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핫 뮤지컬 관람 가이드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지난 2일 프리뷰 첫 공연을 올린 <스칼렛 핌퍼넬>은 올 여름 흥행 성공 여부가 가장 주목되는 라이선스 초연작이다. 첫 공연을 본 뒤 한마디로 감상을 말하자면, 프랭크 와일드 혼의 웅장한 음악과 한지상 퍼시의 블링 블링한 유머와 위트가 돋보인 뮤지컬이었다. ‘수다쟁이 영웅이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란 감탄사가 연신 터져나온다.

또 다른 퍼시 박건형과 박광현의 변신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봐야 할 듯 하다. 프리뷰 공연임을 감안하고 볼 때, 이 정도의 완성도라면 올 여름 일상에 지친 관객들을 LG아트센터로 충분히 불러들일 만 했다.

본 공연의 막이 오르지 않은 관계로 <스칼렛 핌퍼넬>의 리뷰를 쓰기 보단, <스칼렛 핌퍼넬>과 함께 꼭 만나야 할 2013 핫 뮤지컬 관람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한다.

■ 18세기 프랑스 혁명에서 찾아낸 인간애와 감동

영국 작가 바로네스 오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의 배경은 로베스피에르가 이끄는 공포 정권으로 점차 그 광기가 거세지는 혁명기 프랑스이다. 영국 귀족 스칼렛 핌퍼넬이 프랑스 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의를 위한 비밀결사대를 조직하면서 사랑과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인다는 게 주요 내용.

<스칼렛 핌퍼넬>의 시대적 배경을 놓고 본다면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원작 찰스 디킨스의 소설), <레미제라블>(원작 빅토르 위고 소설), <몬테크리스토>(원작 알렉상드르 뒤마 소설)와 비교 될 수 있겠다. 또한 이 네 작품은 현재 가장 핫한 뮤지컬로 평가받고 있는 공연 리스트이자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노블컬Noble+Musical)이다.



<스칼렛 핌퍼넬>과 <몬테크리스토>는 사랑의 삼각구도 뿐만 아니라 믿음, 배신, 용서에 집중한 이야기다. <레미제라블>과 <두 도시 이야기>역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희생과 구원’ 그리고 ‘인간애’에 더 무게중심이 쏠렸다. <두 도시 이야기> 연출가 제임스 바버는 “‘두 도시 이야기’는 ‘사랑과 선택, 부활과 희망’이란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면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마그리트를 새처럼 표현한 반짝이는 첫 장면(스칼렛 핌퍼넬), 섬광보다 빠르게 내리찍는 강렬한 빛과 함께 등장한 단두대 장면(두 도시 이야기), 파도치는 바다와 바닷 속 3D영상과 보물섬을 실감나게 무대로 불러낸 장면(몬테크리스토), 분노한 프랑스 민중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파리 시내의 거대한 바리케이드를 형상화한 장면(레미제라블)이다.

묘하게 오버랩 되는 장면도 있다. <스칼렛 핌퍼넬>에서 무대 전체를 장미 꽃으로 촘촘히 장식한 장면은 <두 도시 이야기>속 밤하늘의 수 많은 별들이 천국처럼 펼쳐진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스칼렛 핌퍼넬>의 초대형 사이즈의 뱃머리는 <몬테크리스토>초반 장면과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프랑스 공포정권을 상징하는 거대한 단두대, 자비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바스티유 감옥은 <두 도시 이야기>에서 더 강렬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 가슴 부푼 로맨스와 잠들어 있던 ‘정의’가 깨어나는 뮤지컬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은 낮에는 화려한 한량 영국 귀족으로, 밤에는 프랑스 공포정권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는 비밀결사대의 수장으로 활동한 두 얼굴의 히어로 이야기다.

배고픈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형을 산 ‘장발장’, 14년이나 감옥에서 억울하게 수감된 후 탈옥 한 ‘몬테크리스토 백작’, 17년간 죄목도 모른 체 바스티유 감옥에 갇혀있던 마네뜨 박사(루시의 아버지)가 석방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스칼렛 핌퍼넬>은 한량 귀족 퍼시가 스칼렛 핌퍼넬로 변신하면서 잠들어있던 ‘정의’를 깨운다. 장 발장이 자기 삶의 마지막 의미라고 생각하는 코제트를 지키는 모습과 사랑하는 루시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남자 시드니 칼튼의 인간애도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야망을 위해 ‘스칼렛 핌퍼넬’을 쫓는 공포정권의 권력자 쇼블랑(양준모 에녹)은 <몬테크리스토>에서 메르세데스를 흠모하여 에드몬드를 배신한 친구 몬데고(최민철 조휘)와 비슷한 캐릭터다. 쇼블랑 역시 퍼시의 여인 마그리트(김선영 바다)와 미묘한 삼각관계를 이룬다. 또 다른 악역으론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끝까지 추적하는 냉혹한 경찰 자베르(문종원)를 들 수 있겠다.

<스칼렛 핌퍼넬>의 액션과 유머를 놓고 본다면 뮤지컬 <삼총사>, <조로>와 비슷한 기운을 풍긴다. 정의의 매력남과 카리스마 있는 영웅은 물론 좀 더 유머 코드가 넘치는 점이 장점이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스칼렛 핌퍼넬이 즐거운 인생을 산다면,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쇼블랑은 까맣고도 까만 인생을 산다. 자세한 이유는 퍼시의 입을 통해 직접 듣는 게 좋겠다.

배우 류정한 엄기준, 임태경, 김승대가 주역으로 나선 <몬테크리스토>는 <스칼렛 핌퍼넬>과 마찬가지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이 직접 곡을 썼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친숙한 프랭크 와일드 혼의 거부할 수 없는 생동감 있는 음악 세계는 9월 충무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 12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카르멘>까지 이어진다.



■ 버블티& 크루즈& 에스프레소 뮤지컬 중 당신의 선택은?

2013 초 여름을 강타한 라이선스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42번가>,<스팸어랏>, <잭더리퍼>,<투모로우모닝>,<헤드윅>등이었다. 이어 <시카고>,<하이스쿨 뮤지컬>,<
헤이,자나!>가 활개를 펼 준비를 갖췄다. <엘리자벳>,<애비뉴 Q >,<아메리칸 이디엇> 또한 계속 강세를 몰고 올라오는 중이다.

<스칼렛 핌퍼넬>,<몬테크리스토>,<두 도시 이야기>,<레미제라블>은 모두 VIP 티켓 가격이 13만원인 대극장 뮤지컬이다. 어떤 작품에 끌리는지 미리 미리 체크해보자.

점잖은 대작 뮤지컬을 선호하는 이, ‘아’ 하면 ‘어’ 하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고전의 힘을 무대에서 맛 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레미제라블>이 제격이겠다. 장발장이라는 인물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통해서 선과 악, 용서와 신뢰, 사랑과 휴머니즘을 대서사시로 그린 뮤지컬이다. 기획사 레미제라블 코리아 측은 <객석에서 읽는 소설 레미제라블, 무대를 읽어드립니다>를 발간해 친절한 관람 도우미를 자처하기도 했다.



<스칼렛 핌퍼넬>,<몬테크리스토>,<두 도시 이야기>,<레미제라블> 네 작품의 매력은 뭘까. <스칼렛 핌퍼넬>이 비밀결사대 일원들의 통통 튀는 매력이 가득해 먹고 또 먹고 싶은 버블티 같은 뮤지컬이다면, <몬테크리스토>는 흥겹고도 후련한 쾌감을 느끼게 해 극장에서 경험하는 크루즈 여행 같은 뮤지컬이다. 두 작품 모두 뜨거운 여름에 제격인 뮤지컬임에 틀림없다.

반면 <두 도시 이야기>는 깊이 있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부드러운 치즈케익과 함께 마신 기분을 선사한다. 눈과 입은 물론 귀까지 진한 감미로움이 함께한다. <레미제라블>은 에스프레소를 먹는 건 같지만 호밀 빵을 곁들여 먹는 감촉이다. 귀에 익숙한 노래가 주는 감동도 무시할 수 없다. 쇼 뮤지컬의 진수에 무게감을 둔 관객이라면 전자를, 드라마적 감동에 더 방점을 찍은 관객이라면 후자를 추천하겠다.

18인조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하는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은 프리뷰 공연을 거쳐 7월6일부터 9월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본 공연을 올린다. 지난 4월 서울 공연에 돌입한 <레미제라블>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중이다. <몬테크리스토>는 8월 4일까지 충무아트홀, <두 도시 이야기>는 8월 11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CJ E&M, EMK, ㈜레미제라블코리아, 비오엠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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