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접수한 이순재, 25년 만에 연극 연출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대발이 아빠, 야동순재에 이어 최근엔 tvN 예능 <꽃보다 할배>의 직진순재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이순재가 연출가로 나서 아서 밀러의 <시련>(The Crucible)을 선보인다.

이순재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해졌지만 끊임없이 연극무대에 도전하는 연극인이다. 이순재는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에서 철학(54학번)을 전공하고, 서울대 연극반에서 연극 활동을 시작하여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최근엔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려진 <돈키호테>(2010, 2012), <세일즈맨의 죽음>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번안한 <아버지>(2012, 2013), 극단 ‘관악극회’의 창단 공연 <하얀 중립국>(2012)등에 출연하며 관객들과 긴밀한 호흡을 나눈 바 있다.

테네시 윌리암스와 함께 미국의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인 아서 밀러와 이순재의 인연은 깊다. 1979년에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윌리 역을 연기한바 있는 그는 2000년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다시 윌리 역을 맡아 명연기를 펼쳤다. 2012년과 2013년엔 한국의 아버지 ‘장재민’으로 분했다.

연극 <시련>은 배우 이순재가 25년 만에 연출가로 다시 관객과 만나는 작품이다. <수전노>, <환상살인>, <달려라 토끼> 등을 연출 한 바 있는 이순재는 지난 88년 <가을소나타> 연출 이후로는 배우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써 왔다.

가을에 선보일 김병욱 PD의 새 시트콤를 비롯해 드라마와 예능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순재가 무려 79세의 나이에 다시 한 번 연극 연출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이순재는 “<시련>은 원작이 탄탄한 작품이라 원작에 충실하게 작품의 문학성을 인식시키려 노력했다”며 “쓰러지지 않는 한 계속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연출의도 및 작품에 임하는 태도를 전했다.



<세일즈맨의 죽음>, <두 월요일의 기억>, <다리에서 본 조망>과 더불어 아서 밀러의 4대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시련>은 미국 메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실제 있었던 마녀사냥을 모티브 삼아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을 비판한 대작이다.

<시련>은 세일럼으로 대표되는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사회 안에서 횡행하는 집단적 공포 분위기와 무자비한 횡포로 인해 개인의 존엄성마저 파괴되는 과정을 날카롭게 그리고 있다.

작은 마을 세일럼에 소녀들이 집단으로 병을 앓는 사건이 발생한다. 의사도 병명을 알아내지 못하자 마을은 일대 혼란에 휩싸인다. 소녀들의 거짓말로 시작된 마녀 사냥은 결국 수십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심판대에 세운다. 마녀사냥 광풍은 결국 24명의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고 죽지 못한 자들은 마녀로 살거나 미친 사람으로 간주되며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

연극은 자신과 적대적인 사람들을 마녀로 몰아붙이는 부조리한 현실과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잘못된 판결조차 번복하지 못하는 인간 사회의 이기심과 탐욕을 질타한다. 현대사회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광기 역시 조망할 예정이다.

오는 9월 5일부터 9월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시련>은 서울대연극동문회 부설 전문극단 ‘관악극회’의 두 번째 정기공연이다. 심양홍, 최종률, 김인수 등 서울대 연극회 출신의 중견 배우 및 윤소연, 태영 등 젊은 연극배우 및 나호숙(주부), 정창옥(직장인), 김일호(교사), 박혜성(성악가), 김동범(사업가) 등 사회인들도 함께 참여한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극단 관악극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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