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혜교·김민희는 어떻게 연기력 논란 극복했나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작품마다 통과의례처럼 연기력 논란을 겪는 배우들이 있다. 특히 얼굴 예쁜 여배우들을 향한 질책이 상당한데, 당사자로서는 내심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십상이다. 물론 그 심정도 이해가 간다. 솔직히 몇몇을 제외하고는 고만고만한 도토리 키 재기가 아닐는지. 그러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또 억울한 것이, 연기가 통 느는 기색이 없어 늘질 않는다고 했을 뿐인데 난데없이 미모나 질투하는 한심한 인간으로 몰리니 기막힌 노릇이 아닌가. 글쎄? 볼수록 예뻐서, 너무 부러운 나머지 트집을 잡자고 연기력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을까? 뭐 그런 이가 있긴 하겠지만 대다수는 진심으로 답답해서 하는 얘기일 게다. 드라마 주인공이라는 게 쉽사리 오는 기회가 아닐 진데 누군 평생을 손꼽아 기다릴 기회를 허구한 날 날려 버리지 않나.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질책을 받아야 마땅할 사람은 수십 년이 지나도 그 나물에 그 밥인 몇몇 중견 연기자들이지 싶다. 사람이 뭘 하날 파고들면 이력이라는 게 생길 법도 하건만 어쩜 그리도 긴 세월 동안 한결 같으신지 원. 그중 출발부터 단아한 외모 덕에 숱하게 주인공을 섭렵했었고 지금은 어머니나 할머니 역을 맡고 있는 한 연기자는 참 꾸준히도 연기를 못한다. 허술한 연기가 극의 흐름을 툭툭 끊어 놓는데다가 과도한 시술의 흔적이 몰입을 방해하는지라 계속 배역이 맡겨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인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장유유서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 모양이다. 뒷말은 들려도 대놓고 비난들은 아니 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 분이 30여 년 전, 한 차례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였던 적이 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유명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나이 어린 내 보기에도 일취월장한 실력이어서 감탄해마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음 작품부터는 도루묵, 다시 그 모양으로 돌아갔고 그리고 지금껏 쭉 그대로다. 그렇다면 왜 그 한 작품에서만 연기를 잘 했던 걸까? 짐작컨대 작가의 역량 덕이지 싶다. 작가가 연기자를 잘 파악해서 잘 할 수 있게끔 대본을 써준 것이라. 물론 음으로 양으로 압박이 대단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작가인지라 연기자 또한 자의든 타의든 혼신의 힘을 다했을 테고. 어쨌거나 확실한 건 작가만 제대로 잘 만나면 연기 변신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 좋은 예를 찾아보면 이번 제 4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연애의 온도>로 영화 부분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김민희. 그녀 또한 2006년 노희경 작가의 KBS <굿바이 솔로>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연기력 논란을 피해가지 못하는 배우였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그녀 특유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었고 그 이후 부단한 노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해온 끝에 드디어 최우수연기상이라는 영예까지 얻지 않았나.

아마도 작가와의 긴밀한 소통의 결과였을 터, 얼마 전 종영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호평을 받은 송혜교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연기가 확연히 달라진 시점 역시 노희경 작가의 KBS2 <그들이 사는 세상> 때부터가 아닌가. 작가가 배우에 대해 얼마만큼 잘 아는지, 얼마나 통하는 사이인지,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지, 그에 따라 배우가 어디까지 달라질 수 있는지 그 둘이 여실히 증명했다고 본다.

따라서 매번 연기력 논란을 겪는 배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억울하다고 속상해만 하지 말고 본인의 장점을 잘 끌어내줄 수 있는 작가를 찾아내고 또 그 작가와 오랜 시간 속내를 주고받는 소통을 해보라는 것. 어떤 인물, 어떤 말투, 어떤 상황이 나와 가장 잘 맞는지 대화를 통해 퍼즐을 맞추듯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비단 작가나 감독만이 아니다. 사진작가라든지 스타일리스트라든지, 내 단점조차 매력으로 승화시켜줄 수 있는 전문가를 많이 곁에 두고 있다는 것, 그것이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리라.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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