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내 덕분에 깡통 같은 드라마가 순금으로 변했다.”

배우 찰리 쉰이 내뱉은 말이다. 그는 TV 출연자 중 사상 최고 액수인 편당 180만 달러를 받고 어느 시트콤에 출연 중이었다. 배우 마틴 쉰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와 잘 생긴 외모 덕분에 쉽게 연예계에 진출해 승승장구했다. 그는 이 말뿐 아니라 그 시트콤 제작자를 “광대” “사기꾼”이라고 깎아내렸다. 이 말보다 더한 다른 행위 탓에 그와 그 드라마는 지난해 중도하차했다.

“나쁜 영화에서는 좋은 배우가 나올 수 없다.”

언젠가 배우 박중훈은 수상 소감으로 이렇게 말했다. ‘배우는 영화의 수준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뜻이겠다. “내게 주어진 이 상은 영화 덕분”이란 말이리라.

일부는 전체를 능가하지 못한다. 동어반복일 정도로 당연한 말이다. 배우는 영화를 능가하지 못한다. 영화가 있고 배우가 있지, 배우가 있기에 영화가 있지 않다.

부분은 아무리 뭉쳐도 전체를 뛰어넘을 수 없다. 뛰어난 영화배우 열한 명이 모인다한들, 열한 사람을 조율할 사람이 없다면 좋은 영화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영화는 영화배우의 합이 아니다. 전체를 부분의 단순 합보다 키우는 일은 리더가 한다. 영화의 리더십은 감독의 몫이다. 반대로 덜 떨어진 감독은 전체를 부분의 합보다 작게 줄인다.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다. 조직 역량의 상한은 리더에 의해 그어진다. 전체를 부분의 합보다 키우는 이도, 작게 하는 사람도 리더다. 이 세 명제는 내가 첫 직장에서 얻은 결론이다.

어느덧 내가 조직 역량의 상한을 정하지는 못할지라도, 부분의 합을 전체보다 크게 키우거나 작게 하는 자리에 이르렀다. 주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나와 함께 일하는 기자는 여덟. 여덟 기자가 하는 일의 합을 여덟보다 크게 하는 일이 내 역할이다. 아홉까지는 가능하고, 열도 할 수 있다. 스물도 가능하다. 마흔은? 쉬운 일은 아니리라.

우리 아홉은 이번 주에 창간 27주년 특집호를 만든다. 평소와 비교해 두 배 일한다. 봄밤 벚꽃 흐드러지게 피었겠다. 내일은 일찍 집을 나서리.


칼럼니스트 백우진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cobalt@joongang.co.kr


[사진=영화 '체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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