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서비스, 곧 극장산업을 무너뜨릴 수 있어.

[엔터미디어=오동진의 영화로 본 세상] 컨텐츠 배급이 광속화 되고 있는 시대다. 이제 극장에서만 영화를 보라는 법이 없다. 최신작도 안방에서 볼 수 있다. VOD 기술 덕이다.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최근 국내에도 개봉된 <킹스 스피치>는 현재 종영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디지털케이블TV의 VOD서비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영화산업 면에서 봤을 때 약인가, 독인가.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사태를 종합해 볼 때, 적어도 영화인들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뜨거운 논쟁을 소개한다.

신작영화의 VOD서비스를 둘러싸고 할리우드 감독 및 극장업계와 영화사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피터 잭슨, 마이클 베이, 캐서린 비글로 등 할리우드 유명 영화감독 23명은 최근 메이저 영화사들에게 VOD서비스 계획을 정면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는 소니픽쳐스, 20세기 폭스, 유니버설 픽처스, 워너 브러더스 등 메이저 영화사들이 신작영화를 개봉한 후 60일만에 프리미엄 유료영화 TV 채널인 디렉트TV에 서비스하기로 합의한데 대한 것이다.

감독들이 “상업영화만 살아남는 극장환경을 조장하고 디지털 불법영화파일을 만연시키는 행위”라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디렉트TV는 지난 4월 21일 제니퍼 애니스턴, 애덤 샌들러 주연의 <저스트 두 위드 잇(Just Do With It)>을 시작으로, 개봉 60일 안팎의 신작 영화 서비스에 돌입했다. <저스트 두 위드 잇>이 북미시장에서 극장개봉 후 VOD로 서비스되는데 걸린 날짜는 68일.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이 영화가 극장 상영중이다. 미국 영화업계에서는 그동안 신작 개봉 후 VOD 서비스 까지는 평균 120일 관례였다. 디렉트TV는 지난 2월 개봉한 맷 데이먼 주연의 <컨트롤러>도 곧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회 다운로드 비용은 29.99달러로, 48시간 시청이 가능하다.

미국 영화업계에서 일부 신작영화들은 극장개봉 후 얼마되지 않아 VOD로 서비스된 바 있다. 하지만 소니, 폭스, 유니버설, 워너 등 4대 메이저 영화사들이 개봉 60일후 VOD서비스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창작자와 극장업계는 상당한 충격을 나타내고 있다. 감독들은 공개서한에서 VOD서비스 기한단축에 대해 “영화산업의 재정적 모델을 심각하게 저해하게 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서비스 정책에 따라 문닫는 극장이 속출해 결국 상업영화만이 극장 스크린을 차지하고 저예산예술영화, 비상업영화의 극장개봉은 물론 제작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사들은 영화관객의 소비패턴이 홈시어터쪽으로 변화하고 있는만큼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제작자들도 ‘현실적 이유’를 들어 VOD서비스 단축의 불가피성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영화제작자 스티븐 마골리스는 최근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음악산업이 불법파일로 인해 크게 위축됐던 것을 영화계가 피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따져봐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사진=영화 ‘킹스 스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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