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지난 17일과 18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 레플리카 >(REPLICA)는 ‘음악이 보이고 춤이 들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복제극’ 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실제 작품을 만나보니 '복제'라는 한 가지의 주제를 아티스트마다 개성 있게 해석해 새로운 무용(1부)과 오페라(2부)를 만나는 기분을 갖게 했다.

멀티 공연인 < 레플리카 >가 매력적인 점은 지금까지 현대 무용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은 관객을 3D 입체 미디어 아트와 국악 및 현대 음악 등으로 벽을 허물어 부드럽게 흡수했다는 점, 오페라의 무한 상상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귀 뿐 아니라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발레와 현대무용, 클래식 음악과 현대음악, 미디어아트 및 모든 예술 장르가 서로를 '복제'하고 ‘복사하는' 흥미진진한 놀이공원에 초대 받은 기분이었다.

‘리미디어랩’이 제작한 <레플리카> 1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을 주제로 발레리나 김주원, 현대무용가 이용우, 국악 타악 연주가 민영치, 뮤지션 물렁곈 그리고 사진작가 강영호가 ‘현재’를 기록, 복제하여 춤에 붙이는 과정을 통해 ‘Cut, Copy&Paste’ 멀티 공연으로 풀어냈다

몽환적인 느낌의 물렁곈 음악, 민영치의 리듬감 있는 장구 연주, 남궁연의 매혹적인 드럼 비트, 사진작가 강영호가 연속 촬영한 김주원의 사진들이 실제 김주원과 이용우의 몸짓과 만나 새로운 춤의 세계로 안내했다. 음악이 무용수의 몸짓에서 복제되고, 춤이 귀를 자극하는 음악과 눈을 열리게 하는 테크놀로지 안에서 재탄생하니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모호하기만 했던 춤 언어가 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김주원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에서 홀로서기를 선언한 뒤 <마그리트와 아르망> 이후 두 번째로 선 보이는 이번 작품에서 많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상대 무용수인 이용우와의 일체감 있는 호흡 역시 돋보였다.

2부에서 만난 미디어 아트와 결합한 글룩의 오페라 '에코와 나르시스 (Echo et Narcisse)'는 무용과 오페라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취사선택한 신개념의 오페라였다. 무대에 설치된 15m 높이의 거대한 두상과 손에 3D 입체 영상을 입힌 나르시스가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즉, 나르시스는 거대화된 두상을 통해 타자화된 디지털로 복제된 것이다. 초반 균열이 가 있는 거대 두상은 후반에 산산조각이 나며 새로운 ‘복제’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병욱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TIMF앙상블을 지휘하고, 현대무용(정영두 안무), 프로젝션 맵핑과 비디오 인터랙션(Projection Mapping, Video Interaction) 등 첨단영상이 조화를 이룬 2부에서 님프들의 합창은 실시간으로 촬영 돼 숲속의 모니터를 통해 복제 됐다.



성악가들은 무대 정면으로 노출되기 보다는 반투명 막 뒤에서 노래를 불렀다. 오히려 나르시스(테너 김병오)가 인간으로 다시 복제 됐음을 대변하는 현대무용수(조형준)가 관객과 직접 대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기 목소리는 없이 남의 소리 만을 낼 수 있는 에코(소프라노 한상은)의 혼돈과 갈등 역시 무용수 공영선의 움직임 속에서 극대화 됐다. 에코의 노래는 현대무용가의 몸짓으로 복제되어 나르시스의 디지털 연못 속으로 사라졌다. 결국 복제된 목소리만이 남은 것이다.

오페라 '에코와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자신을 사랑한 ’나르시스‘처럼 영상에 비친 가상의 존재가 노래를 부르는 듯한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다만 인공적인 음향을 배체한 가수 본연의 소리를 듣기 원하는 오페라 애호가들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오페라 가수들은 뮤지컬 배우처럼 핀 마이크를 착용 한 채 무대에 섰다. 또한 관객 역시 ‘복제’란 주제 안에 끌어들인다고 했으나 실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았다.

보다 많은 고민과 도약을 통해 ‘리미디어랩’이 두 번째로 선 보일 상상 그 이상의 멀티 공연을 기대해 본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리미디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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