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혹의 카리스마 ‘니키아’와 드라마틱 ‘솔로르’의 탄생

[엔터미디어=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지난 11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니키아’와 ‘솔로르’는 고도의 테크닉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파드되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니키아’역 무용수 이은원은 연인 ‘솔로르’에게 배신당해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인도 무희의 슬픔을 절제된 듯 유려하게 표현해냈다. 곧 몽환적인 ‘망령의 왕국’ 장면에서는 찬란한 테크닉을 밑바탕에 깐 채 객석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연기까지 소화해냈다.

젊은 왕자 ‘솔로르’로 나선 무용수 김기완은 우선 확신에 찬 움직임과 표정이 눈에 띄었다. 3막에서 그의 연기는 더욱 빛났다. 아름다운 ‘니키아’의 망령을 따라가는 ‘솔로르’에게 현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를 바라보는 관객 역시 한 편의 꿈을 꾼 듯 발레 장면에 빠져들었다. 김기완의 시원한 점프력과 회전 역시 뛰어났다. 다만 이날 눈에 띄는 실수를 보인 점이 아쉬웠지만 그마저도 격려의 박수를 이끌어낼 만큼 진심을 담아 무대에 섰다. 두 젊은 무용수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무대였다.

두 주역 이상으로 빛나는 무용수 한 명이 더 있었으니 바로 ‘감자티’ 역을 맡은 박슬기다. 도도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감자티’ 역을 이보다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무용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동작 하나 하나가 정확했다. ‘솔로르’와 ‘니키아’의 관계를 훼방 놓는 장면 역시 얄미울 정도로 영리하게 표현했다. 이 장면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섬세한 노력을 기울인 무용수임이 틀림없었다. 그 결과 13일 단 하루 그녀가 분할 ‘니키아’는 어떤 색채일 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을 지닌 <라 바야데르>는 무희 니키아와 그녀와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한 전사 솔로르, 라자 왕후의 딸 감자티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이야기가 주요내용.



1995년 초연 이후 18년 만에 찾아오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러시아의 거장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이다. 120여명의 무용수, 200여벌의 의상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급 발레이다.

<라 바야데르>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3막에서 펼쳐지는 망령의 왕국 군무. 어슴프레한 조명을 받으며 경사진 계단을 통해 일정한 아라베스크 동작을 반복하며 내려오는 무용수 32명의 움직임은 신비한 매력이 가득했다. 새하얀 튀튀와 스카프를 두른 채 쉐이드 군무를 보여주는 이 장면은 발레 블랑(백색 발레)의 진수를 선사한다.

2막은 남녀노소 관객 모두 즐거워하는 인도 궁중 무희들의 부채춤과 물동이춤, 앵무새춤, 전사들의 북춤, 남성 솔로 춤인 황금신상의 춤 등이 이어졌다. 특히 온 몸을 금가루로 무장한 무용수가 최고의 테크닉을 선 보이는 장면이 백미다.

2011<지젤> 의상을 담당했던 이태리 최고의 무대 의상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 텔리가 디자인한 하늘하늘한 재질이 돋보이는 우아한 의상 약 200벌을 선보였다.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더욱 환상적인 색감을 자랑했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4월 9일부터 14일까지 총 7회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무용수 김지영·이동훈, 김리회·정영재, 이은원·김기완, 박슬기·이영철, 김용걸 등이 출연한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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