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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통’과 ‘단테’, 왜 지옥같은 세상에 불려나왔나
기사입력 :[ 2013-10-24 13:51 ]


<당통의 죽음>과 <단테의 신곡> 꼭 봐야 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국립극장 국가브랜드 공연 <단테의 신곡>(11월2~9일 해오름극장)과 예술의전당이 게오르크 뷔히너(1813~1837) 탄생 200돌을 기념해 만든 연극 <당통의 죽음>(11월3~1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은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이다. 물론 고전 작품이 주는 무게감에 선뜻 손길을 내밀지 못하는 관객도 있다. 그래서 두 연극에 대한 궁금증을 보다 구체적이고 알기 쉽게 짚어봤다.

■ 동시대 연출로 재탄생한 <당통의 죽음> 포인트

◇ 왜 기대하는가
먼저 1983년 초연, 1987년 공연 이래 전문 공연장에서 개최되는 26년 만의 공연이다. 불운의 고전이 “토월연극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나선 것. 두 번째 2011년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셰익스피어의 현대 사극 <리차드 3세>에서 현대의 범죄 실험실을 무대로 불러 내 비주얼적인 긴장감은 물론 위트를 만끽하게 했던 루마니아의 클루지 헝가리안 씨어터 연출가 가보톰바가 함께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이자람 박지일 윤상화 배우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 박지일 ‘당통’과 윤상화 ‘피에르’를 꼭 봐야 하는 이유
배우 박지일은 게오르크 뷔히너 작품과 인연이 깊다. 2004년 유리부드소프 연출의 <보이첵> 주인공으로서 아찔하게 경사진 토월극장 철판 무대를 뛰어다닌 그를 기억하는 이라면 이번 <당통의 죽음>이 더더욱 반가울 것이다.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지일은 “‘보이첵’ 이후 10년 만에 뷔히너 작품으로 무대에 서게 돼 감회가 새롭다. ‘보이첵’과 ‘당통의 죽음’ 모두 무대에서 불가능한 건 없다는 걸 일깨워 준 작품이다. 골치 아픈 고전이 아닌 지적이고 재미있는 연극이다. 출연하는 배우이기 전에 한 명의 관객으로서 기대되는 작품이다”고 전했다.

밀림 속 사자의 향기를 지닌 작은 거인 윤상화 배우는 ‘죽음은 불멸의 시작이다’는 유언으로 유명한 공포정치의 주역 ‘로베스 피에르’로 나선다. 최근 김광보 연출의 연극 <그게 아닌데>로 더더욱 주목 받은 배우이다. 윤상화는 “실존인물이자 논란이 많은 인물인 ‘피에르’를 맡게 돼 행복하면서도 만만치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이 작품이 어떻게 보여줄지 가슴 떨리며 기다리는 중이다”고 말했다.

◇ 소리꾼 이자람이 연극 배우로 변신하는가
<당통의 죽음>에 소리꾼·판소리창작가 이자람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반가움과 함께 궁금증을 보였다. 과연 이자람은 무슨 역을 맡게 되는가? 이자람은 시민대중이 한 인물로 압축하여 탄생한 ‘광대’역 배우로 출연한다. 숨 가쁘게 진행되는 혁명의 물결, 원작의 30명에 이르는 군중이 그 배경을 거대한 벽화처럼 그려낼 거리극 장면에서 1인多역을 연기한다. 광대는 군중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시공간을 초월하는 존재로 작품의 배경과 현대를 이어주는 가교이다. 이자람은 “이번 작품에서 판소리는 하지 않지만, 판소리를 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겠다”는 말로 포부를 전했다. 원작에는 없는 극중 광대 설정은 연출가가 이자람의 <억척가>와 <사천가>를 보고 영감을 받은 것.



◇ 고전과 이 시대의 현실이 어떻게 만나는가
이번 공연은 따분한 시대극이 아니다. 법정드라마와 혹은 리얼리티쇼로 다가올 수 도 있다. ‘달성 불가능한 인간의 자유’라는 원작의 메시지는 가져가지만 역사적 혹은 정치적 논쟁과 토론을 배제한다. 대신 인물간의 관계를 부각하고 있다. 당통은 감각적으로 유리컵 연주를 하는가 하면,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기도 한다. 해질 무렵 대도시의 풍경을 형상화한 철골 무대와 불투명 아크릴은 현대인의 몰 인간성 혹은 물질성을 극대화한다. 6대 이상의 영상프로젝터는 무대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 연출의 변
가보 톰바 는 "이번 무대에서 거대한 대중문화 속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들의 고독과 소외감을 그려낼 것이며, 무대는 한국적이면서도 모던하고, 긴장감이 넘쳐날 것"이라고 전했다. 각색자 안드라스 비스키는 “뷔히너는 관계에 집중하거나 혹은 인물의 욕망을 가깝게 추적하며 정치적인 극을 만들어 낸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를 잇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당통의 죽음’은 뷔히너가 표현해 낸 수 많은 무명의 인물들이 관객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소리꾼 광대가 새롭게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셰익스피어와 브레이트의 색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연극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 ‘지옥과 연옥과 천국’ 모두를 경험하게 할 <단테의 신곡> 포인트

◇ 왜 기대하는가
국내 최초로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시인이었던 단테 알리기에리의 서사시 <신곡>이 무대화 된다는 소식이 가장 기대감을 키운다. 언제나 주목할 수밖에 없는 치밀하고 파격적인 연출가 한태숙,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응시를 보이는 극작가 고연옥의 재창작, 2012년 창극 <장화홍련>에서 음악을 맡은 이래 연극 <안티고네>, 이번 <단테의 신곡>까지 한태숙 연출과 좋은 호흡을 자랑하는 월드뮤직밴드 억스(AUX)의 대표 홍정의 음악감독이 함께한다는 점이다. 또한, 판소리·정가·클래식·록·일렉트로닉 등이 극 안에서 함께 숨 쉬는 15인조 오케스트라, 연극 배우만이 아닌 정은혜 김금미, 김형철 김미진등 국립창극단 배우, 마임이스트 고재경, 오페라 가수 오승용등이 출연하는 총첵극이란 점이다.

◇ 지현준 정동환 박정자 배우를 만나야 하는 이유
올해 두산아트센터에서 선보인 1인 35역의 모노드라마 <나는 나의 아내다>로 탄탄한 내공을 인정받은 배우 지현준이 지옥의 고통을 견디고, 연옥의 죄인들을 연민하며, 마침내 천국의 빛을 바라볼 수 있는 주인공 ‘단테’로 나선다. 능수능란한 연기 변신은 물론 연희단거리패에서 단련된 유연한 신체는 그의 강점이다.

한국연극 역사의 절반을 직접 겪은 살아있는 연극계의 역사. 어느새 일흔을 넘긴 여배우 박정자가 이번에는 애욕을 이기지 못해 죄를 짓는 여인 ‘프란체스카’를 연기한다. 남편의 동생과 무대 위에서 과감한 러브신은 물론 지옥의 한 장면을 그려낸다. 한태숙 연출의 전작인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에서 예언자 역할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준 박정자의 과감한 변신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연기 인생 44년차 관록의 배우 정동환은 단테의 길잡이인 ‘베르길리우스’를 연기한다. 로마 건국의 기초를 다진 영웅 아이네이스를 노래한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쓴 실존인물이다. 원작에는 예수 그리스도 탄생 이전에 태어나 세례를 받지 못해 영원히 구원받을 수 없는 영혼이 됐지만, 재창작된 공연에서는 신에 대한 믿음보다는 자신의 철학과 지식에만 의지하였던 이유로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



◇ ‘지옥과 연옥 천국’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무대화 과정에서 ‘누구도 보지 않은, 즉 우리 삶의 영역 밖에 있는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는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한태숙 연출은 임일진이 만든 앙상한 골조와, 공간을 짓누르는 후면으로 가로막힌 7m 높이의 사다리꼴 구조물 무대 위에서 자신의 장기인 독보적이고 독창적 미장센을 구축한다. 그 내부에 거칠게 박혀있는 녹슨 기둥들은 죽어서도 죄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지옥의 인물들을 옥죈다. 영상디자이너 최찬숙의 감각적인 영상,특수분장, 디테일한 소품, 시대를 초월한 상징적인 의상 등을 통해 지옥의 판관, 마귀, 천사 등 초월적 존재들을 시각화한다. 또한 관념적인 공간과 인물들은 대사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노래(판소리, 성악) 등의 무대언어로 표현할 예정이다.

한태숙 연출과 고연옥 작가는 원작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공동작업을 통해 100편의 시 중 동시대적이고 가장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채택했다. 더불어 원작에서는 미약했던 단테의 내적 갈등, 등장인물 간의 갈등구조를 도드라지게 했다. 지금으로부터 700여 년 전 중세의 세태와 그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피어난 작품이지만, 고전과 현대가 맞닿는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 것.

◇ 한태숙 연출이 그려낼 ‘신곡’의 세계
“더 비열하고 잔인하게 나를 몰아세웠고, 내게 「신곡」을 의심하고 반박하고 부정하는 데에서 내 작업의 출발이 이루어진다며 최면을 걸었다. 신이 인간을 진창에 빠뜨려놓은 뒤에야 자신을 알 수 있게 하는가에 대한 조막만한 경험이리라. 단테가 자신의 모든 정체성을 포기하고 사랑의 힘 아래 자신을 복속시키면서 신과의 합일에서 오는 황홀을 느끼듯이, 우리 공연이 중세적 서양고전의 거리감과 기독교적인 공감을 뛰어넘어 장충동 국립극장 관객들과 동질감을 나누는 공연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하여 박제된 문학적 재현에 그치지 않는 설득력 있으면서도 새로운 총체극을 실천하고자 했다.”

◇ 재창작자의 한 마디
고연옥 작가는 “이 순간까지 저를 괴롭히는 것은 「신곡」에서 그려지는 지옥과 연옥, 천국이란 개인 내면의 풍경이면서 동시에 이 시대의 현실일 텐데, 지금 우리는 그중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단테가 지옥과 연옥의 고통을 거쳐 천국에 도달한 것은 영원한 연인 베아트리체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인 것처럼, 우리 역시 이곳에서 절망보다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든 시절이라도 천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고 전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예술의전당, 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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