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2010년 초연된 뒤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는 장수 연극<옥탑방고양이>를 이제야 만났다.

왜 이제야 만났나. 오픈 런 공연에 대한 이상한 안도감과 ‘단순히 웃고 넘겨버리는 인기 연극’ 아니야 하는 근거 없는 선입견 때문이다. 선입견은 공연이 시작되고 30분 뒤에 무너졌고, 이상한 안도감은 곧 뒤늦게 연극을 접한 후회로 탈바꿈 했다.

가벼운 농담으로 채워 진 초반 10분은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았다. 그 뒤 1시간 30분이 흡인력 있게 관객을 끌어당긴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커플 관객들의 웃음소리도 유쾌하게 다가왔다.

동명 소설에 이어 드라마로 만들어진 ‘옥탑방 고양이’는 2003년 MBC에서 방영된 김래원과 정다빈의 알콩 달콩한 흔적으로 기억되는 작품. 물론 연극 <옥탑방 고양이>를 만나보기 전의 코멘트이다. 연극을 보고 나면, ‘서울 메이트이자 소울 메이트 연극’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르게 될 것 같다.

연극은 집주인의 이중계약으로 인해 청춘 남녀가 옥탑방에서 원치 않은 동거를 하게 되며 일어나는 유머와 에피소드를 담아낸다. 작품의 외피는 미스터리액션코믹로맨스인데, 내피는 88만원 세대의 아픔과 상처, 부녀의 사랑이다. 그 결과 지극히 가볍지만도 무겁지만도 않은 연극으로 다가오게 된다.

원작소설과 드라마에는 없는 ‘말하는 고양이’가 작품 이해를 풍성하게 한다. 정은과 경민 커플의 분신이 바로 말하는 고양이 ‘겨냥이’와 ‘뭉치’다. 정은과 경민 동거를 한쪽에서 보여 준 뒤 다른 한 쪽에서는 겨냥이와 뭉치의 동거를 영리하게 크로스 시키며 보여준다. 고양이와 사람의 대화가 묘하게 어긋나는 지점도 ‘사랑의 속성’과 닮아있는 구석이 있어 고개를 끄덕거리며 경청하게 된다.

<옥탑방고양이>는 소극장 연극이다. 소극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1인 다역은 필요한 설정. 고양이 커플은 멀티맨으로 분한다. 이중계약을 하고 멀리 여행을 떠난 집주인은 물론 정은의 부모님, 동거 전초전에 꼭 필요한 열쇠 집 아저씨, 택배기사, 정은의 남자친구, 경민의 부잣집 여자친구 등 종횡무진 무대를 누빈다. 객석과의 호흡도 놓치지 않으면서 관객을 쥐락펴락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옥탑방고양이>의 조립식 무대는 많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무대 마술이란 바로 이런 것. 꼭 스펙타클한 무대를 보여줘야 만 관객이 좋아하는 게 아니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는 무대다. 물론 정세혁 연출(이전 ‘옥탑방고양이’를 연출한바 있다)의 <보고싶습니다> 기발한 연극 무대가 떠오르기도 했다.

<옥탑방고양이>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공략한 장본인이다. 평일 5시, 토요일 9시20분, 월요일 공연은 20대 초반 대학생층, 직장인 심야데이트족, 월요공연마니아층의 관객들까지 사로 잡으며 굳건히 흥행 1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배우 송광원 한초아 커플의 사랑스런 파워가 좋다. 고양이 커플 배우 최설 강민정의 능청스럽고 완급을 조절하는 연기는 그들의 차기작도 챙겨보고 싶게 만들었다.

강유선 연출이 힘을 보탰다. 배우 박은석 김형욱 송광원 염성연 박혜미 한초아 이지혜 최유진 최 설 장 용 이대호 최용식 강민정 길하라 이미래 이나라 등이 출연한다. 오픈런으로 대학로 틴틴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옥탑방고양이>는 3주년을 맞이해 금요일 2시 공연을 1만원이라는 특별할인가로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배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맥주파티]도 열린다. 4/11, 4/17, 4/18, 4/25 8시 공연 종료 후 모든 관객 1,000명에게 에페스 맥주를 쏠 예정이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악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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