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영화 촬영 영업기밀 공개한 봉만대 감독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대한민국 영화계에는 두 명의 봉감독이 있으니, 하나는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만들었고 지금은 <설국열차>로 흥행몰이 중인 국제적인 스타 봉준호이고, 다른 한 명은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이후 '한국의 잘만 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에로 영화의 장인 봉만대다.

한국에서 비교적 드문 성씨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 둘은 전혀 닮은 구석이 없고 이들을 한 줄에 놓고 비교해야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스타 배우들을 캐스팅한 대작 영화 <설국열차>가 히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은근슬쩍 자기가 직접 주연을 맡은 코미디 소품 <아티스트 봉만대>을 들고 나온 봉만대를 보면 SM의 이수만 뒤에 삐딱하게 서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LSM의 이상민을 보는 것 같다.

<음악의 신> 비유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아티스트 봉만대>라는 영화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방법은 이 영화를 노출이 많고 비속어가 삐처리 되지 않는 엠넷 페이크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영화라고 하는 것이다. 봉만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자기 자신의 패러디를 연기한다는 것도 같고, 그것이 대부분 자학 개그로 이어진다는 것도 같다.

설정은 이렇다. <헨젤과 그레텔>과 <남극일기>의 감독 임필성은 인도네시아에서 에로틱 호러 <해변의 광기>를 찍는다. 하지만 임필성이 에로 파트를 건성으로 만든다고 생각한 제작자는 일이 없어 부산에서 놀고 있는 에로 영화 전문 감독 봉만대를 불러 야한 장면만 따로 찍는다는 계획을 세운다. 쉽게 푼돈을 챙기려고 인도네시아로 내려온 그는 임필성의 사보타지, 배우들의 갈등, 장르에 대한 제작자의 편견과 싸워야 한다.



물론 야한 장면은 많이 나온다. 배우들도 많이 벗는다. 하지만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는 야한 영화라기보다는 야한 영화에 대한, 그것도 야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를 통해 봉만대는 섹스 장면을 찍는 그만의 테크닉을 상당히 많이 공개한다. 몇몇은 카메라의 움직임과 편집 같은 영화적 테크닉이기도 하고, 몇몇은 인체의 움직임과 해부학에 대한 지식의 활용이기도 하며, 이성애자 남성 관점에서 여성을 찍으면서 여성 관객들을 (될 수 있는 한) 소외시키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정치적 기술이기도 하다. 아마 교묘하게 여자 배우들을 구슬려 옷을 벗기는 재주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여기서 그 방식과 결과물에 동의하느냐, 동의하지 않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여러분은 에로 영화를 찍는 방법과 촬영 현장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봉만대 자신도 기자간담회 때 자랑했지만 이 영화는 소위 '공사'한 부위가 그대로 나오는 최초의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봉만대가 과시하고 싶어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자의식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아티스트 봉만대>라는 제목은 반어법적인 자학 농담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관객들은 봉만대가 이 제목를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조금은 놀랄 것이다.



<아티스트 봉만대>에서 우리가 진짜로 주목해야 할 것은 에로 영화 촬영장에 대한 지식이나 배우들의 노출이 아니라, 거의 금욕적일 정도로 냉정하게 현장과 영화와 장르와 사람들을 통제하는 예술가의 초상이다. 그리고 그는 종종 그 자리를 프로페셔널한 동료인 배우들과 스태프에게도 나누어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공을 들인 고백 장면은 봉만대가 아닌 배우 성은에게 주어진다.

그 예술가가 이 영화의 감독/작가/주연배우이기 때문에 ‘자뻑’은 당연히 들어간다. 에로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그 때문에 일어나는 참사에 대한 하소연과 야유도 필수이다. 몇몇 묘사, 특히 제작자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그가 충무로에서 알고 지낸 몇 명에게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그가 자학과 노출을 조금 줄였다면 좋았을 거라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 감정들과 인간적인 결점들이 영화에 큰 해를 끼치는 일은 없다. 오히려 반대라면 반대일 것이다. 이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과 욕망이야 말로 예술 작품의 가장 순수한 재료니까. 그리고 이런 개인적인 재료들로 당당하게 자신을 그려내는 사람이 '아티스트'가 아니면 누가 '아티스트'이겠는가.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아티스트 봉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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