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 빛나는 별 하나씩 품고 살고 싶어요”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사람은 언제 웃을까? 그건 자신과 닮은 사람을 바라볼 때 이다. 사람은 언제 눈물을 흘릴까? 그건 지나간 시간을 돌아 볼 때이다. 연극 <가을 반딧불이>는 이런 점에서 많이 웃고 울게 만든다. 쉽게 상처받고 외로움을 깊이 느끼는 이들이라면 더욱 공감할 연극이다.

오는 6월 14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정의신 작가의 한국 초연작 <가을반딧불이>는 소시민 혹은 사회적으로는 루저인 사람들이 새로운 가족으로 탄생하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고 있다.

시간 마저 멈춰있는 듯 한 호젓한 호수 옆 낡은 보트 선착장을 배경으로 한다. 청년 다모쓰와 삼촌 슈헤이의 일상에 고향을 잃고 떠도는 외톨이, 패배자 등 버림 받은 인간들이 몰려온다. 이는 아버지가 자기를 버리고 도망갔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다모쓰’의 신세와도 닮아있다.

무대 중앙은 실제 물로 채워질 예정이다. 자궁을 재현한 선착장 공간 안에서 다섯 명의 외로운 사람들은 마치 태어나길 기다리는 아이가 된다. 배우들이 수면에 만들어내는 파동은 빛과 조화를 이루며 인물들의 상처와 심리를 대신 표현해준다. 무대 위 물은 마치 인물들의 상처 혹은 눈물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결국 새로운 가족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

<겨울선인장>, <아시안스위트>에 이어 정의신 작가와는 세 번째 인연을 맺고 있는 김제훈 연출은 “한 가득 쏟아질 듯 빛나는 수 많은 별들과 반딧불이 그리고 갈대, 끊임없는 무언가를 속삭이는 바람이 함께하는 물 위의 선착장은 마치 자연에 온 듯한 느낌을 줄 것이다”고 했다.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 빛나는 별 하나씩 품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서정미만 강조된 연극은 아니다. 김 연출은 “전작 ‘아시안 스위트’ 보다 작가의 터치가 더 밝고 따뜻한 작품이다”며 “재미 역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 반딧불이’란 제목이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어릴 때 버리고 간 아들 다모쓰를 성장시켜 주는 매개체”로 “그 곳에 사라져 없어진 줄로만 여겼던 반딧불이가 가을에 돌아오듯 ‘한 여름의 성장기’로도 바라볼 수 있다”고 작품 콘셉트를 밝혔다.

다모쓰의 아버지 ‘분페이’로 출연하는 배우 김한은 “‘가을 반딧불이의 매력은 자연식을 먹은 느낌, 그 중에서도 산채 비빔밥을 먹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점”이라고 했다.

<가을반딧불이>는 <아시안스위트>에서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많은 찬사를 받았던 배우 ‘이항나’와 찌질한 남자의 극치를 보여 주었던 ‘배성우’가 다시 한번 찰떡 호흡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의신 작품인 <바케레타>, <나에게 불의 전차를> 등에 출연하며 정의신의 남자로 등극한 이현응이 주인공 ‘다모쓰’로 분한다. 배우 조연호, 김한, 오의식, 이도엽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한다.

“마음이 가는 작품을 만들고, 다녀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을 꿈꾸는” 극단 조은컴퍼니가 만드는 연극이다. 시나리오와 연출의 기교를 넘어서 배우들의 손때 묻은 연극의 묘미가 최대 감정이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아트플래닝 창, 극단 조은 컴퍼니]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