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민박’, 女아이돌에게 절호의 기회인 이유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한동안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던 KBS2 <청춘불패 시즌2>가 구원투수로 이영자를 전격 영입하면서 ‘청춘민박’으로 포맷을 바꾸었다. 사연이 있는 시청자를 초대해 소원을 들어주고 고민도 함께 풀어보는 일종의 힐링 민박이 열린 셈인데, 따라서 사랑스러운 걸 그룹 멤버들이 만들어내는 아기자기하고 풋풋한 매력을 사랑해온 기존의 팬들에게서는 볼 메인 반응이 나올 법도 하다. 목소리도 한층 높아지고 리액션도 다양해지고, 일단 활기를 얻는 데엔 성공을 했다지만 아무래도 영자 엄마를 중심으로 딸 부잣집이라는 상황극이 만들어지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

내심 불만을 품는 남성 팬들도 꽤 있겠으나 생각해보면 효연, 보라, 예원, 수지, 지영, 다섯 명의 멤버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기회는 드물지 않을까? 연예인으로서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 잔뼈가 굵었고 산전수전 다 겪어본 대선배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사실 다른 프로그램에서야 다들 요즘 잘 나가는 걸 그룹 멤버라고, 나이가 어리다고 우쭈쭈 추켜 세워주기나 하지 싶다. 그러나 <청춘불패>에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 생전 만져본 적이 없었을 닭발이나 족발을 직접 손질해야 하고 이불 빨래도, 청소도, 설거지도 척척해내야 한다. 아기 손님이 있을 때는 아기를 잘 돌보는 것도 멤버들의 몫. 게다가 대충 하는 척만 했다가는 장난이긴 해도 영자 엄마의 불호령과 매타작이 떨어질 테니 일 하나는 제대로 배울 것 같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배운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예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재미난 상황이 만들어지는지 실전으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전수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빼놓았다가는 서운할 한 가지, ‘청춘민박’의 자랑거리는 영자 엄마와 멤버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만드는 음식들이다. 친엄마 같은 마음으로 준비한 저녁 식사, 형식적인 상차림이 아니라 재료 손질부터 내 식구를 걷어 먹이듯 정성을 다한 집 밥이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입에 침을 고이게 만든다. 매번 닭발 무침이며 삼계탕, 족발 등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을 장만해 손님들에게 대접을 하곤 하는데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이 삼복더위에 여간한 정성이 아니면 엄두를 못 낼 일이 아닐는지. 요리에 일가견이 있고 좋아하는 영자 엄마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나.









하지만 지난 주 청춘민박을 찾은 마산 무학여고 핸드볼 선수들은 의외로 음식을 만든 영자 엄마 팀을 꼴찌로 뽑았다. 저녁 밥상은 훌륭했으나 운동을 하느라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핸드볼 선수들에게는 승마장 견학과 캠프파이어가 그만큼 뜻 깊은 시간이었나 보다.

부모님께 처음으로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갖게 되자 핸드볼을 잘 할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는 유정이, 그런 유정이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며 아직 나이가 어리고 시간이 많으니 뭘 좋아하는지, 뭘 잘 하는지 차차 생각해보면 된다고, 무엇보다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걸 찾아보라고 조언하는 둘째 딸 효연, 그리고 너희에겐 누구도 뺏어갈 수 없는 시간이라는 재산이 있지 않느냐며 따뜻이 격려해주는 영자 엄마. 아마 멤버들에게도 잠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뜻 깊은 시간이었을 게다.

입맛도 취향도 천차만별로 다른 시청자의 구미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러나 빤한 얘기이긴 해도 가식 없는 진심은 어디에서든 통하고, 누구든 설득할 수 있기 마련이다. 귀엽고 깜찍한 G5와 세 명의 MC 이영자, 붐, 김신영, 이 여덟 식구가 진심을 가지고 꾸려가는 민박집 이야기가 여름 특집을 넘어 오래도록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그림 정덕주


[사진=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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