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윤상현, 비호감을 호감으로 만든 능력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드라마 인기 비결이야 작품마다 제 각기 다르겠으나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주인공 캐릭터가 워낙 매력 있는 경우다. SBS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 사장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되지 싶은데 배우 현빈이 이 ‘김주원’이란 인물을 잘 소화해내기도 했지만 말쑥한 옷차림에 겉으론 까칠해 보여도 알고 보면 속정은 깊고, 완벽남을 자처하지만 때론 귀염성 있는 허당인지라 보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자기 여자 위할 줄 알고 모성애를 자극시키는 폐쇄공포증까지 지녀서 그야말로 작가가 ‘이래도 안 빠질 테냐?’, 작정을 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또 누가 있을까? KBS2 <성균관 스캔들>의 ‘이선준’이나 SBS <옥탑방 왕세자>의 ‘이각’도 올곧고 정의감 있고, 역시 버릴 데 없는 캐릭터였다. 반면 같은 박유천이어도 MBC <미스 리플리>의 ‘송유현’은 어땠나. 초반엔 그럴듯한 했으나 여주인공의 거짓말들이 공감을 얻기는커녕 반감을 사기 시작하면서 그녀라면 정신 줄을 놓는 그의 매력 또한 동반 추락해버리고 말았다. 순애보라 하기엔 지나치게 답답한 사랑이었던 것. 이래서 아마 연기자들이 매번 작품 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것일 게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SBS <출생의 비밀>의 홍경두(유준상)는 참 정이 안 가는 인물이다. 무지하지, 오지랖 넓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눈치까지 없지, 거기에 여주인공 정이현(성유리)과는 나이 차이가 나도 너무 많이 나 도무지 어울려야 말이지. 요즘 말로 영 ‘케미’가 안 생기는 거다. 그래서 처음에는 유준상이 왜 이 역할을 맡았을까?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KBS2 <넝쿨 째 굴러온 당신>으로 얻은 그 좋던 이미지를 이렇게 날려버리나, 속이 타기도 했다.

그런데 웬 걸, 종영 2회를 남긴 지금 내 마음은 많이 달라져 있다. 이현과 경두의 재결합은 결사반대라고 외치던 내가, 이현은 혼자 제 갈 길을 가고 경두는 부디 연정(조미령) 누님과 짝을 이뤄 해듬(갈소원)을 키우며 오순도순 살아가길 바라던 내가 그들 세 식구가 함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왜 젊고 똑똑한 이현이 나이 많고 무식한 경두에게 몸과 마음을 의탁했었나, 왜 그의 아이를 갖고 기뻐했었나, 이제는 이해가 간다.



물론 ‘밥’을 앞세운 설득력 있는 대본 덕이 크긴 하다. 그러나 그 어렵고도 오묘한 감정을 시청자에게 잘 전달해준 배우의 공을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으리. 누가 봐도 매력적이지 못한 배역을 맡아 이처럼 시청자의 마음을 돌려놓은 유준상, 그의 용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그리고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또 한 사람,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차관우(윤상현) 변호사가 있다. 2대 8 가르마에 검은 구두, 흰 양말, 어정쩡한 자세, 물색없이 흘리는 웃음이 다른 남자 주인공 박수하(이종석)와 심히 비교가 되는 중이다. 서 있기만 해도 화보에다가 남의 마음을 읽는다는 판타지까지 더해졌겠다, 눈빛이며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 순정만화 그 자체인 수하. 그에 비하면 고지식한 정의파 차변은 변변한 무기 하나가 없다.

하지만 왜일까? 한 회 한 회 지날수록 차변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몇 년 전 MBC <겨울새> 때 찌질함의 극치였던 ‘경우’(윤상현)를 이해하게 됐던 것처럼 또 다시 차변에게 끌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윤상현,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든 MBC <내조의 여왕>의 ‘태준’도 <시크릿 가든>의 ‘주원’과 비슷한 인물이었다. 누가 해도 기본은 되는 매력적인 캐릭터였으니까.

그 둘을 다 겪어본 윤상현은 차변이 시청자의 마음을 잡기 얼마나 어려운 캐릭터인지 아마 익히 알고 있었을 게다. 그럼에도 기꺼이 이 역할을 맡은 윤상현, 그에게도 마찬가지로 박수를 보낸다. 어쨌거나 동료 ‘짱변’(이보영)에게 늘 말로 당하고 발로 차여도, 심지어 법정에서 뒤통수를 맞아도 사람 좋게 웃기만 하는 차변, 그가 나는 참 좋다. 우매한 선입견이 없는 사람이어서. 다른 이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을지언정 다른 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보듬을 줄 아는 사람이어서.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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