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화가들’, 예술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제가 2,30대였을 때 연기하면서는 배우 개인적으론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내 안에 어떤 이가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많았어요. 연극 속 ‘올리버’가 겪게 되는 비슷한 경험이죠. 이제 나이 50이 지나서 배우로서 그런 것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지만, 더 크게 발전을 시키지 못한 건 아닌가. 그 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러 역을 맡으면서 너무 타성에 젖어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광부화가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강신일이 “‘광부화가들’은 예술을 알아가고, 배우 인생을 돌아보며, 예술이 내게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계속 질문하고 찾아가게 만든 작품”임을 밝혔다.

최근 영화 <전설의 주먹>, 드라마 <추적자>, 교양 프로그램 <강신일의 암행어사> 등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동 중인 배우 강신일이 연극 <광부화가들>에 출연한다.

연예인 보단 연극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익숙한 강신일은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최근 ‘2012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 <꿈>(김명화 작, 최용훈 연출), 시와 노래, 연극과 토크가 어우러진 색다른 공연 <강신일과 여우>에 출연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9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광부화가들>은 1934년 영국 북부 탄광촌 애싱턴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평범한 광부들이 미술 감상 수업을 통해 화가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연극이다.

광부촌에서 태어나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적인 작가가 된 리 홀은 <빌리 엘리어트>에서 발레라는 예술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탄광촌 사람들을 극에 등장시킨 반면, <광부화가들> 에서는 예술의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광부들이 자신들의 그림을 알리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2007년 영국에서 초연되어 2008년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 최고연극상 등을 수상하며 언론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으나 국내에선 2010년 초연됐다.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는 등 관객들로부터 재공연 요청이 가장 많았던 화제작이기도 하다.



2013 <광부화가들>에서 강신일이 맡은 역은 광부들 중 가장 뛰어난 자질을 보이며 광부와 화가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올리버 킬번 역이다. 초연 공연 땐 배우 윤제문이 맡았던 역으로 자신의 예술이 고된 광부의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었음을 인식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강신일이 <광부화가들>에 앞서 2011년 국내 공연 된 미국 추상표현주의 실존 화가 마크 로스코의 이야기를 다룬 2인극<레드>(Red)에서 유명 화가 로스코 역을 맡았던 점.

이에 대해 강신일은 “<레드>라는 작품도 굉장히 저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어요. 로스코라는 인물은 당대 최고의 화가였고, 올리버는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광부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달라요. 어쩌면 그 작품을 앞서 했기 때문에, 광부로 돌아가기 더 어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신분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두 작품 모두 예술을 알아가는 과정을 다뤄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초연 당시 외국 작품임을 무색하게 하는 따뜻한 번역과 인간미 넘치는 연출로 뛰어난 무대를 만들어 낸 연출가 이상우와 배우 강신일, 김승욱, 김중기, 민복기, 채국희, 송재룡, 이원호, 권진란, 김용현등이 출연한다.



‘초연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좀 더 유머러스하게 끌고 가고 싶다’고 밝힌 ’이상우 연출은 “‘광부화가들’에서 작가가 처음부터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예술은 가진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판매가 되는 작품이냐는 또 다른 문제이지요. 즉 ‘‘광부’들이 창작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진짜 가치인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에 대가를 지불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나아가게 된다. 여기에 단정적으로 대답을 하기 보단 이런 질문과 답을 수렴해 가는 ‘과정’에 주목한 작품이다.”고 전했다.

<광부화가들>은 무대 속으로 들어온 미술이야기이다. 무대 위 3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걸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고흐, 세잔느, 라파엘로 시스틴 성당의 천장화 등 유명화가들의 그림 뿐 아니라 우드혼 탄광박물관이 영구 소장하고 있는 실제 ‘애싱턴 그룹’ 광부화가들이 그린 그림 100여점을 극 중에서 배우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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