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국립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백조의 호수>가 오는 12월 7일부터 12일까지 모두 5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2010년 12월 공연 이후 2년 만에 서울에서 만나는 공연이다.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이 예술감독을 맡은 이번 공연은 1969년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재안무한 버전이다. 국내 발레리노 김기민의 주역 캐스팅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마린스키 발레단 버전 <백조의 호수>와 내용이나 안무 스타일이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악마 로트바르트에 대한 해석이다. 마린스키 발레단 버전에서는 로트바르트가 지그프리트 왕자와는 별개의 인물인 악한 마법사로서 설정되지만, 그리가로비치 버전에서는 악마=지그프리트 왕자의 또 다른 내면, 즉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의 반대인 ‘악의 근성’으로 표현된다. 그 중 악마와 왕자가 한 몸을 이뤄 추는 '그림자춤(섀도우댄스)'은 이전까지의 <백조의 호수>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리가로비치표 안무다.

백조(오데트)와 흑조(오딜)를 1인2역으로 해 순수성의 극치인 백조와 악마적 관능을 극대화한 흑조를 한 명의 발레리나가 소화하도록 한 점은 두 버전 역시 비슷하다. 단, 그리가로비치 버전은 어떤 인물이 선하고 어떤 인물이 악한지를 구분하기 보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면을 한 인간의 마음속에서 크거나 작게 표현하여 현실적인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의 <백조의 호수>는 원작과 달리 왕자와 공주의 사랑이 이뤄지는 해피엔딩으로 유명한데, 그리가로비치는 이를 위해 차이코프스키 음악 악보를 전면 재편집해 경쾌한 풍을 살려냈다.



우리가 동화로만 알던 <백조의 호수>를 심리 묘사에 충실한 낭만 소설의 경지로 올려놓은 그리가로비치 버전은 무용수들에게 그 어느 <백조의 호수>보다 치열한 긴장감과 뛰어나고 깊이 있는 연기력을 요구하고 있다.

악마와 왕자의 남성 2인무, 광대의 36회전, 32회전의 푸에테 (fouette)가 나오는 흑조 오딜과 왕자의 2인무 솔리스트들의 기량이 보강된 각국 공주들이 추는 러시안춤, 스페인춤, 헝가리춤, 나폴리춤 등 민속무용의 묘미는 관객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오데뜨 및 오딜 역에 김지영, 김리회, 박슬기, 이은원, 왕자 역에 이영철, 정영재, 이동훈, 김기완이 출연한다. 2007년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로마국립오페라발레단의 초청을 받아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 바 있는 한국 발레의 대표 주자 김지영은 이동훈과 짝을 이뤄 12일 마지막 공연에 출연한다. 2007년 폴란드 우치 국제발레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오데뜨/오딜을 공연해 기립박수를 받은 바 있는 김리회는 뛰어난 파트너쉽과 지치지 않는 체력을 겸비한 정영재와 짝을 이뤄 8일 저녁공연을 책임진다. 국립발레단의 차세대 스타 무용수 이은원▪ 김기완 커플은 7일 첫날 공연과 11일 화요일 공연 이렇게 2회 무대에 오른다.

독일인 지휘자 에카르트 클렘(Ekkehard Klemm)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출 이번 <백조의 호수>가 막을 내리면 국립발레단은 <호두가기 인형>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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