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으로 초대하는 주크박스 뮤지컬 <젊음의 행진>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말해줘(지누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박미경)’, ‘핑계(김건모)’, '흐린 기억 속의 그대(현진영)', ‘하얀 바람(소방차)’, ‘날개 잃은 천사(룰라)’, ‘깊은 밤을 날아서(이문세)’, ‘보랏빛 향기(강수지)’, ‘오직 하나뿐인 그대(심신)’”

추억은 힘이 세다고 했는가. 90년대 대중가요가 줄줄이 흘러나오자 자동 반사로 웃음을 지으며 그 시절로 추억여행을 떠나게 된다. 추억을 함께 한 관객들의 환호성과 열기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지난 4월 24일 단 하루 열린 <젊음의 행진> 콘서트 버전을 즐기고 왔다. 뮤지컬을 콘서트처럼 즐기는 ‘광란의 밤 gogo DAY’를 마련한 것. 원조 멤버인 임기홍(영심이 형부 역)과 전아민(상남이 역)이 출연해 초연 공연의 행복을 만끽하게 했다. 관객들은 입구에서 받은 야광봉을 흔들고 기념 촬영을 하는 등 색다른 즐거움을 느꼈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90년대의 대표적인 만화 캐릭터 ‘영심이’가 33살로 성장한 이후의 이야기다. 한마디 더 보태자면, 뿔태 안경을 쓴 채 한결같이 영심이를 따라다니던 순정남 왕경태가 라식수술을 한 뒤의 이야기다. 공연기획자가 된 어른 영심이와 안경을 벗고 이미지가 180도 변신한 전기회사 직원 왕경태가 어른이 되서 다시 만난 것.

영심이와 왕경태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8090 시대를 대표하는 가요들로 꽉 채운 주크박스 콘서트 뮤지컬이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은 '8090 젊음의 행진' 콘서트를 준비 중인 극장이다. 즉 관객은 극중극을 함께 보게 된다.

2007년 초연 된 <젊음의 행진>에서 가장 기발한 장면은 ‘너는 왜(철이와 미애)’와 ‘달빛 창가에서(도시의 아이들)’를 적절하게 믹스시켜 “이온화 경향~칼카나마알아철”으로 시작되는 화학기호 암기송으로 개사 한 넘버. 이 넘버가 “칼국수 카레라이스 나는 마구 먹고 싶어 알게 뭐야 내 몸무게 아, 철렁 내 뱃살‘이란 가사로 이어지면, 답답한 교실에 앉아있을 중고등학생들을 불러 모아 함께 뮤지컬을 즐기고 싶어지니 말이다. 좀처럼 외우기 힘든 마법의 화학기호를 신나는 뮤지컬에서 배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뮤지컬이다. 홍콩 영화 속의 주윤발, 영화 우뢰매, 터미네이터, 배우 브룩쉴즈, 이승철의 ‘소녀시대’, 뉴키즈온더블락 의 ‘스텝 바이 스텝’을 듣고 보고 자란 세대라면 더더욱 이 작품을 내치기 힘들다. 물론 유명 노래를 이어 만든 쥬크 박스 뮤지컬 특성상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보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온 연령대가 함께 보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이만한 뮤지컬도 없을 듯 싶다.

<젊음의 행진>을 보고 나면, 주인공 영심이와 경태 외에도 기억나는 캐릭터가 한명 더 있다. 바로 여성보다 더 여성스런 포즈와 말투로 관객을 사로잡는 ‘상남이’다. 여고시절 한번쯤 만나봤을 법한 중성스런 여고생 역이다. ‘상남이’가 늘씬한 허리를 흔들며 김건모의 ‘핑계’를 부르는 장면은 압권.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마스코트로 자리 잡은 듯 했다.

‘광란의 밤 gogo DAY’의 드레스 코드는 커튼콜의 에너지를 한 단계 업 그레이드 시키는 상남이의 스트라이프 의상을 따온 것.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조인성’역으로 주목을 받았던 배우 전아민이 영원한 핑계걸과 이상남 역으로 캐스팅 됐다.

초연 이후 6번째 공연되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오는 6월23일까지 만날 수 있다. 배우 이정미, 유주혜, 이규형, 김사권, 임기홍, 전아민, 최정화, 우찬 등이 출연한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PMC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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