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 프린스>, 책이라서 재미없는 게 아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기대가 커서일까, 아니면 강호동과 북토크와 퀴즈쇼가 결합한 신선한 시도라는 과대광고 때문일까. 새로운 ‘예능’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달빛프린스> 1회는 주목받은 것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책이라는 소재와 토크쇼와 퀴즈와 시청자 참여와 벌칙과 강호동을 비롯한 MC진들 사이에서 그 어떤 연결고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왜 이 책으로 이런 이야기를 이들과 이런 방식으로 하는지에 대한 시청자 차원의 수동적인 동의조차 어려웠다. ‘책을 소재로 한 토크쇼를 강호동이 한다’는 아이러니가 빚어낸 아이디어, 여기서 몇 발짝 나가지 못한 듯 보인다.

아직 1회. 변화할 여지는 많고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확고한 콘셉트를 생각하면 변화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MC진의 호흡 문제나 구성의 허술함을 넘어서는 근원적인 보수가 시급해 보인다. 책과 기부라는 교양과 사회적 의의를 담은 기획의도를 풀어내는 태도와 방식이 격에 맞지도, 재밌지도 않다는 데서 대부분의 문제가 기인되는 것이다. 이는 프로그램의 캐치프레이즈는 명확하나 이를 담아내는 새로운 포맷이란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어수선함으로 연결된다. 탁재훈이 게스트로 출연한 이서진에게 우리도 잘 모르니 같이 이끌어가야 한다고 부담을 주고 강호동이 <무릎팍 도사> 나오지 괜히 고생하느냐고 말하는 게 순도 100%의 농담만은 아닌 것이다.

제작진도 출연진과 마찬가지로 좋은 취지, 귀여운 아이디어는 생각하고 있지만 구슬을 꿸 방법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 세트부터 명언과 책의 구절을 활용한 자막, 크레딧까지 신선하게 연출하긴 했지만 이 또한 신개념과 새로움에 대한 강박으로 느껴진다. 그 이유는 이런 외형을 제하고 나면 기본 뼈대와 웃음의 포인트로 삼고 있는 여러 부분에서 <안녕하세요>의 시청자와 보조 MC진, <상상플러스>의 벌칙과 탁재훈, <일밤-퀴즈프린스>의 퀴즈와 기부와 벌칙 시스템 등 기존 프로그램의 그림자가 느껴지고, 간판인 강호동의 전혀 달라지지 않은 특유의 몰고 가기와 정리식 진행은 익숙히 봐왔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날 하이라이트였던 첫 키스, 첫 경험 토크에서 강호동은 사라지기도 했다.

이렇게 새로움 없이 흔들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책이 맥거핀으로 머물렀기 때문이다. 북토크를 표방하며 기대를 불러 모았지만 정작 책은 프로그램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그저 소도구에 불과했다. <달빛프린스>는 책을 소개하는 데 방점을 둔 <느낌표>나 스타가 갖고 온 책으로 토의를 했던 <명랑히어로> 등의 다른 도서 관련한 예능과 비교해볼 때 책의 비중을 극도로 줄였다. 이해는 한다. 예전의 프로그램과 전혀 다른 시도를 하고 싶을 것이고 책과 재미가 주객전도되는 상황은 예능이란 틀 안에서 꼭 막아야 할 위험일 것이다.



허나 기본적으로 TV에서 책을 다룬다고 하면 이 두 매체를 이어줘야 한다. 황석영 작가가 뜬금없이 등장한다고 시청자들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지도 놀라지도 않는다. 책 내용을 빌미로 17금의 첫 키스, 첫 경험 이야기를 한창 하는 것도 단타를 칠 수 있을지 몰라도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만들어야 할 포맷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다. 책 이야기한다더니 실상 그렇지도 않아서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달빛프린스>의 흥행은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방송에서 다룬 책으로 관심이 이어졌을 때 나온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책을 퀴즈의 한 방편으로만 삼으면 그 책을 모르는 대다수의 시청자가 소외되는 시스템이 되고 만다. 시청자들이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재미없는 퀴즈쇼는 애초에 성립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는 건 탁재훈이 터트리는 애드립과 게스트의 예능감인데 기복이 심할뿐더러 책이란 한정된 울타리는 애드립을 마구 양산할만한 적절한 도구도 아니다.

북토크를 표방했다면 책을 매력적으로 포장해야 한다. 책에 관심을 갖고 읽어보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설득할 수 있는 장치가 없이 퀴즈를 푼다면 그 책을 모르는 대다수의 시청자 입장에선 다른 쇼버라이어티나 토크쇼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아니, 모르는 이야기를 계속하니 지루해질 여지가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상금에 대한 간절함에 시청자들은 동참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왜 강호동은 음식 벌칙을 받아야 하며, 놓친 상금을 회복할 수 있는 <아빠의 도전>식의 ‘스핑크스쇼’ 미션은 왜 펼쳐야 하는지 갸우뚱하게 된다. 책에 대한 매력도를 높이고 상금에 대한 간절함을 부각하지 못한다면 이 프로그램의 핵심과도 같은 독서 퀴즈와 기부는 공허한 광고 카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런 것이다. 같은 KBS의 프로그램이자 <달빛프린스> PD의 성공작인 <안녕하세요>의 경우 공중파에서 보여준 신선한 시도였고, 그만큼 진통을 겪었다. 폐지 이야기가 거론될 만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한동안 시청률 답보 상태에 빠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시청자들이 단순 명확한 포맷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출연한 일반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연은 기본 지식이 필요 없고, 재미만 있으면 누구나 공감하거나 판단하거나 욕을 하거나 하는 등의 감정이입과 공유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장치다. 그런데 <달빛프린스>는 책을 읽지 않은 대다수 사람들의 감정이입과 공유를 이끌어낼 장치가 전무하다.

<달빛 프린스>는 <안녕하세요>를 생각해봐야 한다. 기존 토크쇼에서 다루지 않는 소재를 어떻게 소화하는지는 매력을 어떻게 공유하는지에 달렸다. 책을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책에 관심을 갖고 예습이 가능하게 될 때 <달빛 프린스>의 지금 포맷은 매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달빛 프린스>는 책보다 게스트, 게스트보다 MC진의 입담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듯하다. 책의 무게에 눌리지 않으려다 오히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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