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유 - 사실 차에 꽃 달고 그랬지만 우리가 이럴 때가 아니야. 뭔가 좀 더 찾아야지.

MC킴 - 변화가 필요하지. 시대에 맞게. 얼굴을 좀 고칠까? 하하. <놀러와> 하는 동안 좋은 분들을 진짜 많이 만난 것 같아. 여러 가지 반응을 떠나서. 한 우물을 9년을 팠다고 생각을 해봐. 중간에 위기도……. 그렇게 큰 위기는 없었어.

MC유 - 무슨 소리, 있었지. 계속 있었지. 까먹어서 그렇지. 매주 이렇게 차타고 돌아다니면서 둘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MC킴과 MC유의 세상만사를 하면 어떨까.

-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서 유재석, 김원희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이하 <놀러와>) 400회 특집 방송은 색다르게 스튜디오 녹화에 앞서 유재석이 조촐하니 꽃으로 장식된 차를 직접 운전 해 김원희를 태우러 가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됐다. 방송국에 도착하기까지 꽃다발로 자축을 해가며 오순도순, 때론 툭탁거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두 사람. 한창이던 삼십대 초반에 만나 한 차례의 말다툼도 없이 어느새 불혹을 넘겼다고 하니 살면서 이처럼 편안한 친구 하나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삶이 아닐는지. 유유상종이란 말도,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옛말도 있지만 어쩜 둘 모두 이리도 9년을 한결같이 불편한 구석 하나 없을 수 있는지.

듣자니 2004년 첫 녹화는 리무진에 레드카펫까지 동원된 화려한 출발이었다는데 버라이어티 역사상 보기 드문 장수 프로그램임에도 400 회를 맞는 준비는 소박했다. 하지만 마음에 들었던 건 현재 프로그램이 벼랑 끝에 몰린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스스로들 솔직히 인정하고 또 반성하고 있다는 점. ‘지금 꽃을 달긴 했지만 실은 꽃 달 때가 아니다, 우리가 못해서 그렇다’며 씁쓸한 미소로 자책하는 MC유, 그리고 ‘요즘 딴 데로 놀러가는 분들이 많으신데 내가 한 분 한 분 찾아가 모시고 오겠다’며 웃음으로 받아치는 MC킴. 과연 명성에 걸맞은 환상의 호흡이다.






농담 삼아 유재석이 매주 이렇게 차를 타고 둘이 돌아다니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이를테면 ‘MC킴과 MC유의 세상만사’를 진행하면 어떻겠느냐 제안하는 순간 ‘좋아요!’하고 소리칠 뻔 했다. 물론 tvN <현장 토크쇼 택시>가 존재하는 이상 어불성설, 가당치도 않은 일이겠으나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하지 않은가. 어느 누가 그 차 동승을 마다하리오. 스타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쌍수를 들어 대환영, 만약 미리 예약이라도 받는다 치면 신청자 명단이 차고 넘치지 않을까?

그러나 안타까운 건, 아니나 다를까.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고 박명수, 노홍철을 비롯해 함께 해온 패널들이 하나 둘씩 소개되자 훈훈했던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수그러들더라는 사실. 그리고 미니 콘서트들이 이어지고 급기야 인기 하락의 단초 역할을 했던 ‘해결의 책’이 다시금 등장하자 출발할 때의 재미와 공감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뭐랄까. 아까 차 안에서 MC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 볼 때만 해도 “맞아, 맞아. <놀러와>가 어떤 프로그램이야. 다른 데로 눈을 돌리면 안 되지!”하며 의리를 재차 다짐했건만 스튜디오 분량에 이르자 “이래서 되겠어?” 하며 혀를 차는 상황이 되고 만 것.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아마 <놀러와>의 폐지에 반대할 게다. 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해온 두 MC 못지않게 시청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이 프로그램은 갖가지 추억이 담긴 인생의 한 페이지이니까. <놀러와>가 결방되고 정체가 모호한 파일럿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던 지난 주. 마치 수십 년 단골이었던 밥집이 예고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어설픈 퓨전 식당이 들어선 것처럼 그저 당혹스럽기만 했다.

무릇 정치를 하는 사람이든 방송을 하는 사람이든 대중의 마음을 잘 읽을 줄 아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아니겠나. 부디 시청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400 회 특집 방송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답이 이미 나와 있으니 말이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