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누군가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것 보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는 것 보다 더 쉬운 건 ‘밥 한 끼를 같이 먹는 것’이라고.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같이 밥을 먹는다는 건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꿈’을 나누는 일이다.

2012년 초연된 서울시뮤지컬단의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밥퍼)이 다시 돌아왔다. 120만부 베스트셀러인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도서출판 다일, 최일도 저)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밥퍼>(박경일 이진숙 공동 연출)는 나눔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공연.

이번 무대는 ‘그’가 아닌 ‘그들’의 이야기로 새롭게 태어난다. 작품은 최 목사의 러브 스토리를 주 내용으로 한 1막과 청량리 사람들의 스토리로 채운 2막으로 이뤄져 있다.

연출은 개신교 전도사에서 로미오로 변신한 최일도 목사와 수녀의 사랑, 다일공동체를 꾸려 청량리에서 무료급식을 시작한 최일도 목사의 드라마 같은 인생 스토리와 함께 세상을 바꾼 기적의 주인공들인 거지대장, 588 아가씨, 포주, 건달 등 청량리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이 외에도 소소한 변화들이 눈에 띈다. 겨울을 배경으로 했던 작품의 시점을 여름으로 수정했다. 꿈을 품고 서울로 상경했지만 청량리로 흘러가게 되는 시골처녀 향숙의 비중도 커졌고, 향숙의 미래도 달라졌다.

작품의 메시지를 포괄하고 있는 주요 넘버는 ‘사람이 준 상처는 사람이 위로하네/사람이 준 슬픔은 사람이 치유하네...그것이 우리 인생이라네’라고 속삭이는 ‘어제는 비 오늘은 햇살’이다.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평은 '이만하면 괜찮다‘는 쪽과 ’세종문화회관의 예술단 공연인만큼 보다 양질의 공연을 선보여야 하지 않겠냐‘는 평으로 나뉘고 있다. 개인적으론 작년에 비해 많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여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줄거리 짜임새가 느슨한 점, 작품 안에 여러 이야기가 들어오면서 관객의 집중을 한 곳에 모으지 못한 점이 발전과제로 남았다. <밥퍼>안에서 <번지점프를하다>,<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등 여타의 뮤지컬들이 자꾸 오버랩 되는 점도 아쉽다. 향숙이라는 인물을 ‘마리아’라는 존재로 의인화시키려 한 점이 재공연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최일도 목사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 김연수의 의미가 보다 구체화 된 점은 좋으나 여전히 1막에서 러브스토리 비중이 높다. 이렇게 되니 2막과의 연결성이 다소 떨어진다. 최일도 목사가 실천한 ‘사랑과 완성, 나눔과 희망, 꿈’이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구체적으로 공감을 얻기 위해선 다시 한 번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2012년 초연에 함께했던 서울시뮤지컬단 배우들과 함께 주연인 최일도 역으로 박봉진, 강필석이, 김연수 역으로 유미, 강성연이 출연한다.

최일도 목사로 분한 강필석의 호소력 가득한 눈빛과 가창력이 좋다. 가수 ‘보보’로 활동한바 있는 17년차 베테랑 배우 강성연의 첫 뮤지컬 무대에 대해선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3000석 대극장 무대에서도 밀리지 않는 안정된 발성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이외 배우 권명현, 원유석, 이경준, 박선옥, 곽은태, 왕은숙, 주성중, 임승연, 박정아, 이신미, 고준식, 신대성, 박원진, 한일경, 정선영, 우현아, 박은영, 주홍균, 정인아, 김태훈, 주경환, 유연, 홍인아, 김창현, 권민수, 양창규, 조재웅, 안병철, 권정은, 김은혜가 출연한다. 2013 뮤지컬 <밥퍼>는 8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서울시뮤지컬단,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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