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 소프라노의 열연이 돋보인 <토스카>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연인 카바라도시를 살리기 위해 스카르피아 경감에게 몸을 허락하기로 한 프리마돈나 토스카는 스카르피아가 잠깐 방심한 사이 식탁에 있던 나이프로 그를 찌른다. “이것이 토스카의 키스다!”라는 말을 날리며.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긴박한 스토리를 그린 비극 오페라 <토스카>가 지난 주말 막을 내렸다.

이번 <토스카>는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열연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라 스칼라무대와 메트로폴리탄 등에서 활동해온 소프라노 키아라 타이지(Chiara Taigi)와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립오페라극장 주역 소프라노 김상희 모두 매력 넘치는 가창과 연기를 선 보였다.

제2회 양수화성악콩쿠르 입상자인 김상희는 유연한 레가토와 애절한 음성이 돋보였으며,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에 담아낸 감정 표현 역시 훌륭했다. 또한 그녀가 8월에 선보일 2013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기대하게 만든 무대였다.

키아라 타이지는 카바로도시와 스카르피아는 물론 객석의 남성 관객 마음까지 훔쳐갔다. 디테일한 연기 하나 하나에서 토스카의 질투심 뿐 아니라 예민한 기질과 열정이 감지 됐기 때문이다. 스카르피아와의 대결 장면 역시 상당히 섹슈얼하게 소화해냈다. 연극적인 재미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엣지 있는 소프라노 키아라 타이지의 출연이 상당히 반가웠을 듯 싶다.

플라비오 트레비잔(Flavio Trevisan)이 연출한 오페라 <토스카>는 사실주의적 무대와 환상적인 작화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1막의 성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 안, 2막의 파르네제 궁정 안의 스카르피아 방, 3막 대천사 미카엘라 상이 자리한 성 안젤로 성의 옥상까지 차례 차례 불러냈다.

흔히 연출들이 색을 드러내기 쉬운 성과 악이 공존하는 테데움 신은 고전적인 연출 방식을 따랐다. 단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 남궁원, 이종구 원장, 김준언 등이 교황으로 출연하고 양수화 단장을 비롯해 허영자 구선희 등이 여왕으로 무대에 섰다.



카바로도시 역을 수차례 소화한 테너 박기천은 세련과 연기와 가창을 들려줬다. 이전 공연 보다 훨씬 정교하게 캐릭터에 몰입해 3막 아리아 ‘별은 빛났건만’이 단순히 아름답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공감가는 아리아로 다가왔다. 또 다른 카바로도시 역 테너 유십 에이버조브(Yusif Eyvazov)는 젊은 청년의 기운을 그대로 담아 맑고 힘찬 고음을 선보였다.

이번 <토스카>는 스카르피아 역의 바리톤 고성현의 활약이 두드러진 무대였다. 특히 테데움 장면에선 명 바리톤 셰릴 밀린즈의 고급스런 벨벳 감촉 보이스를 연상시킬 만큼 뛰어난 기량을 선 보였다. 상대 소프라노와 호흡을 주고 받으며 스릴감을 유지시켰다. 바리톤 최종우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아리아가 흘러나오는 장면 등 에서 여유 있는 액팅이 돋 보였다.

탈옥한 정치범 안젤로티 역 베이스 김남수와 이진수의 중량감 있는 저음, 성당지기역 바리톤 주영규와 이태영의 희극적 움직임과 명료한 가사 전달이 박수치게 만들었다.

지휘자 마르코 발데리(Marco Balderi)가 지휘한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둘째 날 공연보다는 마지막날 공연에서 스펙타클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오페라필코러스, 송파어린이합창단이 함께했다. 어린 목동으론 박준영과 박의영이 출연했다.

지난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이어 글로리아 오페라단의 공연은 국내 가수 들 뿐 아니라 해외 가수들 모두가 나른한 게으름을 보이지 않고 열연한 점이 좋은 인상을 갖게 했다.

한편, 올 하반기에 다시 한번 오페라 <토스카>를 만날 수 있다. 10월에 개막하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참가작이다. 세계적인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스카르피아)이 이탈리아 살레르노 베르디극장의 <토스카>프로덕션과 함께 내한할 예정이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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