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춤▪음악의 신(神)과 함께 한 140분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천장을 울릴 뿐 아니라 관객의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아프리카 드럼이 울리기 시작하면 건강미 넘치는 검은 피부를 지닌 아프리카 배우들이 나와 춤을 추기 시작한다. 허리를 돌리고 엉덩이를 흔들며 흥겹게 리듬을 맞추던 배우들은 야광 주황색 바지와 함께 착용한 부츠를 두드려 대화하면서 시작하는 검부츠 댄스, 자유로운 재즈와 스윙, 힙합, 그루브, 디스코, 레게 등을 선 보였다.

놀라운 댄스는 계속됐다. 피날레에선 노래를 부르며 댄서들의 몸이 한 마리 뱀이 되어 움직이는 ‘um BHEKUZO’를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모자>에서 가장 에너제틱했던 댄스는 거구의 흑인 여배우가 나와 엉덩이 괄약근 댄스로 관객의 호흡을 쥐락펴락 했을 때다. 그녀의 싱싱한 에너지는 잘 웃지 않는 남자 어르신 관객들도 웃게 만들었다.

깡통, 쓰레기통, 나무 마림바 등 주변의 모든 사물은 음악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특히, 가스펠 합창 장면에서 들을 수 있는 ‘파라다이스로드-천국의 길’은 분명 뮤지컬의 천국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남아공의 시련과 현실의 고통을 잠재우는 복음성가는 <우모자>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게 했다. 남아공의 가장 화끈한 음악인 ‘콰이토’의 생생한 에너지도 잊을 수 없다. 36명의 검은 악마가 뿜어내는 마술 같은 에너지에 홀려 박수를 치다보니 벌써 140분이 지나 있었다.

인간의 마음을 울리는 흑인음악 컬렉션, 세상 모든 춤을 한 곳에 모아놓은 예술 종합 선물세트 <우모자>가 다시 돌아왔다. 남아공 역사를 관통하는 열정적인 음악과 춤의 환희를 맛본 관객들은,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지친 것도 잠시 두 눈에 생기가 가득했다.

<우모자>는 남아공에서 전회 매진이라는 흥행 기록을 세우며 2001년 11월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했다. 곧 관객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명성 높은 21년 역사의 ‘캐츠’가 막을 내린 ‘뉴 런던(New London) 극장’에 입성한다. 웨스트엔드에서의 만원사례와 선풍적인 반응을 기반으로 해외 투어 팀을 결성한 <우모자>는 호주, 덴마크, 네덜란드, 이스라엘, 일본 등 전세계 26여 개국 순회 공연을 통해 살아있는 아프리카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하여 웨스트엔드라는 백인사회를 거쳐 한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수많은 관객의 가슴과 영혼을 하나로 묶은 뮤지컬 <우모자>는 2003년 국내 내한 공연에 이어 2004년, 2007년 총 세 차례 국내 관객과 만났다. 2013년 내한공연 10주년을 기념하여 다시 한국을 찾았다.

‘우모자(Umoja)’는 스와힐리어 말로 함께하는 정신(The Spirit of Togetherness)이라는 의미로, 원시 부족사회에서부터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_인종분리)의 세월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아프리카 인들의 역사를 그들 음악의 일대기로 구성한 작품이다. 인류 공생의 평화적 염원 역시 담고 있다.

뮤지컬계에 노벨상이 있다면 바로 <우모자>가 합격점을 받을 만 하다. 집과 부모를 잃고 꿈을 박탈당한 채 마약 중독이나 범죄자로 살아가던 젊은이들이 꾸준한 훈련과정을 거쳐 <우모자>의 배우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으니 말이다. 이런 스토리를 가진 배우들은 <우모자> 안에서 꿈과 살아가는 이유를 찾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진심과 열정이 남아공을 넘어 세계적인 뮤지컬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현재 남아공 제 1의 도시 요하네스버그엔 <우모자> 전용극장이 생길 정도로 모든 국민이 사랑하는 뮤지컬 중 하나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우모자의 배우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우모자>의 공동제작자이자 연출가인 토드 트와라는 “‘우모자’가 민주주의로 변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남아공 사회에 긍정적인 예가 되고 있다” 며, “실제로 ‘우모자’가 성공을 이룬 뒤 청소년 범죄가 줄었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 프로젝트들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또한, “초연 이후 13년이 흘렀지만 우모자의 핵심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세계 공연 투어를 갈 때마다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곡을 바꿔 부르기도 한다” 며 “ 댄스파트와 의상을 점차적으로 현대적으로 다듬어 왔고, 초연 때보다 배우들의 역량이 눈에 띄게 발전하였다.” 밝혔다.

총 2막 8장의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우모자>는 진실한 스토리와 리얼한 무대연출로 각 장마다 다르게 펼쳐진다. 주목할 점은 <우모자>에는 나래이터가 등장한다는 점. 나이 지긋한 나래이터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 등장해 짧고 맛깔스럽게 배경을 설명해준다. 마치 관객은 가이드 내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시간 열차를 타고 남아프리카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다만 2013년 내한공연에선 태양모양의 막 중앙에 쏘는 자막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는 점은 아쉽다.

<우모자>는 5월 26일까지 2주간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공연에 이어 구리아트홀(5월 28일~29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 공연장(5월 31일~6월1일), 부산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6월 7일~8일)공연을 계획 중이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서울예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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