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커플이 선택한 영원한 자유&사랑의 간극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영화같은 삶을 꿈꾸며 할리우드 스타가 되고 싶었던 보니와 미국 서부시대의 전설적인 총잡이 빌 해리건(‘빌리 더 키드’로 더 유명하다)이 꿈이었던 클라이드는 왜 미친 듯이 사랑에 빠지고, 강도 행각을 벌이며 시대에 반항 할 수밖에 없었을까?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두 남녀가 선택한 영원한 자유에 대한 공감 여부가 작품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지난 4일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한 <보니 앤 클라이드>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를 살아간 20대 젊은이들의 사회적 저항과 절규보다는 사랑에 더 초점이 맞춰진 듯 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키스 신과 욕조 신이 더 기억에 남는 걸 보니 말이다.

<보니 앤 클라이드>는 실존했던 남녀 2인조 강도 보니와 클라이드의 실제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대공황 시기 미국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이들 커플의 러브 스토리와 범죄행각은 1967년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한국에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소개 됐다.

작품은 보니와 클라이드 커플과 벅과 블렌치 커플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 사이에 보니를 짝사랑한 경찰관 테드가 등장해 삼각관계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뮤지컬 속에서 실제 인물의 역사적인 비디오와 사진들로 연출된 영상과 무대 세트를 만나볼 수 있다. 실물 크기의 자동차와 장총, 초현실주의와 엘레강스 룩의 특징인 보니 룩 등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스타일리쉬한 음악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1930년대 텍사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당시 세계 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들여온 재즈, 블루스, 컨츄리 등의 음악 장르가 뒤섞여 있다. 특히, 보니의 '나와 춤 출까요?', 형제인 클라이드와 벅이 함께 부르는 ‘운전할 때’의 선율이 귓가를 사로잡는다. 욕조에서 클라이드가 보니에게 사랑을 고백 할 때 부르는 넘버 ‘보니’는 시적 감수성으로 관객을 달콤하게 유혹한다.

뮤지컬이 개막하자 호불호는 확실히 갈렸다. 대체적으로 2막이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2막의 가장 큰 아쉬움은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강박적으로 들려주고 있는 점이다. 장면 중 넘버가 들어오는 순간이 매끄럽지 못했다. 영화에서 같이 극적인 절실함을 디테일하게 담아낼 수 없는 뮤지컬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2막의 전체적인 구성은 탄탄하지 못하다. 쇼 뮤지컬 특유의 통쾌한 재미에 더해 긴밀한 이야기가 보다 더 보강되었으면 좋을 듯 싶다.

배우 한지상, 리사, 박진우의 존재감이 크다. 특히 요즘 가장 핫한 배우인 한지상의 시니컬한 연기와 시원한 가창력, 떠오르는 신인 배우 박진우의 부드러운 보이스와 뛰어난 가창력이 눈여겨 볼만하다. 리사의 도도한 매력도 일품이다. 클라이드 역엔 배우 엄기준, 한지상, Key, 박형식, 보니 역엔 안유진, 리사, 다나, 벅 역엔 이정열 김민종, 블렌치 역엔 주아, 테드 역엔 김법래, 김형균, 박진우가 출연한다. 10월27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CJ E&M㈜, ㈜엠뮤지컬아트 ]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