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블랙메리포핀스’는 ‘누가 범인일까’에 초점을 맞추면 의미가 없어지는 심리추리스릴러이다. 전작인 코믹 추리스릴러 <웰컴 투 마이월드>가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것과는 다르다. 이번 작품은 이들이 ‘왜’ 불행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지우려 하지 않고, 가슴 속에 안고 살아가는지에 무게감을 실었다. 크게 봤을 땐 맏이 ‘한스’의 기억의 방을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 6일 동국대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린 <블랙메리포핀스>(극작 작곡 연출 서윤미, 편곡·음악감독 김은영, 프로듀서 김수로)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 현장에 참석한 서윤미 연출은 이 작품이 기존의 추리스릴러와는 다른 심리추리스릴러임을 강조했다. 즉, 결과를 찾아가는 보통의 추리스릴러와 다르게 인과과정을 찾아가는 역 발상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의 본 포스터 역시 작품 속 넘버 제목이기도 한 ‘기억의 방’을 콘셉트로 하여 성인이 되어 만난 형제들이 각각 내면의 아픔과 슬픔을 감추고 서로를 마주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또한 “그 날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란 짤막한 문구가 이들의 ‘기억’을 대신한다.

2012년 초연된 <블랙메리포핀스>는 1926년 나치 정권 아래의 독일을 배경으로 저명한 심리학자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 화재사건으로 인한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이야기 속에서 이질감이 들 수 있는 안무(안영준)가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조명, 오브제와도 같은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져 무대 밖 관객들은 마치 ‘움직이는 그림 작품’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점. 서 연출은 “소극장 초연에 비해 원근감을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또한 극장이 커진 만큼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피아노만으로 구성됐던 음악에 스트링(현악기)을 추가했다”고 수정된 부분을 설명했다.



작품의 핵심 인물인 한스 역에 배우 김재범·이경수·박한근이 트리플 캐스팅 됐다. 네 남매 중 첫째인 한스는 재기를 꿈꾸는 변호사로서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알코올중독자이다. 서 연출은 세 한스의 차이점에 대해 “강인하고 냉철한 이경수,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김재범, 유악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강한 내면을 지닌 박한근의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고 답했다. 추가적으로 ‘배우들의 동선과 대사 역시 조금씩 다르게 설정됐음’을 밝혔다.

배우들의 캐릭터 분석 방법도 달랐다. 김재범은 “문성근의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다큐를 찾아보며 캐릭터 분석에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경수는 “캐릭터의 나이대를 고려해 중3시절을 떠올리며, 그 시절 난 어떻게 화를 냈는지에 대해 자주 생각해봤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린 한스인 박한근은 “인간적인 아픔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둘째 헤르만 역에 김성일· 윤소호, 안나 역에 문진아·이하나, 막내 요나스 역에 김도빈·최성원이 캐스팅됐다. 네 아이의 유모이자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메리 슈미츠 역은 홍륜희· 최정화가 맡는다. 홍륜희의 다부진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극중에 딱 세 번 나온다. 분량만으로 봤을 땐 크지 않은 배역일 수 있지만 무대 위에 이유 없이 나오기 싫었다”고 말문을 얼었다. 이어 “‘메리 슈미츠란 인물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아이들과는 어떤 추억들이 있는지 연출님과의 이야기를 거쳐 내 나름대로 탄탄한 전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작년 제 18회 한국뮤지컬대상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데 이어 올해 창작뮤지컬지원사업작품에 선정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블랙메리포핀스>는 9월 29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아시아브릿즈컨텐츠(주), 정다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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