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하루 아침에 3년이나 사귄 애인으로 부터 이별을 선고 받고 좌충우돌 고된 직장 생활을 버티는 여 주인공, 쏜살 같이 시간은 흐르는데 통장 잔고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친구들은 왠지 모를 동병상련을 느끼게 한다.

서른 이라는 다소 무거운 나이에 진입하기 바로 직전 나이인 29세의 직장 여성 ‘나난’과 ‘동미’가 다시 돌아왔다. 일과 사랑의 상처로 홧김에 마신 술 살과 카드 빚 뿐인 당신과 닮아 있어 더욱 정감 가는 그녀들이다.

2007년 초연된 <싱글즈>는 29살이란 인생의 전환점에 선 싱글이라면 더욱 반가울 뮤지컬이다. 극중 넘버인 ‘마이 드림’의 가사인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내 꿈. 내가 변한 건지, 꿈이 변한 건지. 서른을 앞 둔 지금, 어떤 꿈을 꿔야 할 지 현실의 나와 이상의 내가 다른 대답을 해.”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생의 목표였던 결혼이 코 앞에 다가온 나난, 동거남이지만 그저 친구일 뿐인 정준과 음주사고 접촉사고 대형사고를 치게 된 동미, 그들의 20대는 어떻게 마무리 될까? 2003년 개봉된 영화의 결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29세 그들의 인생은 마냥 행복해보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느끼는, 아니 평생 해결해야 할 숙제인 ‘일과 사랑에 대한 상처’, 흔들리는 인생 이야기는 연령을 뛰어넘어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단순히 로맨스만을 강조하지 않고 누구나 거쳐 가는 씁쓸한 인생의 한 페이지를 불러내고 있는 작품인 것. 알싸한 술 한 잔과 웃음을 함께 부르는 뮤지컬로 기억될 듯 한다.



일본의 인기 소설인 ‘29세의 크리스마스’이 국내 창작 뮤지컬화 되는 과정을 거친 뮤지컬 <싱글즈>는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 받는다. 지난 5월엔 일본 도쿄 롯폰기에 개관하는 ‘아뮤즈 뮤지컬 씨어터’에서 상연 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3 <싱글즈>(연출 김재우)에서 배우 이동하와 장지우 엄태형은 잘생긴 외모와 함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증권맨 ‘수헌’으로 분한다. 주인공 ‘나난’에게 첫눈에 반해 작업을 시도하는 완벽하지만 귀여운 반전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최근 <쓰릴 미> 2차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 이동하는 달콤한 눈빛과 목소리를 지닌 로맨티스트 ‘수헌’으로 분해 달달한 매력을 발산했다. 마지막 커튼콜의 침대 신에서 보여주는 민망하고도 묘한 미소를 기대할 것.

행복할 것만 같았던 29살의 생일에 3년 동안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패션 브랜드 기획팀 대리에서 한 순간에 레스토랑 매니저로 발령이 나는 ‘나난’ 역에 배우 우금지∙유별라∙홍광선, 정준 역에 배우 최호승∙최형욱, 동미역에 배우 이은∙소정화∙홍예나, 마실장역에 배우 윤성원∙추연각, 한지혜 역에 이지연∙최현지가 번갈아 가며 출연한다.



2013 <싱글즈>는 더욱 다채롭게 편곡된 음악이 귓가를 자극한다. 또한 나난의 침대가 바뀌었다. 이전 구두 모형의 침대가 사라진 건 아쉽지만 공중 부양 침대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 것.

<싱글즈>의 커튼콜은 다시 봐도 매력 만점이다. 배우들이 서로 다른 역할의 넘버를 부르기도 하고 배역을 바꿔 다른 상황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똑같은 넘버가 다른 배우의 입에서 불려질 때의 신선함과 어색함을 끝까지 지켜보자.

뮤지컬 <싱글즈>의 한국 공연은 14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관객과 배우가 직접 만나는 '땡큐(thank you) 토크콘서트'도 11일까지 열린다. '힐링' '꿈과 열정' '연애' 라는 세 가지 주제와 관련된 고민을 현장에서 배우들이 직접 상담하고 해결해 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악어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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