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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휘자 오렌-맑은 소프라노 신영옥이 준 행복
기사입력 :[ 2013-10-18 19:54 ]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 명배우 이상의 명지휘자 다니엘 오렌의 <토스카>

지휘자가 이토록 열정적일 수 있을까. 오페라 <토스카>의 1막 선악과 성속이 대비되는 테데움 장면에선 제자리에서 껑충 뛰어올라 다이나믹하게 오케스트라를 주무르는가 하면, 영화 <파파로티>에서 주인공이 피아노 반주로 선보여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3막의 서정미 넘치는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이 불려 질 땐 카바로도시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 관객 이상으로 빠져들었다. 수차례 박수가 이어지자 앙코르 지휘를 시작했다. 토스카가 총에 맞고 쓰러진 카바로도시에게 하는 ‘명 배우가 따로 없잖아!’ 라는 말이 지휘자에게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긴박한 스토리를 담은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의 주역은 당연히 타이틀 롤인 프리마돈나 ‘토스카’다. 하지만 지난 10일과 12일 대구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 오른 <토스카>의 숨은 주역은 지휘자 다니엘 오렌이었다. 그의 드라마틱 지휘는 카리스마 가득한 스카르피아 존재 이상이었다. 포르티시모와 피아니시모의 막강한 대조로 극을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능력은 역시 대단했다.

대구국제오페라 축제 <토스카>를 지휘한 마에스트로 다니엘 오렌은 영국 코벤트가든, 미국 메트로폴리탄, 파리 바스티유, 비엔나 슈타츠오퍼, 독일 도이체오퍼 베를린 등 세계 주요 극장에서 앞 다투어 초청할 만큼 각광받는 지휘자이다. 현재 세계 오페라계에서 이태리 오페라를 주 레퍼토리로 하는 가장 뛰어난 지휘자로 주목 받고 있다.

이탈리아 살레르노 베르디극장의 성악가와 스태프들이 함께한 <토스카>에서 소프라노 마토스 엘리자베테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장면에서 이전 장면과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한 채 갑자기 무릎을 꿇은 점이 아쉽긴 했지만 고혹적인 음색, 강렬한 연기로 호평 받았다.



오렌의 적극적인 앙코르 세례를 받은 카바로도시 역 테너 피에로 줄리아치는 또렷하게 울려 퍼지는 성량과 서정적 연기가 돋보였다. 극중 가장 연극적인 재미를 선사해야 하는 스카르피아 역 바리톤 이오누트 파스쿠는 강렬함은 없었지만 무난하게 극을 이끌어갔다. 대구국제오페라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리드에 따라 템포를 잘 맞춰나갔지만, 모든 축제 작품을 연주해야 하는 과제 앞에 다소 힘든 기색이 느껴지기도 했다.

로렌초 아마토가 연출한 <토스카>는 사실주의적 무대에 충실했다. 마지막 토스카가 뛰어내리는 장면에선 대천사 미카엘라 상이 자리한 성 안젤로 성의 옥상 뒤편에 자리한 영상이 천천히 움직이며 막을 내렸다. 커튼콜 박수는 수십 번 이어졌다. 대구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전석 매진이 됐다. 현재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청라언덕>과 <탄호이저> 두 작품을 남겨두고 있다.



■ ‘사랑스런 그 이름’ 소프라노 신영옥 질다와 만나다 <리골레토>

지난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베르디 탄생 200주년 콘서트 오페라 <리골레토>의 박수와 감동 대부분은 리골레토의 딸 '질다' 신영옥에 대한 감탄이었다. 이는 신영옥이 ’사랑스런 그 이름’에서 보여 준 깃털처럼 가볍고 청아한 음색 때문이었다.

소프라노 신영옥이 10년 만에 '질다'로 돌아왔다. 신영옥은 1990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 입상을 통해 세계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입성했다. 1989년 초연된 메트로폴리탄의 오토 셴크 프로덕션에서 미국인 소프라노 루스 앤 스웬스에 이어 지금까지 질다 역을 가장 많이 연기한 소프라노 중 한명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2003년 예술의전당과 로열오페라하우스가 협력 제작한 데이비드 맥비커의 <리골레토> 이후 국내 무대는 10년 만에 처음이다. 몰입도가 높은 전막 오페라의 감동 이상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질다’를 기다렸던 관객들에겐 충분한 기쁨을 주었다.

예술의전당은 주세페 베르디의 탄생 200주년 기념 무대로 베르디 중기의 3대 걸작인 비극의 광대 <리골레토>와 홀로 사랑을 지킨 가련한 한 여인의 비극적 사랑 <라 트라비아타>를 연달아 선보인다. 특히 19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는 <라 트라비아타>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리카르도 무티와의 연주로 혜성과 같이 등장한 소프라노 마리나 레베카가 ‘비올레타’로, 테너 조르지오 베루지가 알프레도로, 바리톤 퀸 켈시가 제르몽으로 나선다.



특별한 무대 장치와 화려한 의상 등 이 없이 진행되는 콘서트 오페라는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게 온전히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이번 오페라에선 에드워드 크래프츠가 연출을 담당해 새로운 콘서트 오페라 색을 만들어냈다. 특히 합창석까지 비추는 붉은 조명 빛을 이용해 긴박한 상황과 ‘저주’의 상징성을 효과적으로 암시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바리톤 프란체스코 란돌피가 분한 ‘리골레토’는 희극적인 요소가 강했다. 원작의 꼽추라는 설정을 무대로 가져오지 않은 채 극이 시작 돼 초반엔 당황하는 관객도 몇몇 보였다. 과연 공작에게 농락당한 딸을 앞에 두고 애 끊는 아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하지만 광대의 지팡이 대신 검은 가죽 점퍼를 입고 나온 ‘리골레토’는 점퍼를 바닥에 강하게 내리치며 분노를 표현했다. 안정적이고 파워가 넘치는 가창은 결국 관객을 제 편으로 끌어들였다. 이번 오페라에서 주역 이상으로 눈에 띄는 이는 몬테로네 백작 역을 맡은 바리톤 한진만이었다. 작은 감정의 동요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연기 뿐 아니라 분노와 저주의 보이스를 짧지만 강렬하게 아로새긴 일등공신이다.

다반 만토바 공작 역을 맡은 테너 션 매테이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지 최상의 연주를 보여주지 않았다. 신영옥 질다와의 앙상블은 물론, 고음이 불안하고 건조해 관객들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스티븐 로드가 지휘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전주곡에서 매끄럽지 못해 다소 조마조마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을 찾았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대구국제오페라축제,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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