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력의 성과는 시간에 따라 복리로 불어난다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이수원(57) 전 특허청장은 취미로 마라톤과 섹소폰 연주를 즐긴다. 그는 지난 마라톤 대회 후 열린 달리기 동호회 뒤풀이 행사에서 섹소폰을 연주했다. 그 달리기 동호회 멤버인 나도 행사에 참석했다.

뜨거운 갈채 속에 앙코르 곡까지 들려주고 자리로 돌아온 그에게 물었다.

“얼마나 연습하면 그 경지에 오를 수 있나요?”

이런 질문에는 대개 “입문한 지 10년 됐다”는 식으로 ‘햇수’가 돌아온다.
대답의 형식이 뜻밖이었다.

“지금까지 1400시간 정도 연습했어요.”

매번 연습시간을 기록하고 집계한다는 얘기였다. 그는 연습시간을 관리하면서 알게 된 훈련과 기량의 상관관계를 들려줬다.

“실력이 계단식으로 향상되더군요. 그리고 그 계단은 초기일수록 다음 계단에 이르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계단 수평면이 긴 것이죠. 하지만 연습시간을 쌓아가면 어느 순간 다음 계단에 올라선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물었다.

“누적 연습시간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을 꾸준히 쌓아야겠군요. 몰아치기로 많이 연습했다가 한동안 놓고 지내면 솜씨가 녹슬겠죠?”

“그렇죠. 나는 불가피한 일이 없는 한 매주 연습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나중에 그에게 시간 기록과 계산 방법을 추가로 들었다. 그는 “간단하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주말에 한 번, 5시간 정도 연습합니다. 그럼 일년에 250~300시간이 됩니다. 연습량 1400시간은 약 5년 가까운 기간에 누적된 것이죠. 섹소폰 연주는 2007년에 시작했어요.”

그는 연습한 시간을 기록하면 “시간과 노력의 힘을 믿게 된다”고 말했다. 노력한 시간은 반드시 성취라는 보상을 준다는 것을 믿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말에 작곡가 길옥윤(吉屋潤)의 일화가 떠올랐다. 길옥윤은 한때 일본에서 활동했고, 당대 제일의 섹소폰 연주자로 명성을 날렸다.

길옥윤은 지인으로부터 트롬본을 연주하는 10대 청년을 추천받아 오디션 없이 자신의 재즈 오케스트라에 받아들인다.

1950년대 초반 어느날, 길옥윤이 그 젊은이에게 묻는다.

“자네, 재즈 곡을 몇 곡이나 외우고 있나?”

“300곡 정도는 연주할 수 있습니다.”

길옥윤은 “마음을 담아서 연주할 수 없다면 외웠다고 할 수 없네”라며 말한다. “자네 연주를 듣고 눈물을 흘린 사람이 있나? 한 사람의 마음에 말을 걸어 본 적이 있냐는 말일세.”



그는 이어 본론으로 들어간다.

“매일 자네의 온 마음을 담아서 한 곡씩만 외우도록 하게. 3년이면 1000곡이 넘지. 그것이 바로 진정한 프로가 되는 길일세. 자네가 음악을 계속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라는 점을 명심하게. 나는 인생은 얇은 종이를 한 겹 두 겹 겹치는 거라고 생각한다네. 그렇게 몇 년이고 쉬지 않고 겹친 두께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지.”

그 청년 마츠우라 모토오(松浦 元南)는 음악을 본업으로 삼지는 않는다. 대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거쳐 1965년에 주켄(樹硏)공업을 차린다. 주켄공업을 정밀 플라스틱 부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회사로 키워낸다. 마츠우라 모토오는 <주켄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길옥윤을 “내게 인생과 기업 경영의 모든 근본을 각인시켜 준 세 사람” 중 한 명으로 꼽았다.

두 사례는 시간과 노력에 대해 들려준다. 노력의 열매는 기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말하자면 노력의 성과는 시간에 따라 복리(複利)로 불어난다. 노력하는 사람과 노는 사람의 차이 같은 정도로 벌어진다.

복리의 힘은 이른바 ‘72의 법칙’에서 쉽게 확인된다. 72의 법칙이란 돈을 복리로 저축할 때 원리금이 두 배로 불어나는 연수를 간단히 셈하는 방법이다. 72를 이자율로 나누는 것이다.

이자율이 2%면 36년 뒤에 찾는 금액이 원금의 두 배가 된다. 이자율이 12%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이 6년으로 단축된다. 원금은 18년 뒤에는 여덟 배, 36년 뒤에는 64배로 불어난다. 이자율이 여섯 배인 경우 36년 뒤 원리금은 32배가 되는 것이다.

이자율은 노력에 해당한다. 일정한 기간에 남이 2% 노력하는 동안 12%를 쏟아 붓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땀을 여섯 배 흘린 사람은 36년 뒤에 남의 여섯 배가 아니라 32배의 성과를 거둔다. 이건 어디까지나 비유다. 실제로는 32배가 안 될 수도 있지만, 3200배가 될 수도 있다.

노력은 정기적금을 붓듯이 꼬박꼬박 기울여야 한다. 쉬는 기간이 길수록 전에 쌓아놓았던 노력 중 무위로 돌아가는 부분이 커진다. 얇은 종이를 몇 년 동안 겹친 두께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데, ‘쉬지 않고’ 겹쳐야만 그 두께가 나오는 것이다.

시간은 지렛대다. 노력한 기간이 길수록 지렛대가 길어진다. 노력을 다년간 축적한 뒤에는 남과 같은 힘을 들이더라도 훨씬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꾸준히 노력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젊을수록 좋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라 소소익선(小少益善), 즉 어릴수록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마라톤을 시작한 지 9년이 됐다. 마라톤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삶에 임하는 자세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꿔나갔다. 머나먼 42.195km도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완주하게 되듯이, 꾸준히 노력을 쌓아가다 보면 꼭 큰 결실이 돌아온다는 점을 자주 생각하게 됐다.

언젠가 우리가 마주칠 값진 성취는 우리가 지금 꾸준히 기울이는 노력이 주는 보상이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smitten@naver.com


[사진=특허청,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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