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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소리나는 글자를 ‘목(木)’으로 쓴 사연
기사입력 :[ 2013-05-07 11:14 ]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마’ 발음은 삼국시대 이래 ‘木’으로 표기했다. 고구려는 곰을 功木으로 적었고 ‘고마’라고 읽었다. 신라는 일곱을 ‘나마’라고 했는데, 若木이라고 적었다.

‘마’ 소리가 나는 글자로 한자 木을 쓴 사례는 더 많다. 우선 ‘마포’가 있다. 앞개라는 뜻인 ‘마포’를 木浦라고 적었다.

다른 낱말이 남산의 옛 이름인 木覓이다. 옛 사람들은 여기에 ‘뫼 山’을 덧붙여 木覓山이라고 썼다. 木覓을 옛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마뫼’라고 했으리라고 추정된다. 이렇게 짐작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南은 남쪽도 뜻하지만 앞을 가리키기도 한다. 南山에서 南은 앞을 뜻한다. 따라서 南山은 남쪽에 있는 산이 아니라 앞에 있는 산을 뜻한다. 남산은 ‘앞산’이고, 앞산의 순우리말은 앞을 뜻하는 ‘마’와 산의 우리말인 ‘뫼’가 합쳐진 ‘마뫼’다. 남산의 옛 이름은 우리에게 木覓이라고 제대로 전해졌건만, 우리는 이를 ‘목멱’이라고 잘못 읽는다.

메밀도 관련이 있는 단어다. 다산은 ‘아언각비’에서 메밀을 ‘교맥(蕎麥)’이라는 표제어로 올렸다. 다산은 “교맥은 오맥(蕎麥者 烏麥也)”이라고 설명한다. 메밀이 검은 빛을 띤다는 말이다. 다산은 교맥의 다른 이름을 몇 가지 제시한 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木麥이라고 쓴다고 지적한다. 이어 木麥을 우리말로는 ‘모밀’이라고 읽는다고 설명한다. 원문은 ‘放言云 모밀’이다. 여기서는 ‘모’ 발음 글자로 木을 썼다.

木 발음을 생각하게 하는 또 다른 낱말이 무궁화다. 무궁화는 중국에서 건너온 한자 단어 ‘木槿花’에서 나온 이름이다. 이를 조선시대에는 ‘무긴화’라고 읽었다. 사람들은 무긴화의 꽃이 오랫동안 피고 지고 또 피는 모습에서 ‘무긴’과 발음이 비슷한 ‘무궁(無窮)’을 떠올리게 됐고, 여기에서 무궁화라는 새 이름이 만들어졌다. 木의 중국 발음은 ‘무’였고 지금도 그렇다.

중국에서는 木을 ‘무’로 읽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래 木을 이와 비슷하되 조금 다른 ‘마’나 ‘모’로 발음하고 그런 발음의 우리말 표기에 활용했다.

확인할 길이 없는 가설을 하나 제기하면서 글을 맺는다. 木은 ‘마’와 ‘모’ 사이의 중간 발음, 그러니까 ‘ㅁ 아래 아래아’ 음에 쓰인 한자가 아니었을까?

칼럼니스트 백우진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smitten@naver.com

[사진=마포구청]

[자료]
임소영, 풀꽃이름- 무궁화, 한겨레신문, 2007.8.7
정약용 저ㆍ정해렴 역주, 아언각비ㆍ이담속찬, 현대실학사, 2005
김수경, 고구려·백제·신라 언어 연구, 한국문화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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