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효리·유진·성유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나
- 90년대 후반 걸그룹 스타들의 10년 뒤 지금(1)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걸그룹은 인기의 정점을 지나면 각자 새로운 길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가장 흔하면서도 쉬운 선택은 솔로 여가수로 변신하는 방법이다. 주로 그룹의 인기 중심이거나 리드보컬의 경우에 많이 택하는 길이지만 언제나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한민국 곳곳에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가 퍼지던 시절, 걸그룹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1990년대 후반의 1세대 걸그룹 양대산맥인 S.E.S와 핑클의 리드보컬 바다와 옥주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모두 솔로 여가수로 잔잔한 인기를 얻었지만 그룹 시절의 인기만큼은 아니었다. 그것은 또 두 사람 모두 각 그룹 노래의 팔 할을 맡았지만 인기의 팔 할은 아니었기에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두 그룹 최고의 인기멤버들의 솔로 독립 과정은 순탄했을까? 걸그룹에서 솔로가수로 가장 성공한 멤버는 역시 핑클의 이효리다. 이효리는 핑클 시절에 보여주었던 이미지에 과감하고 솔직한 자신의 매력을 더해 한때 20대 여성의 워너비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가수로서의 인기는 많이 시들해졌지만 20대의 이미지에 벗어나 채식, 유기견, 환경 문제 등에 관심 많은 30대 여성의 아이콘으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다행히 <세잎 클로버>의 기억을 가슴 깊이 새겼는지 연기자로의 변신은 꿈꾸지 않는 걸로 보인다.

반면 핑클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성유리와 S.E,S의 최고 요정이었던 유진은 솔로가수로서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혹은 선택할 수 없었는지 모른다. 핑클 시절에도 가창력 논란으로 말이 많았던 성유리는 과감하게 연기 쪽으로 방향을 튼다. 물론 요정처럼 예쁜 얼굴이지만 한동안 성유리는 이번에는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샌가 <로맨스타운>과 <신들의 만찬>을 거치면서 썩 빼어나지는 않지만 여주인공 자리는 그럭저럭 해내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물론 중요한 건 한때 핑클의 멤버였던 스타일뿐 배우의 느낌은 아직까지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솔로 독립 후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 같았던 유진은 의외로 부침이 심했다. 가수로서 두 장의 앨범을 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그녀는 일찌감치 솔로가수의 길을 포기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실 가창력이나 음색 면에서 매력 있는 편은 아니다. <러빙 유>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기도 했던 그녀는 이후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진짜진짜 좋아해> 같은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다.

성유리처럼 연기력 논란은 없었지만 <천년지애> 같은 화제작도 없었다. 40%를 넘는 <제빵왕 김탁구>에서도 역시 유진의 연기는 거슬리진 않았다. 하지만 그 드라마에서 가장 묻히는 사람이 유진이었다. 유진은 훈련을 잘 받은 모범생처럼 연기하지만 그녀의 연기에서 감성이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을 찾아보기란 힘들었다.

오히려 유진은 그녀가 빛을 발하는 지점을 훨씬 뒤늦게 발견한 것 같다. <겟 잇 뷰티>같은 뷰티정보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능숙하게 진행을 이끄는 MC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자칫 가벼워지기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여고 학생회장처럼 능숙하고 차분하게 이끌어간다. <위대한 탄생3>의 MC가 된 유진은 아직 생방이 시작되진 않았지만 어쩌면 <위대한 탄생> 방송 이후 가장 위대한 MC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면 각각 베이비복스, 샤크라, 쥬얼리의 멤버였던 윤은혜, 정려원, 박정아는 위에서 말한 이들과는 다른 길을 다져가는 것 같다. 세 그룹 모두 핑클이나 S.E.S에 비하면 한 단계 낮은 인기를 구가했다. 그 중에서도 윤은혜는 베이비복스 시절에는 성유리 따라쟁이 정도의 이미지에 불과했다. 정려원은 또래인 이은과 함께 너풀너풀한 빨랫감 같은 옷을 입고 <한>을 부르던 샤크라의 귀염둥이 마스코트였을 뿐 가수로서의 특별한 매력은 없는 존재였다. 박정아는 쥬얼리의 리더이자 인기의 중심이었지만 그룹에서 탈퇴할 무렵에는 서인영은 물론 새 멤버들에게까지 묻힐 만큼 대중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아니, 그 때부터는 박정아 자체가 쥬얼리를 조금 버거워하는 것도 같았다.

어쨌든 세 명의 걸그룹 멤버들은 과감하게 가수의 길을 포기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택한다. 그리고 제법 긴 시간이 지난 다음 세 사람은 한때 음악프로그램에 등장해 춤추고 노래하던 걸그룹의 멤버가 아닌 연기자라는 느낌이 제법 드는, 그것도 독특한 영역에 위치한 탤런트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우선 연기의 정석이 아닌 방법으로 연기한다는 점에 있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윤은혜의 발성과 발음은 배우란 이름을 붙이기가 민망할 만큼 모두 어색하다. 정려원은 가끔 자신의 연기에서 감정 조절이 잘 안 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쥬얼리 시절부터 <웃어라 동해야> 때까지 박정아의 연기는 언제나 나무토막 같았다. 하지만 이 단점들이 세 사람에게 오히려 각각의 매력적인 요소로 변하는 지점들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들은 아이돌가수가 아닌 탤런트로 자리를 잡았다. 이들의 단점이 어떻게 장점으로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계속.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이효리 트위터, MBC, SBS, KBS, 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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