤버간의 갈등을 중재하지 못한 관리 시스템의 부재는 자신의 소속사 연예인을 상품으로만 보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 갓 스물 안팎의 아이들을 첨예한 경쟁관계에 던져놓고 일상, 갈등, 미래, 인생 따위는 신경도 안 쓰고 살인적인 스케줄로 내몬 어른들의 잘못이다.

일이 터지고 나서도 그렇다. 속에선 상처가 곪는데 고름이 문제였다며, 그것만 닦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캐시카우인 상품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하루하루가 인생이다. 멤버간의 불화와 다수에 의한 폭력인 왕따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해야 할 어른들이 이 문제 앞에서 택한 폭력적인 선택에 사람들이 치를 떠는 것이다. 이것이 티아라, 화영에 사람들이 감정이입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언론플레이를 할 것이 아니라 어른답게 아이들의 갈등과 상처를 돌보는 위기관리 로드맵을 세웠어야 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코어콘텐츠미디어,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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