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달리기를 고집하는 두 가지 이유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미니멀 러닝화’는 맨발로 달리는 것과 비슷한 여건을 주는 제품이다. 내게는 미니멀 러닝화가 여러 켤레 있다. 하나는 미국 어느 사이트에서 주문한, 제품가격보다 배송료에 더 많이 돈을 치른 샌들이다. 깔창과 끈이 30달러, 배송료는 35달러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 여름 맨발 달리기에 도전할 때에는 겁을 먹었다. 샌들을 주문할 때 두꺼운 밑창을 골랐다. 밑창은 4mm와 6mm 두 종류가 있는데, 6mm를 택했다. 밑창이 두껍고 뻣뻣하면 뒤꿈치 윗부분, 아킬레스건 부위에 건 끈에 걸리는 힘이 커진다. 그 결과 이 샌들을 신고 오래 달리면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겼다. 밑창 4mm였다면 증상이 덜하거나 생기지 않았을 게다.

비싼 샌들 값을 치르고 교훈을 얻은 뒤 나는 내 샌들을 만들었다. 신지 않거나 해어진 운동화의 깔창에 운동화끈을 위와 같이 꿰어 묶으면 된다. 거의 모든 집에 있는 남는 깔창과 끈을 쓰면 되니, 돈이 들지 않는다. 운동화 깔창은 의외로 질기다. 오래 신을 수 있다.

도로가 울퉁불퉁하거나 돌멩이나 모래가 많이 깔린 곳에서는 샌들을 신고 뛰었다. 공설운동장 트랙 같은 곳에서는 맨발로 달렸다.

맨발을 밀어내는 건 도로 상태뿐 아니다. 영하의 기온과 눈ㆍ얼음도 맨발을 거부한다. 첫 겨울엔 스포츠양말을 신고 그 위에 샌들을 신었다. 이번 겨울엔 미리 장만한 미니멀 러닝화 덕분에, 맵시를 갖추고 따뜻하게 달렸다. 아래가 바로 그 미니멀 러닝화다. 예전에는 러닝화, 요즘에는 태권도화라고 불리는 신발이다.



이 운동화의 장점은 기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저렴하다는 것이다. 샌들보다 훨씬 편하다. 가격은 1만원이 채 안 된다. 9800원. 샌들과 마찬가지로 제품보다 배송에 더 많은 돈이 든다. 반갑게도 국내 회사 제품이어서 배송료도 저렴하다. 관심이 있는 분은 온라인마켓에서 ‘NOVIMO 태권도화’를 검색어로 찾아보면 된다. 나랑 이 제품 제조회사는 무관하다. 나도 모르는 분한테서 똑 같은 말과 함께 이 제품을 추천받았다.

다른 제품은 뉴발란스가 내놓은 미니머스. 이름도 미니멀 러닝화임을 짐작하게 지었다. 정민호 러너스클럽 사장님의 추천으로 신게 됐다. 밑창이 딱딱하고 앞과 뒤의 두께가 일정해 앞발 착지에 적합하다. 볼이 넓은 점도 좋다. 모양을 챙긴다고 러닝화 볼을 좁게 하면 발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걸 제약한다. 발은 세로로도 아치가 있지만 가로로도 곡면이 있어 스프링 기능을 하는데, 볼이 넓어야 가로 아치가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



겨울에는 NOVIMO와 미니머스를 번갈아 신는다. 둘 다 보온과는 거리가 멀지만 발은 시렵지 않다. 손은 장갑을 두 겹으로 끼어도 시린데, 두 신발은 맨발로 신는데도 왜 발이 시리지 않은 걸까? 앞발 착지는 발을 많이 쓴다. 발의 모세혈관이 더운 피로 가득 채워졌다가 종아리로 올라간다. 이 과정 덕분에 앞발 착지하면 양말을 신지 않아도 발이 시리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 종류의 미니멀리스트 러닝화를 갖추었지만, 나는 가능하면 맨발로 달린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달리기에 가장 좋은 ‘신발’은 ‘맨발’이라는 점이다. 다른 이유는 홍보를 위해서다. 샌들을 신고 뛰면 사람들의 관심이 샌들에 맞춰진다. 화제를 맨발로 끌고 가기 어렵다. 나는 맨발 달리기의 좋은 점을 알리면서 나를 홍보하려고 한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smitt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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