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가 외모로 고통 받는 사람에 대한 의학적인 접근을 통해, 혹은 지원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꿔주자는 것이지 예쁘게 만들어주자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이유에서, 조금 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선택을 한다면 그렇지 못한 상황에 놓은 사람은 누가 도와줄 것인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도움을 준다면 더 시급한 분을 선택했으면 합니다.”
-<렛미인3>에서 정신과 의사 양재진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논란을 넘어 감동으로, 인생 대 반전쇼 <렛미인3>. 이번 13회 김미영 씨의 변신을 보고 있자니 ‘논란을 넘어 감동’이라는 구절에 공감이 갔다. 이토록 마음이 움직인 건 ‘시즌 3’에 이르기까지 처음이다. 사실 그녀가 ‘시즌 3’ 2회 때 소개된 이후 쭉 궁금해 하며 기다려왔다. 부모에게조차 감추며 살아온 고통스러운 삶, 과연 그녀도 달라질까?

필자는 성형에 그다지 반대하는 쪽도, 그렇다고 찬성하는 쪽도 아니다. 필요에 따라 할 수는 있되, 다만 틀로 찍듯이 똑 같은 얼굴을 양산해내는 요즘 풍토에만큼은 불만이었다. 개성이 사라져버린 눈이며 입매. 솔직히 지금껏 <렛미인>을 통해 거듭난 출연자들도 같은 의료진에 같은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손을 거쳐서인지 다들 비슷비슷하니 구분하기 어려운 외모가 아니었나.

물론 ‘렛미인 닥터스‘가 처한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프로그램 특성 상 드라마틱한 변신이 요구되는 터라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시술을 보탤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알면서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왜 굳이 눈에도 손을 댔을까, 왜 코까지 높였을까, 걸그룹으로 데뷔를 할 사람도 아니건만 왜 저렇게 과도하게 살을 뺐을까? 늘 혼자 탄식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 김미영 씨만큼은 필자가 의료진에게 고맙다고 절을 하고 싶어졌다. MC 황신혜 씨가 “이건 기적이에요. 난 이렇게까지 기대를 못했어.”라고 했지만 나 또한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겠다’는 그녀에게 이런 변화가 일어날 줄은 몰랐으니까.



여자로만 보일 수 있길 바라던 그녀가 몇 달 만에 예쁜 여자로 변신한 것이다. 전 의료진의 협진 덕으로. 실은 그녀는 선택을 받지 못할 기로에 놓였었다. 의학적 도움이 시급하긴 하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겠다, <렛미인>에서 치료하긴 버거운 사례라며 반대하는 의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드라마틱한 변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한 바탕 격론이 벌어졌을 때 정신과 의사 양재진 씨가 분연히 이런 주장을 펼쳤다. <렛미인>의 취지가 예쁘게 만들어주자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이건 요즘 일부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안과 의사들에게 들려주고픈 얘기다. 언젠가 갈수록 눈이 흐릿해져 안과에 갔을 때 이런 황당한 경험을 했다. 돋보기로 쓸 안경 처방을 받았는데 수납을 하며 간호사에게 믿을 수 있는 안경점 추천을 부탁했더니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와 같은 답을 하는 게 아닌가. “저희는 안경을 벗기는 병원이지 씌우는 병원이 아니에요.” 라식, 라섹 수술 전문 병원이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의사 선생님도 진료 내내 이마에 내 천자를 그리고 있더니만. 우리나라 모든 의료진들이 왜 의술을 공부하게 됐는지, 자신의 진료과목을 왜 선택했는지, 의사 가운을 처음 입던 날, 그날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지금은 <렛미인3> 제작진과 ‘렛미인 닥터스’ 여러분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신이 소중한 줄 몰랐던 김미영 씨에게 용기를 줘서, 열심히 살아서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Story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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