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함민복 시인은 ‘눈물은 왜 짠가’라는 짠한 시를 썼다. ‘눈물이 짜기는 왜 짜, 소금 성분이 들어있으니 짜지’, 이렇게 생각한다면 꼭 그 시를 읽어야 한다. 눈물은 어머니의 짠한 마음이 녹아서 짠 거다.

‘눈물은 왜 짠가’가 아니라 ‘소금이 왜 짠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대학생들이 있었다. 나처럼 의아해하는 분도 계시리라. 소금이 짠 성분이니까 짜지, 그게 어떻게 논쟁 거리가 될까?

엄혹했던 박정희 시대 반독재 투쟁을 벌이던 시절 얘기다. 대학생 시국사범들이 교도소 한 방에 던져졌다. 열정과 지적인 호기심이 넘치는 수감 대학생들은 토론을 벌이다 논쟁으로 치닫곤 했다. 가끔은 황당한 주제가 올려졌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소금은 왜 짠가’였다.

대학생들은 ‘입자파’와 ‘이온파’로 나뉘었다. 입자파는 “소금 알갱이 자체가 짠 맛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이온파는 “소금은 물에 녹으면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으로 분리된다”며, “우리가 느끼는 짠 맛은 이온의 작용”이라고 맞섰다. 이온파는 음극과 양극을 소금물에 담가서 나트륨과 염소를 분리하는 실험을 배우지 않았느냐고 설명했다. 논쟁은 상대 진영을 인신공격하는 양상으로도 흘렀다.

논쟁이 거듭됐으나 두 진영의 간극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결론에 이르는 길이 보였다. 한 사람이 형기를 마치고 풀려나게 됐다. 두 진영은 그에게 특이한 부탁을 한다. “나가면 꼭 백과사전을 찾아서 소금이 왜 짠지 알려다오.”

얼마 후 교도소에 엽서가 도착했다.

“학우들, 소금은 알갱이가 아니라 이온으로 변해서 짠 거라네. 건승을 비네. 아무개.”

이 얘기를 보낸 이가 이온파였다면 대립은 종식되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 진실을 전하라는 임무를 받아 ‘특파된’ 대학생은 입자파였다. 팽팽하던 긴장은 금세 풀려버렸다. 교도소 그 방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소설가 김영현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낸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에서 읽은 얘기다. 내가 이 짭짤한 얘기를 제대로 전했는지 자신이 없다. 궁금한 분은 직접 읽으시길. 김영현 작가는 아시아경제신문에 ‘짐승들의 사생활’ 소설을 연재한다.

고등학생인 둘째 아이에게 ‘소금이 왜 짠가’ 물었다. 둘째는 이온파였다. 정답. 그러나 내 의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이 함께 짠 맛을 내는 건가? 둘 중 하나가 짠 맛을 내는 게 아닐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짠 맛은 나트륨 이온의 작용인 듯하다. 그런데 나트륨은 혈압을 올려, 많이 섭취하다보면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의 위험에 노출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소금을 많이 섭취한다고 알려졌다.

짠맛을 내면서도 혈압을 올리지 않는 물질을 찾아내 음식에 간을 하면 어떨까? 칼륨이 그런 물질이다. 칼륨은 몸 속의 나트륨을 소변으로 배출함으로써 나트륨으로 인한 혈압 상승 압력을 상쇄한다. 칼륨이 많이 든 음식으로는 양파 감자 당근 미나리 토마토 김 사과 등이 있다.

그럼 나트륨과 칼륨을 섞은 ‘합성 소금’을 만들면 어떨까? 이미 나왔다. 보통 소금에는 나트륨이 88% 들어 있다. 저나트륨 소금은 염화칼륨을 첨가해 나트륨 함량을 28~60%로 줄인 제품이다.

그러나 칼륨에도 부작용이 있다. 칼륨 과다섭취는 호흡곤란 가슴통증 심장마비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짠 음식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을 순하게 바꾸는 게 정답이다. 설렁탕이나 라면 국물을 남김없이 들이키는 옛날 식습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라면 스프의 소금 함량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는 엉뚱하다. 스프는 면을 맛있게 먹도록 하는 맛내기 용이지, 물에 풀어서 마시는 용도가 아니다.

짠 맛을 둘러싼 싱거운 얘기였다. 난 싱겁고 심심한 사람이 되련다. 이건 틀린 얘기일지 모른다. 난 워낙 싱겁고 심심한 존재라서….

칼럼니스트 백우진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smitten@naver.com

[자료]
김영현,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 2007

[사진=마이헬씨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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