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 스코어] 웃음을 넘어선 진정한 행복을 전달하는 착한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2>(김정숙 작, 권호성 연출)가 지난 28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했다. 소극장 연극의 신화를 보여줬던 작품답게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05년 초연된 <오아시스 세탁소>는 옷을 빠는 세탁소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빨겠다고 나선 세탁소였다. 그 중심엔 ‘오아시스 세탁소’의 마음 좋은 주인장 강태국이 있었다. 그런데 2013 ‘오아시스 세탁소’는 주변의 재건축 압력으로 자칫 ‘맹지’가 될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위태로운 오아시스이다. 옷 수선을 하던 아내는 야간에 빌딩 청소를 하러 나서고 공부방 없는 딸아이는 독서실로 공부하러 나가는 상황. 여기서 강태국 마저 돈 앞에서 점점 인간미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연극은 강태국의 착한 마음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집중했다. 김정숙 작가는 “착하디 착한 강태국을 향한 궁금증에서 2편을 집필하기 시작했다”며 “결국 강태국이 가진 착한 힘의 원천은 끊임없이 더러운 마음을 갈고 닦는 점, 그를 지켜보는 가족에 있다”고 전했다.

7년간 33만 관객이 인정한 착한 연극의 대명사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의 부제는 ‘별이 빛나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이다. 1편이 세탁소에 들이 닥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에 집중한 것에 비해 2편은 강태국의 마음 속 보물을 더 깊이 있게 파헤친다. 30년 동안 다른 사람의 옷만 시치고, 감치고, 다림질 했던 세탁쟁이 강태국이 이젠 본인의 옷을 세탁하게 된 것. 강태국이 잠시 잊고 지낸 ‘별이 빛나는 밤’을 함께 올려다보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다.

세탁소 이웃들의 신상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 어리숙한 광대 세탁배달부 염소팔도 이제 ‘오아시스 세탁소’를 그만두고, 가족을 타국으로 보낸 채 고시원 생활로 연명하는 가난한 배우 ‘고시원’도 등장한다. 이어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을’ 배경으로 별밤지기 이종왕이 등장해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압권은 이 세 가지 배역을 배우 한명이 책임지고 있는 것. 전편과 마찬가지로 극작가, 배우, 연출을 종횡무진 누비는 선욱현이 등장해 객석 웃음의 팔 할을 책임진다. 코미디의 기운이 온 몸에서 요동치는 배우의 등장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탄탄한 배우진이 포진된 연극이다.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김정호 빼고는 이재훤, 김민체, 홍수현 등 등장인물 모두 2~3배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특히 김민체와 홍수현의 감쪽 같은 연기 변신을 커튼콜에 가서 알아차리는 관객들도 상당수 될 정도이다. 1인 3역을 책임 진 이재훤의 내공도 만만치 않다.

<대학로 코미디 페스티벌>의 마지막 작품인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시즌2>는 단순한 상황이나 말장난으로 웃기려는 코미디극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일상 속의 삶과 진정한 행복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장에서만 기억되는 연극이 아니라 힘든 귀가 길, 혹은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생각나는 생활밀착형 연극이다.

<오아시스 세탁소>엔 웃음과 눈물이 함께 공존했다. “괜찮아. 우리 인생 괜찮아. 힘이 들어도. 비가 내려도. 바람 불어도 괜찮아. 구겨져도, 얼룩져도 더러워져도 우리 인생 괜찮아”라는 힐링 송이 따뜻한 위로가 된다. 하루하루를 악으로 깡으로 버텨왔던 관객들의 가슴에선 울음보가 터졌다.

시즌1이 삭막하고 때 많은 이 세상에 꼭 필요한 비누 같은 연극이었다면, 시즌 2는 착할수록 살기 어려운 세상을 살지만 마음 속에 반짝이는 별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토닥여주는 포근한 라디오 같은 연극이었다.

권호성 연출가는 “강태국 씨 손길 따라 구겨진 자존심도 세워지고 어깨에 힘이 불어 넣어지는 것처럼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지친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힘나는 연극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한국공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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