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의 달에 만나는 토슈즈를 신은 한국의 고전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효(孝)'가 써진 커다란 장막이 걷히자, 따뜻한 색감의 도화동 심학규의 집이 펼쳐졌다. 곧이어 폭풍우 몰아치는 인당수 선상에서의 선원들의 군무가 이어졌고 공양미 300석에 팔려간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이 펼쳐졌다. 영상으로 투사되는 심청의 바닷가 영상은 리얼함을 더했다.

창작 발레 2인무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심청과 왕이 달빛 아래에서 펼치는 ‘문라이트 파드되’에서는 실제 부부이기도 한 황혜민 엄재용의 환상적인 호흡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왕비가 된 심청이 맹인잔치를 열어 아버지와 상봉하는 장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심청이 왕비가 되어 나타나자 이에 놀란 심 봉사가 눈을 번쩍 뜨는 장면까지 따뜻한 가족 사랑의 마음, 애틋한 부녀애를 느끼게 했다.

심청 역 황혜민, 아버지 역 김현우가 고전의 스토리를 잘 살려냈다. 선장 역의 이동탁은 힘이 넘치는 무술 동작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황혜민은 능숙한 테크닉과 가벼운 움직임은 물론 효심 가득한 소녀 이미지를 공감 가도록 선 보여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1986년 초연 후 전세계 10개국에서 200여회 공연된 <심청>은 우리 고전을 소재로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심청의 효를 발레로 풀어낸 작품이다. 지난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심청>은 국립레퍼토리 시즌 국내우수작’으로 선정돼 1986년 초연했던 국립극장으로 27년 만에 귀환하게 됐다.

2011년부터 시작된 ‘유니버설발레단 월드투어’의 메인 레퍼토리이기도 한 <심청>은 발레 한류를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심청>이 해외 관객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글로벌 공동 창작이 한 몫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1대 예술감독인 애드리언 댈러스가 안무를, 작곡가 케빈 픽카드가 음악을, 실비아 탈슨이 의상디자인을 맡았다. 대본은 원로평론가 박용구, 무대는 김명호 등 한국 스태프가 맡았다.

발레에 맞게 디자인된 전통 의상을 입었으나 <심청>의 모든 무브먼트는 철저히 클래식 발레 동작에 기반하고 있다. 해외의 평단과 관객이 <심청>을 보고 공통적으로 감탄하는 부분이 바로 ‘동서양의 아름다운 조화’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심청>의 또 다른 매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는 '효(孝)'를 강조하는 주제, 2011년부터 새로 도입된 수중 영상미에서 찾을 수 있다. 수중 영상을 도입해 발레를 디지털화 시킨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심청의 아역으로 나오는 어린 무용수들의 귀여운 동작도 매 공연에서 찬사를 받는다. 이번 <심청>에서 5세 심청은 이나예▪이예정, 10세 심청은 문신월▪서종민이 번갈아 가며 나선다.

단,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깝지 않은 탓에 무용수들의 드라마틱한 표정연기를 세심하게 살펴 볼 수 없는 점은 아쉽다.

심청 역의 황혜민 강예나 팡 멩잉 김나은, 선장 역의 이동탁 이승현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왕 역의 엄재용 동지아디 예브게니 키사무디노프 등이 출연한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