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의 눈물과 땀이 쇼 뮤지컬의 감동과 만날 때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2004년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무명의 코러스 걸이 2013년 주인공 ‘페기’로 돌아왔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 스타의 꿈을 안고 뉴욕에 온 시골뜨기 처녀 페기 소여가 무명의 코러스 걸을 거쳐 결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바닥부터 딛고 일어서 간절히 열망하던 뮤지컬 스타의 꿈을 이루는 코러스 걸의 좌절과 성공은 정단영 배우의 스토리와 닮아 있다. 10년간 뮤지컬 배우로 살아왔지만 배역 이름으로 불리기보단 ‘앙상블’로 불려 뮤지컬 마니아가 아닌 이상 그녀의 출연작이 뭔지 기억하기 힘들다. 유명 연출가 줄리엔 마쉬의 말 처럼 무대 위 “먼지에 불과했다.”

‘페기’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노란 스카프가 있었듯 정단영에겐 “10년간 뮤지컬을 포기하지 않고 보낸 시간”이 있었다. 지금까지 여 주인공 ‘페기’ 역엔 옥주현, 최성희(바다)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기용됐다. 하지만 2013년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실제 무명의 배우를 캐스팅 해 드라마의 사실감을 더했다.

솔직히 캐스팅이 발표되고 난 뒤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11일 개막한 뒤부터 입소문을 타고 여주인공에 대한 긍정적인 평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태다. 또한 이화여대 무용 전공으로 지금까지 그 어떤 ‘페기’ 못지 않은 탭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화려한 탭 댄스 그 이면엔 그녀의 눈물과 땀이 녹아 있었기에 공감의 표를 던지게 된다.

2013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탭댄스와 드라마를 대폭 업그레이드 시켰다. 엄청난 연습량을 가늠하게 하는 주역과 코러스들의 일사불란한 군무와 경쾌한 탭 소리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줄리안 마시 역 남경주의 “탭 댄스는 연습한 만큼 소리가 나온다”는 말이 실감난다.



지난 시즌에 비해 ‘페기’와 ‘빌리’의 러브라인이 보다 명확하게 정리 된 점도 눈에 띈다. ‘빌리’의 수정된 대사, 동선, ‘페기’와 주고 받는 눈빛 등이 보다 드라마 라인을 정리해주고 있었다.

불황에 빠진 공연계에서 <프리티 레이디>라는 작품으로 재기하려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의 작품 남자 주인공 테너 역 ‘빌리’를 맡은 배우 이충주는 당당함과 미워할 수 없는 끼를 발산하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1막 후반에 들을 수 있는 ‘내 눈엔 당신만이’, ‘돈 돈 돈!’ 넘버에선 성악 전공자답게 뛰어난 가창력을 뽐냈다.

영화 ‘42nd Street’를 무대화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대공황기에 브로드웨이의 중심인 42번가를 배경으로 무명의 뮤지컬 배우가 스타로 탄생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그리고 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말 할 때 빼 놓지 않는 포인트는 스펙타클의 진수를 선보이는 쇼 뮤지컬이란 점. 오프닝과 함께 펼쳐지는 코러스의 흥겨운 탭 댄스, 거대한 동전 위에서 춤추는 코인댄스뿐 아니라 300여 벌의 화려한 무대 의상, 30회가 넘는 숨 가쁜 무대전환, 그리고 30여 명의 코러스가 동원 돼 진짜 브로드웨이 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눈이 황홀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배우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번 작품에서 열정과 애정을 쏟아냈다. 특히 ‘쓰리 주’ 캐스팅으로 불리는 ‘남경주-김영주-이충주‘의 합이 좋다. 중후한 카리스마를 뽐내는 줄리안 마쉬역 남경주는 2막 마지막 ’요란하고 음탕하고 화려하고 활기찬 브로드웨이‘에 대한 말을 쏟아내는 장면의 흡인력이 강하다.



지난 시즌에 극작가 매기 존스 역을 맡아 관객을 확실히 자기 편으로 만들었던 배우 김영주는 이번엔 왕년의 스타 ‘도로시 브룩’ 역을 맡아 설득력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맛깔스러운 그녀의 보이스에 그 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랴.

그렇다면 2013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메기존스는 어떠한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목소리로 ‘뒤집어진 자라’ 에브너 딜런(정종훈)을 유쾌하게 위로하는 메기 존스의 모습을 보면 다들 이렇게 점치게 될 것 같다. ‘다음 시즌엔 분명 임진아 표 도로시 브룩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걸’ 하고 말이다.

한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지난 11일 개막해 주말 좌석점유율 90% 이상, 4050 중장년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공연은 다음달 30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서울 공연을 마친 뒤 7월 9일부터 28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주인공 ‘페기’(전예지▪ 정단영), 최고의 뮤지컬 연출가 ‘줄리안 마쉬’(박상원▪ 남경주), ‘도로시 브록’(박혜미▪ 홍지민 ▪김영주), ‘빌리’(이충주▪ 전재홍) 버트메리(이상준), 앤디 리(조용수), 팻 대닝(장재권), 애니(박혜미) 등이 캐스팅 됐다. 이 외 수십 명 의 코러스들이 무대 위에서 열정을 불태운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정다훈 기자,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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