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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부인’, 서정미와 비극성이 관객을 설득하다
기사입력 :[ 2013-06-11 14:45 ]


- ‘나비부인’ 미니멀한 무대 연출과 주역들의 뛰어난 실력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지난 7일과 8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노다히데키 연극 <더 비 ‘the bee’> 에선 오페라 <나비부인>의 허밍코러스를 들을 수 있었다. 서정적이고 구슬픈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오페라 속)스즈키와 아이가 옆으로 쓰러져 잠이 들었듯, (연극 속) 인질범의 아내와 아이가 잠을 청한다.

남편 핑커톤의 도착을 밤새 기다리는 초초상을 감싸는 처량하고 슬픈 음악은 자신의 가족이 인질범에서 풀려나길 기다리는 평범한 회사원 '이도' 주변을 맴돌았다. 일명 '입 다물고 부르는 합창'인 허밍 코러스가 끝난 후 초초상이 ‘명예롭게 살지 못할 바에야 명예롭게 죽으리라’고 써진 단도로 자결했듯 주인공 역시 같은 선택을 한다. 벌들이 윙윙대는 소리와 허밍코러스 그 사이에서 관객들은 가슴이 턱턱 막혀왔다.

꿈 처럼 아름다운 푸치니의 음악 안에 담긴 예견된 비극성에 연극과 오페라를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한 주였다.

6월 7일부터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대극장 무대에 오른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 창단24주년 기념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은 3개의 미닫이 문으로 형상화한 미니멀한 무대 연출과 주역들의 실력이 돋보였다. 다만 2010년 선보인 한국오페라단의 <나비부인>과의 큰 차이점은 찾을 수 없었다.

주인공 초초상에게 ‘문’은 밖의 세상과 연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고리이자, 초초상이 그리고 있는 사랑의 판타지로 이끌어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연출가 마우리지오 디 마띠아(이탈리아 로마오페라극장 연출가)와 무대 감독 미켈레 델라 촙파는 초초상의 공간과 핑커톤을 포함한 외부인들의 공간을 이 ‘문’으로 구분해 초초상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곡선으로 기울어진 외부 공간까지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미닫이 문은 초초상과의 사랑을 ‘놀이’처럼 받아들이는 핑커톤, 중매쟁이 고로 등에 의해 열리고 닫혔다. 젊은 게이샤의 꿈과 희망은 투명한 벽을 무자비하게 관통하는 그들에 의해 잔혹하게 깨졌다.

이번 <나비부인>에서 초초상과 핑커톤의 내면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이는 주인공들을 둘러싼 12명의 연기자들이다. 두 남녀의 애정신 및 내면을 젊은 연기자들의 과감한 움직임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한 것. 그 결과 주역들의 심리가 보다 디테일하게 전달됐다.



일본(후지와라오페라단)에서 공수해 온 전통의상과 소품, 빛과 색채의 변화 역시 인상적이었다. 특히 삼촌 본조(베이스 손철호)의 의상은 보라색, 야마도리(바리톤 김대수) 의상은 붉은 색, 신관(베이스 유준상)의 의상은 황토색 등으로 설정해 의상으로 배역의 상징성을 더한 점도 눈에 띄었다.

이태리 작곡가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제국주의시대 미국 해군중위 '핑거톤'과 일본인 현지처인 '초초상'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오페라다.

오페라 <나비부인> 주역으론 소프라노 슈잉 리 넬랴 크라프첸코(초초상),테너 이승묵 박현재(핑커톤), 메조 소프라노 최승현 양송미(스즈키), 바리톤 노대산 송기창(샤플레스)가 출연했다.

초초상역의 불가리아 출신 소프라노 넬랴 크라프첸코는 아이같은 천진함에서 사랑을 위해 종교까지 바꾸는 의지를 보이며 1막 새로운 사랑, 2막 1장 기다림의 사랑, 2막 2장 떠나보내는 사랑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호소력을 갖춘 맑은 음색, 매 장면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 역시 호감을 갖게 했다.

혈기 왕성한 젊은 청년의 모습을 잘 살려낸 핑커톤 역 테너 이승묵, 사려깊은 신사 역할을 부드러운 음색에 담아낸 샤플레스 역 바리톤 노대산, 초초상 곁에서 극을 이끌어간 스즈키 역을 치밀하고 안정적으로 소화한 메조소프라노 최승현, 중매쟁이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젊은 테너 류기열 모두 제 몫을 해 냈다. 초초상의 아이로 등장해 귀여움을 독차지한 아역 배우 박하은 김현우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지휘자 가에타노 솔리만은 서울필하모닉을 극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리드해 나갔다. 그란데 합창단(지휘 이휘성), 한국오페라단 연기자그룹이 함께 했다. 또한 그란데 합창단은 <나비부인>은 물론 같은 기간에 공연된 국립오페라단 <처용>의 합창도 나눠 맡아 열정적 면모를 과시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정다훈 기자, 한국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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