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연예인을 위협하는 시대, 문제는?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폴란드 클럽 좋구만. 굿’, ‘폴란드 클럽 5시에 마감인데 7분 남았다. 이제 폴란드의 밤도 지나가는구나. 한국 가서 소주나 X나게 빨아야지.’ ‘씨X TV 한 시간 나왔다고 악플 X되네. 자살할란다.’ <송포유>에 참여한 성지고 김모군이 SNS에 올린 글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아마도 김모군은 자신이 SNS 상의 글이 이토록 뜨거워질 줄은 예상 못했을 것이다. 스스로는 그저 한 시간 방송 나온 일반인이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사안이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상황에서 김모군의 글은 마치 기름을 붓는 격이나 마찬가지 결과를 몰고 왔다. 가뜩이나 <송포유>의 출연자로 선정된 아이들이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모군의 글은 마치 심증을 확증으로 만드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송포유> 제작진이 마지막회 방송분을 취재진에게 미리 공개하는 긴급시사회를 열고 서혜진 PD가 공식사과를 했지만 반응은 여전히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것이 방송사나 제작자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 전에 미리 계약서를 통해 요목조목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사전에 예방하고 간다면 모를까. 이렇게 갑자기 제멋대로 튀어나오는 발언들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단 말인가. 즉 이번 <송포유> 논란은 이제 우리네 방송이 직면하고 있는 또 다른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검증되지 않은 일반인 출연자가 방송에 출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송포유>가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일 뿐, 사실 일반인 출연자들이 만들어낸 무수한 잡음과 논란들은 끊이지 않았다. <짝>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결혼이 목적이 아니라 연예인이 되기 위해 출연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고, 또 출연자가 조작방송이라고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들이 논란거리가 된 것이 이른바 ‘악마의 편집’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다양성을 모토로 세워 세상의 특이한 사람들을 소개해주는 <화성인> 같은 경우, 지나치게 자극적인 출연자들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출연했던 시스터보이는 누나들이 지나치게 동생과 스킨십을 하는 장면을 방영해 선정성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또 <안녕하세요>에서도 아내에게 지나친 막말을 쏘아댄 남편이나 아들에게 야동을 본다고 나가라고 하는 아빠 같은 상식적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인물들을 ‘전국고민자랑’이라는 이유로 넣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 <슈퍼스타K5>에서 말더듬이라며 출연했던 박상돈 씨가 사실은 사기 및 횡령혐의로 기소중지 상태라고 밝혀진 것도 방송에 출연하는 일반인들에 대한 검증이 얼마나 쉽지 않은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속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속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일반인 출연이라고 해서 연예인과 비교해 진정성이 담보된다는 막연한 믿음이 섣부른 확신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사실 일반인의 방송출연이 본격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미 방송이 연예인처럼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 이상, 일반인들의 출연은 요구되는 사안이고 또 그만한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 방송출연이 점점 본격화되는 현재, 거기에 걸맞는 제대로 된 검증 절차도 점점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송포유> 논란이 보여준 것처럼, 일반인을 출연시켰을 때 그 일반인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상황이라면 방송에서는 이 균형을 맞추는 세심함이 필요해진다. 어느 한 쪽만을 방송이 조명해주는 것만으로 다른 쪽은 상대적인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출연자들이 출연한 연후에도 방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어떤 작은 일도 커다란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바야흐로 일반인 예능이 연예인 예능을 위협하는 시대다. 새로운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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