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 역사적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린다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46년(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이 걸렸다. 그 분들의 아픔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용기, 어마어마한 삶에 대한 의지와 강인함, 그리고 희망을 이 작품에 담아내고 싶었다.”

일본군 위안부의 삶을 이야기하는 모노드라마 <페이스>(Face)와 가 지난 4일 개막했다.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 자신의 얼굴,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얼굴을 그리는 한 할머니의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있는 연극이다.

배우 김혜리가 작품의 연출과 극작까지 맡은 작품이다. 김혜리는 “2차 세계대전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간 수많은 한국 여성들의 증언집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작품을 다 만든 뒤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찾아뵈었다”고 전했다.

작품을 만들면서 할머니들을 직접 인터뷰하지 않고 만든 후에 대면한 이유에 대해, “그분들의 이야기 전부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로 만들려고 작정한 게 아니었다. 또한 연극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잘 아는 매체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추가적으로 “지난 국립국장 공연 시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초대하고 싶어서 문의를 드렸더니, 노환으로 광주에서 서울까지는 올라오기 힘들겠다는 말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페이스>는 2010년 에딘버러 프린지 연극제에서 약 한달 동안 공연해 The British Theater Guide의 최고 평점인 별 다섯개를 받았다. 영어 공연을 위해 ‘메리 콘웨이’가 자원해서 연기지도 및 예술자문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메리 콘웨이’는 미국에서 모노드라마의 독보적인 존재로 불리는 안나 드비어 스미스의 연기를 10년간 지도했던 전문가.

해외 공연에선 ‘충격적이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혜리는 “해외에서 공연을 하다보면 ‘위안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외국인들이 많았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이야기라 더더욱 충격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혜리는 5세 소녀부터 82세 할머니를 연기한다. 배우 한 명을 통해 6명의 인물을 만나는 모노드라마의 매력이 가득하다. ‘그림을 그린다’는 이미지를 보다 효과적인 연출로 그려 낸 점이 강점. 주인공은 위안부들을 기억하고 그리기 위해 그녀들의 얼굴을 그린다. 단 한명의 배우, 큐브 두 개와 스크린 위의 영상만으로 수많은 이야기, 장소, 인물들이 창조된다.

‘일본군위안부[日本軍慰安婦]’는 일제에 강제 징용되어 일본군의 성욕 해결의 대상이 된 한국·대만 및 일본 여성이라고 정의된다. 수십 년간 일본정부는 2차 세계대전 동안 20만여 명에 달하는 여성들을 강제로 성적노예로 만든 사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왔다.

전쟁을 위해 동원된 성노예나 다름 없었던 ‘위안부’는 하루에 25-35명의 군인을 상대해야 했던 소녀들이었다. 연극 <페이스>는 “위안부 문제는 과거일이 아니다. 현재다.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이 연극을 꼭 봐야 될 이유이기도 하다.

극단 ETS의 <페이스>외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은 계속 나오고 있다. 악극 ‘꿈에 본 내 고향’, '반쪽으로 날아온 작은 새', ‘나비’등에 이어 최근엔 ‘빨간시’, ‘꽃 할머니’까지 계속 공연되고 있다.

미처 다 자라지도 못한 소녀들의 순결과 꿈은 처참히 짓밟혔다. 더더구나 그들은 가족에게서조차 버림받았다. 그도 아니면 가족에게조차 숨기고 살아가야 했다. 그녀들이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걸어 나와 ‘사람답게 떳떳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야 하지 않을까. 연극 <페이스>는 21일까지 정보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코르코르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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