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모닝’, 차근차근 성장하는 이창용 [인터뷰]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돌직구 인터뷰] 현대인의 결혼과 이혼에 대해 날카롭지만 재치 있게 풀어낸 로맨틱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은 영국 뮤지컬계를 이끌어가는 신진 창작자 중 한 명인 로렌스 마크 와이트(Laurence Mark Wythe)가 대본, 음악과 가사 모두를 썼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뮤지컬’이란 점에서 다양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낸 작품이다.

결혼과 이혼, 인생의 또 다른 출발선에 선 두 커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투모로우 모닝>에서 결혼을 하루 앞둔 신랑 ‘존’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창용을 만났다.

■ 생활 밀착형 로맨틱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

-<투모로우 모닝> 무대에 오른 지 한 달이 넘었다. 그 동안의 소감을 말한다면
“처음엔 땀 닦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들어오고 나가는 장면이 많아서 집중하기도 쉽진 않았어요. 6월 6일이 첫 공이었고, 정상윤, 송용진, 저 이렇게 트리플 캐스팅이라 30일 내내 무대에 오른 건 아닙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느껴지는 건 점점 더 많은 걸 알게 되고 재미있어 진다는 점입니다.”

-지인들도 이 작품을 많이 봤겠다.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
“‘너의 다른 모습을 봤다’고 말 해주는 분도 계셨고, ‘작품 재미있다’고 해 주시는 분도 있었어요. 그런데 같은 배우들끼리는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연기력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아요. 저와 친한 조정석 선배는 따끔하게 이야기하지만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나
“지인 중에 이혼한 분과 이혼한지 몰랐던 분, 이렇게 두 분이 다 보러 오신 적이 있어요. 이혼한 분은 작품 내용 상 초대하기가 마음에 걸려 부르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보러 오셨고, 이혼한 지 몰랐던 분은 이번 작품을 본 뒤 제게 이혼한 사실을 이야기하셨어요. 작품에 대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긍정적 입장을 보였는데, 해피엔딩인 부분에 대해서는 장난스럽게 대꾸하시기도 했어요.”

-극 중에선 영화감독이 꿈인 ‘존’과 영화감독에 대한 꿈을 접고 보다 현실적인 광고 카피라이터가 된 ‘잭’이 등장한다. 동일 인물에 대한 흥미로운 연극적 장치를 배우로서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
“후반에는 아예 대사에서도 같은 인물임을 직접적으로 언급해요. 그런데 그 대사를 귀 담아 듣지 않았더라도, 중반 이후 부터는 관객들이 알아차리시는 것 같아요. 또한 그 사실을 몰랐더라도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초반엔 ‘잭’ 역을 맡은 배우 박상면 박선우 이석준 선배의 특징을 따라해보기도 했죠. 그런데 중요 대사가 아닌 이상, 관객들이 그 특징을 캐치하기는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또 제가 예전에 시인 원태연의 시를 토대로 만든 뮤지컬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이하 넌 가끔)도 출연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비슷한 설정이 있었어요. 당시에도 동일 인물의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했었는데, 목소리가 다르고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한번 경험해 봤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갖지 않았어요."

-뮤지컬 <넌 가끔>과 이번 <투모로우 모닝>의 느낌이 다르다.
“<넌 가끔>이 사건에 의해서 극이 전개되는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지’ 하는 그럴 법한 작품이라면, <투모로우 모닝>은 보다 현실에 가까운 ‘정말 있을 수 있는 이야기’죠. 실제로도 결혼 전에 아이가 생겨 고민 했지만 현재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친구가 이 작품을 보러오기도 했어요.



<넌 가끔>은 2011년에 공연 됐는데, 시기적으론 최근에 무대에 올려졌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추억을 자극하는 <건축한 개론>,<응답하라 1997>같은 복고 영화나 드라마가 사랑받고 있잖아요.“

-상대 배우인 임강희 ‘캣’과 김슬기 ‘캣’의 호흡은 어떤가
“강희 누나는 연인처럼 너무 편하게 대해줘요. 또 ‘존’이란 캐릭터가 철이 없는 인물이라 강희 누나와 함께 무대에 올랐을 때 그 이미지가 잘 그려지는 것 같아요. tvN 'SNL코리아'로 주목받은 배우 슬기와의 호흡을 말하면, 초반 1,2회 때는 서로 긴장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런데 첫 주 지나고부터는 서로 너무 편해졌어요. 저보다 일곱 살 어린 동생인데, 함께 무대에 올랐을 때 어린 친구들만의 아기자기한 면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결혼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을 것 같다. 결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인가
“저희 부모님이나 주변에 결혼한 선배들을 봐도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 이미지는 없어요. 그렇다고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는 건 아닙니다. 아버지가 일찍 결혼하셔서 저와 스물 네 살 차이가 나요. 다른 아버지들에 비해 젊죠. 저희 부모님도 항상 다정하시지만은 않아요. 부부가 싸우지 않을 순 없죠. 그래도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맞춰주는 모습, 막내 동생까지 이제 성인으로 자란 뒤 조금 더 편안해진 부모님 모습을 보면서, 결혼에 대해 더 긍정적 입장을 갖게 됐어요. 결혼해서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 최재웅 선배, 결혼을 적극 추천하는 정상윤 배우도 다 좋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김다현 배우도 결혼 발표 후 인기가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군 제대 후 더 많이 사랑받고 있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결혼 한다면 언젠간 결혼하지 않을까요?”

-잠깐. 남자 배우들은 결혼 발표로 인기가 줄어드는 것에 신경을 쓰나
“인기요? 신경이 아예 안 쓰인다고 하면 거짓말 아닐까요. 그렇다고 그것에 대해 고민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요. 이창용을 믿어주는 관객들이 있다면, 연기하는 이창용을 보러와 주는 관객들이 있다면 결혼 여부가 문제 될 건 없습니다. 배우가 아닌 사람으로 봐 주는 관객들 역시 쉽게 흔들리지 않고요”



■ 차근차근 성장하는 배우 이창용

2007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로 데뷔한 배우 이창용은 <이블데드>, <쓰릴>, <김종욱찾기>, <맨 오브 라만차>, <트레이스 유> 등 다양한 작품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6년차 배우이다. 비교적 순탄하게 배우의 길을 걸어온 것 같다
“배우 2~3년차 때는 우울증 아닌 우울증이 있었어요. ‘왜 나는 여기에 계속 머물러만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당시에 작품에 엎어지거나, 저를 캐스팅하기로 했다가 간을 보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조정석 형이 한 마디 하더군요. ‘지금 넌 그런 것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가 아니다’라고. 그렇게 배우 4~5년차가 되고 보니, 이젠 오디션에 떨어졌다 할지라도 ‘나랑 맞지 않아서 떨어졌겠지’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좀 더 성숙해졌다고 할까요.

지금까지 제가 선택했던 작품은 안 좋은 작품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해서 후회했다’ 이런 작품은 없으니까요. 또 내 안에서 느낌이 오는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고요.”

-<투모로우 모닝>도 그런 느낌을 받았나
“내용을 읽고 음악도 들었는데, 바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 속에서 ‘이건 아니야’ 라는 마음이 커지게 되면 결국은 작품을 포기하게 되는데 이번 작품은 바로 하고 싶었어요.”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와 <맨 오브 라만차>에서 보여 준 본인만의 캐릭터 구축이 좋았던 것 같다.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9개월이 넘게 한 작품이라 개인적으로도 참 애정이 가요. <맨 오브 라만차>는 정말 위험을 무릎쓰고 한 작품인데 다행히 좋은 평을 받게 됐어요. 배우 류정한 서범석 황정민 홍광호 이렇게 네 명의 세르반테스와 함께 공연 했던 점도 행복했고요. ”

-<맨 오브 라만차>의 위험이란 게 기존 산초 배우 이훈진의 존재감 때문인가
“훈진 배우가 산초란 캐릭터를 너무 잘 만들어냈고, 외형적인 이미지도 ‘딱’ 이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연습 초반엔 내가 보여주는 ‘산초’가 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점점 저만의 ‘산초’를 만들어가게 됐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산초’ 캐릭터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다는 의미인가
“배우라면 확신이 서는 연기를 해야죠. 내가 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할만한 연기를 해야 하는 건데 안 그런 경우도 가끔 있어요. 그렇다고 무대에서 연습을 해서는 안 되죠. 점점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맨 오브 라만차>의 산초 뿐 아니라 돈키호테로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래는 물론 코미디도 잘하는 홍광호 배우의 템포감, 이미 젊은 나이에 돈키호테를 한 조승우 배우의 센스, 그 실력까진 안 돼요. 시켜줘도 못 하는 실력입니다. 차근차근 해 나가야죠.”

-그렇다면 배우의 내공은 어떻게 쌓이는가. 무대 경력이 쌓이면 되는 건가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안 풀린다 안 풀린다 하지만 고민을 계속하다보면 어느 순간 풀리는 경우도 있구요. 제가 스물일곱이었을 때 이석준 선배가 해준 말이 ‘서른부터 시작이야’였어요. 스물 일곱이나 서른 살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막상 그 때를 뒤 돌아보면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아요.”



■ “고민하는 배우...채찍보다는 당근이 잘 맞는 사람”

-이제 서른이 넘었다. 스스로 변화의 기운이 느껴지나
“전 채찍보다는 당근이 잘 맞는 사람입니다. 아직은 확실히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요. ‘믿음이 가는 배우다’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하면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 올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말만 잘하는 게 아닌 실제로 잘 해야겠죠.”

-캐릭터 공부를 위해 따로 하는 게 있나
“배우에겐 일상생활 하나하나가 무수한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코미디 프로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코미디 연기를 잘 하는 분들이 다른 연기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호흡을 체인지 해서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아우라가 그냥 나오는 건 아니죠.”

-관객 평들을 보기도 하나
“가끔 인터파크 평을 보기도 하는데, 좋은 평도 있고 안 좋은 평도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 사람들도 이렇게 평을 했는데, 공연을 많이 보는 사람들의 눈엔 어땠을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요.”

-공연 말고 좋아하는 게 있다면
“제가 야구라면 환장을 합니다. 공연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야구입니다. LG트윈스 팬이죠. 가끔 공연 중에 경기 스코어를 확인하고 싶기도 하지만, 공연 중엔 절대 확인하지 않아요. 설사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이라 할지라도. 공연 땐 공연에만 전념하고 공연 끝나고 마이크랑 의상 다 정리한 뒤 핸드폰을 열어 스코어를 봐요. 만약 그때 제가 응원하는 팀이 이긴 것으로 확인되면, 즐겁고 신나고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일본 <풍월주> 공연으로 바쁘다고 들었다. 잠시 서울을 떠나 있게 되는 건가
“내일 바로 일본행 비행기를 타요. 어제 밤새 <풍월주> 대본을 잡고 있었어요. 아직 ‘사담’이란 인물에 대해 안 풀린 부분이 있어 고민은 계속 되고 있지만, 오늘은 <투모로우 모닝>하는 날이니 여기에 몰입하고 싶어요. 물론 오늘 밤 공연 끝난 후엔 다시 잠이 안 올 것 같지만요. 배우들이 2회 공연을 앞두거나 안 풀리는 게 있으면 잠이 안 오기도 하죠. 그런데 배우로서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게 좋아요.

-이창용이란 배우란 이름을 들었을 때 따뜻한 사람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아.. 제가 ‘나쁜 놈은 아닙니다.’(웃음) 부모님 교육도 그렇고 저 역시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배우로서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내년엔 악한 배역을 맡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배우 이창용은 인터뷰 말미 “<투모로우 모닝>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관객, 한 평생 싱글로 살려고 마음 먹은 관객 어느 누구 와서 관람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한마디 더 하자면, 젊은 커플 말고도 중년 부부들이 같이 와서 보셨음 하는데 부인이랑 이런 작품 같이 보기 그렇다고 안 오시는 분이 계세요. 그래서 일찍 철이 든 친구들이 부모님께 선물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가정이 화목해질 수 있는 뮤지컬이거든요.”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컴퍼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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