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일본 나가사키(長岐)에 출장 갔다가 배운 얘기다. 나가사키 차이나타운 근처 일본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당 앞에서 일행을 기다리는데 길 건너편에 일본 주점이 눈에 들어왔다. 밖에서 보라고 내건 메뉴판에서 ‘串 やき’라는 메뉴를 봤다.

모르던 것도 저절로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는 일본어를 몇 단어밖에 모른다. 그런데도 串이라는 글자를 보고 ‘저 메뉴는 꼬치구이겠구나’하고 짐작했다. 가이드에게 물어봤다.

“저 글자는 일본에서 만들어서 일본에서만 쓰는 건데요. 꼬치를 나타내기 위해 그 모양으로 글자를 만들었어요, 재미 있죠?”

“그래요? 내가 알기로는 바다로 좁고 길게 돌출한 지형을 가리키는 ‘곶’이라는 한자인데요? 그건 나중에 확인하면 되겠고, 그럼 일본 사람들은 저 글자를 뭐라고 읽어요?”

“쿠시(くし)라고 해요.”

아, 꼬치구이를 일본말로는 쿠시야키(くしやき)라고 하는구나.

서울에 돌아와서 찾아봤다. 串은 곶의 한자가 맞았다. 그런데 가이드도 나도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串에는 무려 13가지 뜻이 있다. 꼬치와 곶은 그 중에 일부일 뿐이었다. 일본에서도 串은 바다로 좁고 길게 나온 지형을 가리킬 때에도 쓴다.

串은 꿰미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꿰미는 엽전 따위 구멍 뚫린 물건을 꿰어놓은 묶음이다. 꿰미를 뜻할 때 串의 음은 ‘천’이다.

그럼 꼬치라는 말은 곶이라는 발음에서 온 것일까? 여러 가지 재료를 곶처럼 길게 꿰어놓았다고 해서 '곶'이라고 했다가 발음이 '고치'로 변한 걸까? 그건 아닌 듯하다. 꼬치는 꼬챙이에 꿰었다고 해서 꼬치가 되었지 싶다.

串을 꼬치라는 뜻으로 쓸 때 한국에서는 이 한자를 ‘찬’이라고 읽는다. 꼬챙이를 뜻할 때도 발음은 '찬'으로 같다. 이는 중국 발음에서 유래됐다고 짐작된다.

오늘날 중국 사람들은 串을 '촨'으로 발음한다. 동사로는 '꿰다' '잘못 연결하다' 등으로, 명사로는 꼬치, 꿰미, (포도)송이 등으로 쓰인다.

양고기 음식이 유행하면서 찬(串) 글자가 길거리에서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음식점 간판엔 대개 羊肉串이라는 메뉴가 보인다. 우리식 한자음은 양육찬이다. 중국 발음도 肉만 빼고는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꼬치고 일본에서는 쿠시, 중국에선 촨이다. 꼬치이든 쿠시이든, 촨이든 串으로 통한다. 한국과 일본과 중국은 串처럼 꿰어진 나라고, 통하는 나라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smitten@naver.com


[사진=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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