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고민정 아나운서의 ‘존경’이 떠오른 까닭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연하남 사용 설명서’ 편을 보며 새삼 세상 참 요지경 속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상형’은 그야말로 이상(理想,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일 뿐이지만 ‘100만원이라도 더 벌 수 있는 남성’을 이상형으로 꼽는 안선영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10만원도 아니고 무려 100만원이란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벌기 위해 발 동동거리며, 온갖 풍파와 부대끼며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런 소리를. 나름 힘들게 벌고 있다고는 변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방송 패널 일이 고돼봤자 무에 그리 고되겠는가.

돈 마다하는 사람 없고 돈 때문에 좋던 관계가 금이 가고 소원해진다는 걸 모르는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나보다 경제력이 월등하지 않으면 존경심이 일지 않는다는 가치관, 이게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 또한 잘 아는 터라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부부 사이에 있어 서로에 대한 존중은 기본일진데 인연을 맺은 후 실직을 할 수도 있고 병을 얻을 수도 있는 노릇이 아닌가. 살면서 생기는 변수는 부지기수, 그런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면 존경심이 사라져버리려나? 뭐 갖가지 사람이 어우렁더우렁 엮여 살아가는 세상이니 ‘나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구나’, 해버리면 된다. 다만 내가 아쉬웠던 건 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돈이 존경심의 잣대라는 발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해줬어야 옳지 않겠느냐는 것.

그 순간 요지경 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마 몇 주 전 ‘가족의 품격-풀하우스’에서 고민정 아나운서로부터 들은 속 깊은 얘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이미 당시 화제가 된 바 있지만 이 시점에 한 번 더 곱씹어 보면 어떨까 싶다. 그래야 그나마 TV를 권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면이 서지 않겠나.



7년이라는 오랜 연애 끝에 시인과 결혼한 고민정 아나운서는 부군이 강직성척추염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초대 손님들이 삶의 지혜를 전하는 코너 ‘공감의 신’을 통해 털어 놓았는데 결혼 당시에 그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꿈을 이뤄준 시인 남편, 이젠 내가 그의 꿈이 되겠어요” 대학 선후배 사이로 만나 대학을 졸업하면 결혼해주겠다는 선배의 말에 졸업을 마쳤고, 꿈을 이룬 후에 결혼을 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에 선배의 도움을 받아가며 언론고시에 온 힘을 쏟았다고. 그리고 KBS 아나운서에 합격하자마자 바로 부모님들께 인사를 올리고 결혼 허락을 받았다던 그녀. 그런데 그때 이미 시인은 병마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 사람을 하루라도 즐겁게 해주자’ 하는 마음으로 살았다는 그녀가 참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가난한 시인과의 결혼을 반대하지 않은 고민정 아나운서의 부모님도 존경스럽고 자신의 증세를 잘 알고 있기에 가족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철저히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는 조기영 시인도 존경스럽다. 그리고 고민정 아나운서는 그가 존경할 수 있는 남자여서 좋았다고 했다. 잘생긴 남자, 돈 많은 남자, 여러 종류의 남자가 많았지만 존경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남자는 지금의 남편 하나뿐이라고 했다. 바로 ‘존경’이라는 단어는 이런 곳에 써야 하는 거다.

아울러 그날 같은 자리에서 선우용여 씨가 했던 말씀도 이참에 되새겨 보자. “인생은 머리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나의 스승이다, 잘못된 것을 봐도 그걸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된다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TV에서도 부디 그런 사람들의 따뜻한 얘기를 많이 보고 들을 수 있기를.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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