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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프티’, 사랑에 빠진 젊은이들의 파멸
기사입력 :[ 2013-10-03 00:08 ]


짧지만 강렬함을 머금은 세 편의 발레와 만나다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유럽의 주요 극장들은 물론 할리우드 무대까지 섭렵했던 프랑스의 천재 안무가 롤랑 프티(Roland Petit)의 발레 <롤랑 프티>가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파리오페라발레 학교와 국립파리오페라발레단 출신의 안무가 롤랑 프티는 194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롤랑 프티 파리 발레단’을 조직하고 ‘밤의 숙녀들’, ‘카르멘’ 등을 선보였다. 그는 클래식 발레보다는, 무용수들의 감정과 연기에 집중하는 드라마 발레를 선보여 현대 발레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1950년대엔 할리우드 배우인 마릴린 먼로, 프랭크 시나트라 등과 함께 작업을 하는가 하면, 영화 ‘안데르센 이야기’, ‘키다리 아저씨’, ‘블랙 타이츠’ 등의 안무를 맡아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 됐다.

국립 파리오페라발레단 무용수였던 지지 장메르(Zizi Jeanmaire)와 결혼한 롤랑 프티는 그녀를 주역으로 한 작품들에 정열을 쏟았다. ‘실낙원’(1967) ‘투랑가리라’(1968) ‘노트르 담 드 파리’(1965) 등의 발레가 유명하다. 이후 1972년 마르세이유 발레단을 창설한 롤랑 프티는 26년간 예술 감독직을 맡으며 현대 발레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국립발레단의 <롤랑 프티>는 ‘아를르의 여인’(35분), ‘젊은이와 죽음’(20분), ‘카르멘’(45분) 이렇게 세 작품으로 구성된다. 롤랑 프티가 살아있을 때 2010년 국립발레단에게 작품을 줘 국내 초연 됐으며, 그가 사망 한 뒤 국내에 올리는 첫 공연으로 의미가 크다.



■ 그림▪연극▪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발레 <롤랑 프티>

지난 1일 <롤랑 프티> 연습실 공개 행사의 사회를 맡은 국립발레단의 정현옥은 “‘아를르의 여인’이 그림 같은 발레라면, ‘젊은이와 죽음’은 연극 같은 발레다. 마지막으로 ‘카르멘’은 영화 같은 발레다”고 소개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발레 <아를르의 여인>은 알퐁스 도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반 고흐가 사랑했던 프랑스 남부의 지방도시 아를르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슬픈 ‘프레데리’와 그를 사랑한 ‘비베트’의 결혼식이 열린다. 강하고 이성적인 남자 ‘프레데리’는 한 때 열렬히 사랑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던 ‘아를르의 여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의 눈에는 오로지 ‘아를르의 여인’의 망령만이 보일 뿐이다. 그는 이 망령과 미친 듯이 춤을 춘다. ‘프레데리’의 두 눈은 죽음으로, 그의 마음은 광기로 가득하다. 결혼식의 밤은 장례식의 밤이 되고 예식장은 무덤이 된다. 반 고흐의 그림과 같은 붉은 하늘이 불행한 남녀 위로 드리워진다. 애틋하면서도 비장한 춤사위가 조르주 비제의 음악과 어우러지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발레의 마지막에 사랑에 대한 번민으로 괴로워하는 ‘프레데리’가 격정에 넘쳐 자살을 하는 장면은 남자 무용수의 모든 에너지가 분출되는 장면으로 꼭 눈여겨 보아야 할 명장면이다. 아름다운 그림이 연출 될 프레데리와 비베트(이은원&이동훈), 안정된 파트너링과 감정동선을 확실하게 보여줄 (김리회&정영재) 커플이 번갈아 출연한다.



두 번째 작품 <젊은이와 죽음>은 천재 안무가가 22세 만들었던 작품. 가장 번득이는 천재성을 발휘한 작품으로 반세기 이상이 지났지만 그 현대성은 어느 작품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루돌프 누레예프, 니콜라 르 리슈 등의 ‘젊은이와 죽음’은 아직도 발레 관객들의 기억을 맴돌고 있는 전설적인 연기 중 하나이다.

장 콕토가 대본을 쓴 이 작품은 영화 ‘백야’의 초반 신으로도 잘 알려진 발레. 바흐의 웅장하면서도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음악 ‘파사칼리아’가 깔리면, 죽음을 부르는 팜므파탈의 압박에 스스로 목을 매는 젊은이의 모습이 충격적으로 펼쳐진다. 1946년 세계 대전이 끝난 무거운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

원래 재즈 ‘To Frankie and Johnny’에 맞춰 안무되었으나 안무가 완성된 후 바gm의 ‘파사칼리아’로 음악이 바뀐 특별 케이스이다. 하지만 오히려 바흐의 음악이 정확히 안무가가 원한 리듬과 시간에 맞아떨어져 종래의 안무와 음악간의 주종관계를 완전히 뒤집은 파격적인 시도로 그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름만 들어도 기대되는 캐스팅(유난희&김용걸), 강력한 신인들의 무서운 시너지 효과가 살아 날 (정지영&김기완)이 나선다.

세 번째 작품은 프로스페르 메리메 원작의 <카르멘>이다. 비제의 오페라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롤랑 프티와 만나 엄청난 반향을 몰고 오게 된다. 파격적이고 선정적이었던 의상과 안무, 도발적인 헤어스타일 등이 그 이유다. 또한 수많은 발레리나들이 가장 도전하고 싶은 역으로 꼽힌다.

롤랑 프티의 <카르멘>은 독특하고 화려한 무대 디자인 화면앵글과 컷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육감적인 춤의 여러 에피소드를 엮어 하나의 줄거리가 있는 발레이다. 완벽한 카르멘과 돈 호세로 일컬어지는 (김지영&이영철), 카르멘과 돈 호세의 신세계를 열 (박슬기&송정빈)이 출연한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허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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