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육교 위에 올라간 중학생이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승용차 안에 있던 운전자가 즉사했다. 이 사건을 장난으로 볼 것인가. 범죄로 볼 것인가. 이를 둘러싼 세상의 여러 시선들에 “우린 어떻게 될까?”’

지난 17일 개막한 국립극단 청소년극 <소년이 그랬다>는 두 소년의 우발적인 장난, 그것이 가져온 엄청난 파장을 중심으로 소년과 어른, 모두에게 '과연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

‘돌을 던졌다’는 우발적인 장난과 ‘사람이 죽었다’는 엄청난 결과 사이에서 과연 이 사건이 “장난일까, 범죄일까?”로 이어지는 공감 가득한 주제, 예측할 수 없는 연극적 상상과 변형이 강점이다. "우발적인 가해자가 당신의 자식이었다면? 갑작스런 사고의 피해자가 당신의 아버지였다면? 어떤 평가를 내리겠는가"하고 말이다.

2011년 초연된 <소년이 그랬다>는 첫 번째 국립극단 청소년극으로 2012년 전국 11곳 투어, 2012년 한국연극 베스트 7에 선정되는 등 많은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이다. 원작은 호주 작가 톰 라이코스 & 스테포 난쑤의 <더 스톤즈(The Stones)>로 세계적으로 청소년극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원작을 한현주 작가가 한국현실에 맞게 재창작했다. <사천가>, <억척가>로 주목 받은 남인우 연출은 무대를 공사판으로 꾸미고 객석을 마주보게 만들었다. 이는 소년들의 놀이터, 공사장, 아지트 등 소년들만의 비밀을 상상력 가득한 연극 안으로 효과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장치이다.

라이브 연주자가 무대 위 또 하나의 캐릭터가 된다. 위태로운 줄타기에 몸을 맡기는 소년을 닮은 음악이 이야기의 짜임새를 넘나들면서 극의 긴장감을 이끌어간다. 일렉트릭 기타는 때론 날카롭게, 때론 서정적으로 관객의 귀를 파고들며, 타악이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비트는 공연의 속도감을 더한다.



2인극 인 이번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소년이 형사가 되고, 형사가 소년이 되는 순간이다. 청소년의 심리만 쫓아가지 않고 어른들의 심리까지 함께 포섭해 관객층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배우가 소년이 됐다가 순식간에 형사로 변신을 돕는 재치 있는 의상과 엎치락 뒤치락 하는 소년의 심리, 쫓아가는 영상이 관극의 재미를 더한다.

변화하는 힘의 시소 타기 속 거침없는 속도감이 공연 내내 긴장감을 더한다. 1인 2역의 배우가 순식간에 확확 변한다. 기본적인 약속은 점퍼의 지퍼를 올리고 내리는 것이지만, 배우의 다방면의 재능과 넘치는 에너지가 돋보이는 연극이다.

2013 <소년이 그랬다>는 초연멤버 김정훈에 이어 새로운 배우 이철희가 합류했다. 김정훈의 안정감 있고 호소력 있는 연기와 이철희의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나오게 하는 미워할 수 없는 표정 연기가 작품을 다시 찾게 만든다.

세상 어딘가로 뛰쳐나가고픈 소년들의 갈망이 느껴지는 혼돈의 질주, [2013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 의 본격적인 질주가 시작됐다.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 첫 번째 작품<소년이 그랬다>는 지난 17일 개막해 25일까지 국립극단 내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된다. 두 번째 릴레이 박근형 연출의 <빨간 버스>(5월 25일~6월 1일), 세 번째 릴레이 서충식 연출의 <레슬링 시즌>(6월 1일~ 6월 9일)으로 이어진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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