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뮤지컬 <애비뉴 큐>(Avenue Q)는 강철보다 단단한 취업의 벽에 부딪쳐 우울의 강도가 짙어져가는 청년백수, 남의 불행을 보고 즐거워하거나 위안을 받는 자신의 모습이 왠지 도덕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자, 야동을 보면서 눈과 손은 광속으로 움직이지만 내심 마음이 찜찜한 사람들에게 권할만했다. 추가적으로 인생의 목표가 흔들리는 이, 자신의 성 정체성이 의심되는 이도 만나보면 좋겠다.

어덜트 퍼펫 뮤지컬 <애비뉴 Q>엔 9개의 퍼펫과 3명의 인간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청년백수 ‘프린스턴’과 그의 여자친구이자 유치원 보조교사 ‘케이트’, 게이인 사실을 숨기고 사는 월스트리트 맨 ‘로드’, 야동 예찬론을 펴는 인터넷 중독자 트레키 몬스터 등을 퍼펫 주인공으로 내세워 말 못할 고민, 들키고 쉽지 않은 비밀을 주저 없이 들추는 작품이다.

<에비뉴 Q>의 주인공들은 예쁜 척, 착한 척 꾸미지 않아 더욱 현실적이다. 미국 뉴욕에 자리한 가상의 슬럼가 ‘애비뉴 Q’에서 살아가는 '한심한 인생들'이 모여 ‘엿 같은 내 인생(It Sucks To Be Me)’을 부른다. 아니 누구의 인생이 더 구린지 내기를 할 정도이다.

친구와 연인 사이에 대한 케이트의 감정을 노래한 넘버 ‘종이 한 장 차이’(There's a Fine, Fine Line)음악성, ‘모두가 조금씩은 인종차별주의자’(Everyone's A Little Bit Racist)란 장면의 기발한 풍자도 눈에 들어왔지만 국내 관객들은 ‘게리 콜맨’이 부르는 넘버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에 더 많은 호응을 보인 것 같다.

‘애비뉴 Q' 아파트 관리인 ‘게리 콜맨’은 142cm의 단신인 ‘불운의 배우’이자 한 물간 아역 스타 ‘게리 콜맨’이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따왔다. 1980년대 미국 인기시트콤 ‘개구쟁이 아놀드’(Diff’rent Strokes)의 귀염둥이 막내로 사랑받았던 콜맨은 연기로 번 돈을 탕진한 부모 때문에 법정다툼을 벌이기도 한 인물. 실제 뮤지컬 속에서도 이런 사실을 끌고 들어 와 그냥 흘러 보낼 수 없는 대사들을 쳐 비슷한 다른 연예인들을 떠올리게 했다. 또한 역경이 바닥을 친 노숙자 ‘니키’. 추락한 스타 ‘콜맨’의 현재에 묘한 기쁜 감정을 느끼는 속물근성을 유쾌하게 까발린다.



왜 19금 뮤지컬인지는 리얼한 베드신과 야동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발칙한 19금 퍼펫(Puppet)의 성적인 농담과 베드신을 이렇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을 듯 하다. 야한 동영상의 특징을 정확히 잡아 낸 번역과 자막 센스에 박수치는 관객들이 태반이다. 큰 자연산 가슴을 가진 ‘루시’의 야광 빛 가슴 굴곡, 도발적이고 ‘단단한’ 대사들도 외설스럽다기 보다는 연신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북 오브 몰몬>으로 토니상과 브로드웨이를 점령한 ‘브로드웨이의 악동 콤비’ 로버트 로페즈와 제프 막스의 손에서 탄생한 이번 작품은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 속 인형이 다 큰 어른으로 성장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상상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작지만 강한 뮤지컬 <에비뉴 Q>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29만원 발언', ’북한의 김정은 행보‘, MBC TV '나 혼자 산다' 등 국내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풍자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극 후반은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더 행복하다‘는 ’기부 머니 송‘으로 희망을 전하며 막을 내린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작사와 작곡을 맡은 로버트 로페즈는 “<애비뉴 Q>를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어, 조금은 실망하고 또 조금은 똑똑해진 현실을 깨닫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연출가 제이슨 무어는 그런 결말은 이론적으로 괜찮을 뿐 실제 공연에선 관객들에게 뭔가 이루어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고 했음”을 전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로버트 로페즈 버전 결말이 더욱 궁금해진다.

<애비뉴 Q>에 대한 감상을 한 마디로 표현 하라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가 깜짝 방문할 것 같은 설레임, 행복감, 기대감은 물론 특별한 날에 방바닥 긁고 있을 백수 겸 솔로들의 외로움과 불안감까지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는 특별한 뮤지컬이다’고 하겠다.

극중 상담 치료사로 나오는 ‘크리스마스 이브’ 역 배우 나오코 모리가 ‘< 애비뉴 Q >는 그저 웃긴 코미디 쇼가 아닌 공감의 뮤지컬이다. 감정을 숨기고 사는데 익숙한 현대인들이 ‘애비뉴Q’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억눌린 감정이 폭발되며 공감의 기운을 나눠 갖게 된다.“고 했던 말의 의미가 확실히 와 닿았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설앤 컴퍼니]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