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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희 “‘개구리’, 정치 얘기 같지만 결국은...”
기사입력 :[ 2013-09-12 17:30 ]


“시대를 느끼지 못하는 배우에겐 ‘쉼’도 없어”
국립극단 연극 <개구리> 배우 박윤희 인터뷰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돌직구 인터뷰] “제 얼굴이 참 평범하게 생겼어요. 그래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가? 란 생각도 한 적 있어요. 그러다 오히려 이 평범함이 더 장점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제가 특출 난 캐릭터였으면 ‘신부님’, ‘아스트로포’ ‘조오지 깁스’, ‘요셉 k' 등 이 모든 캐릭터에 다 다른 색깔을 입을 순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주인공도 할 수 있고 악역도 할 수 있는 배우, 그게 저만의 매력 아닌 매력입니다.”

국립극단 2013 가을마당 <그리스 희극 3부작>은 그리스 희극의 대표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개구리>. <구름>. <새> 이다. 그 첫 번째 <개구리>는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을 유쾌하게 고발하는 정치풍자극이다.

오는 15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개구리>에서 신부님으로 출연중인 배우 박윤희를 만났다.

■ “정치 이야기 같지만 결국은 연극 놀이 <개구리>”

<개구리>는 아리스토파네스가 2500년 전 패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던 조국 그리스를 위해 쓴 희극. 국립극단 <개구리>는 원작을 2013년 대한민국으로 옮겨왔다. 원작이 아테네에 필요한 위대가 작가 찾기 여정이라면, 2013 <개구리>는 정치, 경제, 사회,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국가를 구원할 수 있는 '그 분'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신부님’은 이 광란의 아비규환 속에서 말뿐만이 아닌, 행동을 통해 우리에게 위대한 회초리를 들어줄 스승을 찾아 간다.

-박근형 연출과는 처음 작업하는건가
“연극이 극단 작업으로 이뤄지는 게 많아, 이렇게 국립극단에서 오디션을 거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새로운 연출이나 배우들과 작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그 전부터 극단 골목길 연극 <청춘예찬>, <경숙이, 경숙 아버지>, <너무 놀라지 마라>를 보면서 저 속에 들어가서 한번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죠. 우리 사는 이야기를 수치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꺼내놓는 분이시잖아요. 내 이야기가 아닌데 내 이야기 같고. 와! ‘연극이 저래야 하는데’란 생각을 갖게 하죠.”

-나이도 그렇고 배우 경력이 많은 걸로 안다. 실제 오디션을 봤다는 게 놀랍다.
“‘나이도 있고 경력도 많은데 오디션을 왜 봐?’ 이런 말도 나올 수 있지만 배우가 놀면 배우가 아니라고 봐요. 그게 창피하거나 쉬쉬할 일은 아니죠. 제가 즉흥성이 약해서 박근형 연출님 작업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초반에 하긴 했지만 그것 이상으로 배워가는 게 많아 너무 좋습니다. 다 받아들이면서 감사하게 하고 있어요. 연출님도 제가 오디션 원서 넣은 거 반가워하셨다는 후문도 들어서 더 기뻤죠.”

-원작의 디오니소스가 ‘신부님’으로 재탄생했다. 어떻게 인물을 만들어갔나
“한 마디로 정리하면, 동네아저씨 같은 편한 신부님이예요. 무릎 아대를 하고 장갑을 끼고 땀복까지 입은 아저씨죠. 다만 연출님의 기대만큼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점은 있어요. 신부님이 무대 위에서 좀 더 여유롭게 놀아야 하는데 못 논 것 같아요. 연출님은 ‘아니야 아니야’ 하시는데 전 계속 마음에 걸리네요.”

-박근형 연출가와 실제 작업해보니 어땠는가
“배우에게 못한다고 야단치기 보다는 배우를 존중해주세요. 항상 배우는 위대하다고 치켜세워주는 연출이죠. 또 배우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대사로 바꿔주신다거나 배우의 실제 경험이나, 살았던 동네 이야기 같은 것을 연극 안으로 끌고 오시죠. 그 대사들이 극적으로 맞아 들어가 한 편의 드라마가 되고 장면이 되니 신기하고 놀랍죠.”

-혹시 뮤지컬 <영웅>의 단지 동맹 장면이 이번 작품 속으로 들어간 것도 그런 이유인가
“악사로 출연중인 임진웅 배우가 이전에 <영웅>에 출연했잖아요. <개구리>란 작품과 관련 있는 ‘안중근’이란 인물에서 뮤지컬 <영웅>, 더 나아가 배우 임진웅까지 기억해내신거죠. 그러시더니 진웅이에게 ”영웅 노래 한번 해볼까“라고 말씀했어요. 그렇게 시작돼서 연극 안에 <영웅> 장면이 들어오게 됐어요.”



-<개구리>란 작품이 전체적으로 재미있기도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신동엽 시인이 쓴 '산문시1', 박정희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카멜레온’이란 인물 등 작품이 정치사를 돌아보게 한다.
“얼마 전에 연출님이 ‘연극이란 기본적으로 사람들한테 쉼을 주는 거다. 하지만 시대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쉼이란 의미가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이 계속 기억에 남는데, 시대와 역사에 대해서 모르면 <개구리>에서 ‘쉼’을 느끼지 못해 연극의 재미가 덜하겠죠. ”

-<개구리>는 정치극인가?
“정치 이야기 같지만 그렇다고 정치극은 아니라고 봐요. 결국은 (극중에서 나오듯)지옥에서 맛본 연극 놀이 아니었을까요? 유치한 인생 놀이, 그와 닮은 연극판에서 재미있게 놀다가셨으면 해요.”

-정치에 관심이 많은 배우인가
“배우가 시대에 관심 갖는 건 당연한 거라고 봐요. 역사의식이나 시대에 대한 책임도 가져야 하죠. 제가 아는 상식선에는 항상 눈과 귀를 열어놓고 있어요.”

■ 평범한 얼굴 뒤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감춰 놓은 박윤희

배우 박윤희는 1990년 <에쿠우스>로 데뷔해 연극 <푸르른 날에>,<아워 타운>,<오이디푸스>,<친정엄마와 2박3일>,<심판>,<억울한 여자>,<13월의 길목>,<나생문>,<고곤의 선물>, 뮤지컬 <맘마미아>,<지하철1호선>,<모스키토>,<개똥이>.<렌트>,<밑바닥에서> 등으로 관객을 만났다. 2007년 공연된 극단 실험극장의 <심판>에서 ‘요셉 K’역을 맡아 제44회 동아연극상 신인 연기상을 받으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단편영화 <남쪽평야>,<인민은 거기 없었다>에 출연하며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고 있다. 올 겨울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방은진 감독, 전도연 고수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배우 생활 공백기가 있었다. 왜 무대를 떠났는가
“2002년에서 2005년까지 연기학원을 운영했어요. 먹고 사느라 바빴던 거죠. 약 4년간 고정수입으로 가정을 꾸렸는데, 나이 40을 코앞에 두고 무대로 돌아왔어요. 집사람(배우 강명주)도 감사하게 큰 반대 없이 받아줘서 쭉 배우로 살게 됐어요. ”

-다시 돌아오기까지 두려움도 있었겠다.
“주위에서도 우려했어요. 제가 특별히 잘 나가던 배우도 아니었고, 그 전엔 연극도 많이 해보지 않았고...4년 만에 돌아온 내가 설 수 있는 무대가 있을까? 하는 두려움까지요. 그런데 모든 게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가기로 마음먹으니 되더라고요. 물론 초반엔 꼬박 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없어지니 쉽지는 않았어요. 다시 배우 생활 시작하며 마음 먹은 게 ‘연기 관련 아르바이트 빼고는 다른 일은 하지 말자’였어요. 연극 배우 페이가 적은 건 아시죠. 결국 2년 만에 생활비가 떨어지더군요. 그러다 극단 수의 구태환 연출과 좋은 인연이 돼 여러 작업을 하게 됐어요.”



-그 4년간의 공백이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된 건가
“다시 배우로 무대에 서면서 ”그 동안 연극 안 하는 스트레스가 이렇게 컸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았어요. 와이프도 극단 코끼리 만보 배우로 현재 <말들의 무덤>에 출연 중입니다. 둘 다 연극 작업 하느라 저희 집안 정말 엉망인데, 너무 좋아요.(웃음) ‘역시 해야 될 일은 해야 하는구나. 외적인 조건을 충족 시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게 더 중요한거구나’ 란 깨달음을 얻었어요.”

-성격이 긍정적인가
“예전엔 불만이 많았어요. 그런데 점차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열 가지 불만만 이야기 하지 말고 한 가지 좋은 점을 찾아보자. 투정 부리고 싶은 마음, 그리고 말을 줄여보자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극단 학전에서 <지하철 1호선>을 같이 했던 배우들이 현재 유명 연예인들이 됐다.
“황정민, 설경구, 장현성, 방은진 등 많죠. 배우마다 맞는 배역이 있고 운이 있는 것 같아요. 전 너무 젊어보여서 쓸 수 없다는 경우도 있었고, 유명하지 않은 배우라 캐스팅이 안 된 경우도 있었고 여러 일을 겪었어요. 연극 배우들이 하염없이 영화 작업을 기다리느라 연극 작업을 못하게 되기도 해요.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겠다는 배우들의 기대나 욕심은 다들 있죠. 하지만 영화는 크랭크 인이 되자마자 엎어지거나, 개봉해놓고도 하루 만에 막 내리기도 하고 변수가 너무 많죠.”

-연극 배우들도 티켓 파워가 있어야 캐스팅이 잘 되는 것 같던데
“아무래도 극단이나 제작자들은 이름이 알려진 배우를 쓰고 싶어하겠죠.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유명해져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어딘가에서 날 지켜보는 사람이 있겠지. 날 쓰고 싶은 사람이 결국 날 쓰겠지’ 그런 생각을 해요. 조급해하지 않아요.”

-배우로서 여유를 갖게 됐나보다
“젊었을 땐 공백이 생기면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이젠 생산적인 일을 찾아다녀요. 무용수들이 매일 매일 트레이닝을 하는 것 처럼 배우들도 뭔가를 해야 한다고 봐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으려고 해요. 특히 쉬고 있을 땐 최소 일주일에 세 번은 연극을 보러 다녀요. 물론 무대 위 배우에 절 대입 시켜서 생각해보죠. 배우가 안 예뻐 보일 땐 저런 연기를 할 때구나. 존경스러워 보일 땐 저런 모습을 보여줄 때구나 등을 계속 깨닫게 되죠. ”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드는 배우다.
“제가 뮤지컬 <맘마미아> 작업과 연극 <오이디푸스> 앵콜 작업이 겹친 경우가 있었어요. 국립극단 측과 한태숙 연출님께 ‘정말 죄송하지만 전 가장으로서 연극 작업을 기다리며 5개월간 놀 수 없다.’고 말하고 뮤지컬 작업을 했어요. 제가 연극 배우들이 있는 자리에 가면, 장난스럽게 ‘뮤지컬 배우 왔어?’라고 말해요. 전 그러면 ‘술 사’라는 의미로 알아듣고 또 기분 좋게 술을 사죠. 가장으로서 연극 작업만 하기엔 녹록치 않은 점이 있긴 해요.”

-<개구리> 출연진 중 제일 연장자인가? 어깨가 무겁겠다.
“연극 작업하면서 제가 제일 선배가 돼서 이끌어야 하는 경우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 전엔 저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이 있어 기댈 때도 있었고 빠져나갈 틈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죠. 또 제가 선배들을 보며 저 선배를 보고 배워야지 했던 마음을 지금 후배들도 분명 가지겠지 하는 생각이 드니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안한 건 후배들한테 술을 많이 못 사주는 거죠.”

배우 박윤희는 연극 <개구리>가 끝나자마자 바로 명동예술극장이 10월에 선보이는 안톤 체호프의 <바냐아저씨>(연출 이성열)에서 의사 ‘아스트로포’로 참여한다. 배우 백성희, 이상직, 한명구, 황정민, 정재은, 이지하, 이정수, 유시호 등 출연 배우들의 앙상블이 너무 좋다고 귀띔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국립극단, 허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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